한식, 세계를 요리하라 ① 세계는 음식전쟁 중
비빔밥·갈비찜‘20억 중산층’이 즐기면
농산물 수출 늘고 해외 일자리 많이 생겨
일본·프랑스·태국은 정부 차원서 지원
미국 뉴욕 타임스의 음식 전문기자인 마크 비트먼은 한국음식을 즐긴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바비큐(불고기·갈비)와 냄비요리(전골·찌개), 그리고 여러 가지 반찬을 즐기며, 1년에 두세 차례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 요리사 가운데 김치를 비롯한 한식 재료나 요리법을 응용하는 사람이 이젠 꽤 된다”고 소개했다.
‘한식 세계화 전도사’를 자처해온 두바이의 7성급 호텔 버즈알아랍의 수석총괄조리장 에드워드 권(38·본명 권영민)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두바이의 조감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미국·중국·두바이의 특급호텔에서 근무하며 한식을 알려온 그는 이달 29일 ‘2009 다보스 포럼’의 ‘한국의 날’ 만찬 총괄셰프로 참여, 전 세계 VIP를 대상으로 19가지 한식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한국적인 것을 바탕으로 세계인의 눈과 코와 입에 한식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랍어권 22개국에서 방영되는 두바이TV의 요리 프로그램 ‘오사마와 함께 더 맛있게’를 진행하는 오사마 엘사예드는 갈비구이·갈비찜·삼계탕·갈비·돌솥비빔밥·미역국·갈치조림을 비롯한 한식을 소개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았던 그는 “아랍권에서 ‘대장금’이 방영되면서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마늘과 생강·설탕이 어우러져 내는 매콤한 맛의 갈비구이와 갈비찜에 아랍 부유층이 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식의 세계 시장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58.5%가 “한국음식의 글로벌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의 ‘2007년 외국인 오피니언 리더 조사’).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 1위가 ‘한국음식을 맛보고 싶어서’(49.2%)이다(한국관광공사의 ‘2006 외래 관광객 실태’).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묻는 질문에 1위가 ‘한국 음식(김치·불고기 등)’(57.0%)이고 2위 ‘자동차’(46.9%), 3위 ‘경제성장’(43.6%), 4위 ‘올림픽·월드컵’(42.5%)으로 나타나기도 했다(KOTRA의 ‘2005 국가 이미지 현황’). <관계 시리즈 4, 5면>
세계는 이미 음식전쟁이 한창이다. 총지휘부는 각국 정부다. 일본 정부는 1981년 농림수산성 산하 외식산업실에 외식산업총합조사연구센터를 설치해 음식 세계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왔다. 2010년까지 일식 인구를 12억 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이탈리아는 91년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 연구소(ICIF)’를 세우고 20여 곳에서 외국어로 자국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도 전략적으로 외국인 요리사를 양성하고 있다.
태국은 탁신 친나왓 총리 시절이던 2000년부터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국가 전략의 하나로 삼아 왔다. 태국음식 세계화 본부인 ‘키친 오브 더 월드’의 보라문 푸앙아롬 본부장은 “왕실의 지원 아래 꾸준히 세계화를 추구한 결과 2000년 5500개이던 해외 태국 음식점은 지난해 1만1000개 이상으로 늘었다”며 “그 결과 농산물 수출이 7년 새 세 배로 증가했고 식기·공예품 등 관련 문화상품과 인력의 해외 진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강연·출판·조사 활동을 벌이며 꾸준히 한식 세계화를 외쳐온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은 “2020년까지 2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 세계 중산층을 겨냥해 지금부터 한식의 격을 높이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며 “한식 세계화는 우리 문화를 살찌우고 후손들이 먹고살 새로운 시장을 하나 만들어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미 뉴욕·파리·빈·도쿄 등에선 한국인보다 외국인 손님이 더 많은 한식당이 늘고 있다. 한식 세계화가 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올해 한식 세계화를 연중기획으로 다룬다. 우선 세계화 전략을 국내외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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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체질 살펴 몸에 맞게 조리 … 마음에 ‘한국의 맛’ 담았다 [중앙일보]
오스트리아 한식 레스토랑 ‘킴 코흐트’
“젓국·약초 적절하게 쓰면 손님들 즐겨”
정치인도 연예인도 석 달 전에 예약해야
오스트리아 빈 시내 민중오페라극장 옆에 한식 레스토랑인 ‘킴 코흐트’가 있다. 지난해 12월 찾은 이 식당은 한국인 김소희(42)씨가 주인이다. 이 식당은 단순한 한식당을 넘어 빈의 명소다. 저녁을 먹으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석 달에 한 번 예약을 받는데, 서두르지 않으면 며칠 만에 예약이 차버리기 때문이다. 인기 연예인이고, 고위 정치인이고 예외가 없다.
오스트리아 빈의 한국음식점 ‘킴 코흐트’의 모습. 뒤쪽에 서서 손님들과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주인 김소희씨다. 액젓과 약초 등 한국 고유의 재료를 그대로 쓰면서도 강도를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조절해 인기를 끌고 있다. | |
저녁 손님은 세 가지 코스만 제공하는 오후 6시와 다섯 가지 코스 음식을 내는 8시, 두 차례로 나눠 받는다. 세 가지 코스는 45유로이고 다섯 가지 코스는 65유로다(포도주와 음료수는 별도). 점심 때는 39유로짜리 세 가지 코스와 단품(전채 2.8∼7.0유로, 메인 7.7∼8유로)으로 나눠 손님을 받고 있었다. 유럽의 비싼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이 식당에서 빈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12월 찾았던 이 식당은 최고급 옷을 입은 남녀로 붐볐다. 한쪽에는 손님이 마셨던 10여 병의 무통 로실드 빈 병이 진열돼 있었다. 연도에 따라 한 병에 1000유로가 넘는 최고급 포도주다.
이 식당은 유기농 채소와 해물 위주의 요리로 독일어권에서 유명하다. 주인 김씨는 독일어권 방송의 요리 프로그램에 매주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가 쓴 여러 권의 요리책은 빈의 서점에는 물론 포도주 가게에도 진열돼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적이긴 한데 한국에서 제공되는 음식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유럽에서 한국음식 재료를 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지의 맛있는 재료나 음식과 결합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김소희식, 또는 킴 코흐트식 한식이다. 젓국·약초·허브·양념 등 가장 한국적인 재료도 적절하게 강도를 조절하면 현지인이 좋아하더라.”
-서비스에는 어떤 원칙이 있나.
“음식과 함께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식의 따뜻한 배려를 하면 다들 좋아하더라. 곧 결혼할 단골 남녀가 찾아오면 부산에서 먹던 초고추장 비빔국수를 채소를 듬뿍 얹어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면서 국수를 주는 것은 면 가락처럼 길게 행복하게 살라는 뜻이 있다고 가르쳐 주면, 영혼마저도 한국의 팬이 된다.”
-주문 받기와 최종 조리는 항상 주인이 하던데.
“손님 각자의 몸에 맞는 음식을 추천하고, 같은 음식이라도 내용물과 조리법을 조금씩 조절해 개인화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손님의 몸에 안 맞는 음식이나 알러지, 취향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손님에게 이 같은 한국식 정성을 보여주는 게 우리 식당 최고의 미덕이다.”
-한국인이 주인인 한식당인데 한국과 관련한 소품이 보이지 않는다.
“동양의 신비와 현지의 문화 결합이 중요하다. 실내는 오스트리아 빈의 현재 유행과 어울리는 모던한 실내장식을 했다. 대신 한국 접시와 젓가락으로 손님들의 동양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키고 있다.”
-한국음식 세계화를 위해 충고한다면.
“재료와 서비스에 한껏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음식에 잘 맞는 현지 포도주, 국제적인 명품 포도주를 찾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나는 오스트리아 포도주 수백 가지를 마셔보고 한국음식에 어울리는 것을 찾아 식당에서 제공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피플·위크앤 에디터, 방콕·홍콩=최형규 특파원,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뉴욕=남정호 특파원, 유지상·권혁주·이도은 ·전수진·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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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불고기집 이미지 잊어라 [중앙일보]
도쿄 미식가들이 반한 한식당 ‘소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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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의 홍보를 맡고 있는 오피스K2M의 세키 사호코(<95A2>早保子) 매니저는 “소란스럽고 고기 굽는 냄새가 옷에 배는 불고기집이 그간의 한식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고기 냄새가 나지 않는 우아한 분위기에서 건강에 좋은 고급 음식으로 수준을 격상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일본의 고급 손님들을 타깃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몇몇 고가구를 빼고는 인테리어도 굳이 한국식을 고집하지 않는다. 세키는 “전통적인 한식당의 이미지와 한국다움을 강조하기보다는 아름답고 세련된 분위기로 고객들이 편안하게 한국의 맛을 즐기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집 주방장은 일식 요리사다. 섬세한 칼질과 정교함이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일본인 주방장은 한국음식을 일본 전통 가이세키 요리 형태의 코스 요리로 포장해 손님상에 올린다. 일본인들이 들고 먹기 편한 작은 도자기 그릇에 밥을 담고, 젓가락도 일본식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일식에 없는 숟가락만 한국의 놋쇠 제품을 가져다 쓴다. 하지만 내용물은 철저히 한식을 고집한다. 김 대표가 전수하는 조리법대로 한국인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든다. 10년간 숙성한 된장, 액상 발효 조미료는 서울에서 직접 공수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보쌈이다. 간장 양념에 잰 마늘잎, 백김치에 싸 먹는다. 현지 입맛에 맞춰 한식 중에서도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간장 계열의 양념과 음식 위주다. 전채와 물김치·죽·구절판·보쌈·고로케·전·고기요리·나물과 밥·국을 제공하는 저녁 코스요리의 가격이 4500엔(약 7만원)~8500엔(13만3000원)이다.
가게의 전략은 적중했다. 고객의 90% 이상이 일본인이다. 코스요리가 기본이지만 한잔 하려는 단골손님들을 위해 저녁 9시가 넘으면 일품요리도 낸다. 입소문이 퍼지더니 개점 1년도 안 돼 여배우 후지와라 노리카(藤原紀香)와 소프트뱅크 손 마사요시(孫正義) 대표 등 유명인사들도 즐겨 찾는 맛집으로 떠올랐다. 최근엔 매년 음식 평론가들이 연초에 내는 식당 안내서 ‘도쿄 최고의 레스토랑’이 선정한 ‘올해의 주목할 만한 가게’ 19개의 하나로 뽑혔다. 평론가 모리와키 게이코(森脇慶子)는 “자녀의 건강을 기원하며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손맛이 소선재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세키는 “한식을 일본에 보급한 김치는 전·찌개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한국의 대표 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더욱 많은 한식 팬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김치 이외에 다양한 한국 음식들을 해외에 소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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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한식당’ 2017년까지 100곳 계획 [중앙일보]
정부 “세계 5대 음식으로” … 외국인 요리학교도 만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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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약 1만 개인 해외 한식당 수를 2017년까지는 네 배인 4만 개로 늘리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해외에 한식당을 낼 때 정부의 정책자금을 낮은 이자에 빌려주는 것 등을 검토 중이다.
2017년까지는 또 전 세계인이 평생에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을 ‘명품’ 한식당을 국내외에 100개 만들기로 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명 일식당 ‘마사’ 같은 곳이다. 이 식당은 저녁 정식이 1인분에 500달러로 미국 내 최고급 식당이다. 국내 특급호텔이 한식당을 낼 때 지원하는 방안도 만들기로 했다. 현재 서울의 특1급 호텔 19개 중 한식당이 있는 곳은 롯데(소공동)·워커힐·르네상스·메이필드 넷뿐이다.
각종 전시회를 열어 한식의 맛을 알리는 홍보전도 벌인다. 한식이 상대적으로 저칼로리라는 점, 김치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 등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한때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며 한식 붐을 일으켰던 드라마 ‘대장금’ 같은, 한식을 소재로 한 문화 콘텐트 제작을 장려하기로 했다. 여행업체·이벤트사들과 손잡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한식 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기로 했다.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선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한식 요리 아카데미를 세워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한식 전문 조리사도 키우기로 했다. 외국인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한식당을 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정부가 외국인 전문 요리학교를 세워 외국인 조리사들을 배출함으로써 자국 음식이 세계에 퍼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학들이 전통 한식 조리학과를 많이 만들도록 하는 방안도 궁리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들에는 조리 관련 학과 약 100개가 있으나, 이 중에 전통 한식 조리학과는 4개뿐이다.
장태평 장관은 “한식이 전 세계로 퍼지면 식품 수출이 덩달아 늘고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간다”며 “한식 세계화를 통해 현재 13위인 국가 브랜드 가치를 2015년엔 10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인 취향 맞춰 맛·향기 조절 … 혀끝에 ‘태국의 맛’ 심었다 [중앙일보]
한식, 세계를 요리하라 <상> 그들 눈높이로 승부하라
글로벌 태국음식점 ‘블루 엘리펀트’
부시도 푸틴도“맛보고 싶다”스스로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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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 있는 태국요리로 전 세계 11개 도시에 분점을 두고 있는 ‘블루 엘리펀트’ 방콕점. 태국음식 세계화의 민간 전도사로 평가받는 이 식당은 현대적인 디자인과 전통 소품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블루 엘리펀트 방콕점 제공] | |
지난달 초순 이곳을 찾았다. 정문을 들어서자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 벽에 이곳을 방문했던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사진이 즐비했다. 자세히 보니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요리학교 교장 누로르 소마니 스테페 여사와 찍은 사진이 보였다. 퐁팍 칸팍디 지배인은 “부시는 2005년, 푸틴은 2006년 각각 방콕을 방문하면서 태국음식을 맛보기 위해 먼저 방문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최고지도자들이 스스로 찾을 정도라는 것이다. 퐁팍 지배인은 “우리는 이곳을 ‘태국 전통과 문화 그리고 음식의 홍보대사’라 부른다”고 말했다.
퐁팍 지배인의 안내로 식당 건물 3층에 위치한 ‘외국인을 위한 태국요리 학교’를 찾았더니 태국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의 카스린 란젠호퍼 영사 가족이 태국 전통 수프인 ‘똠얌꿍’(새우와 향신료를 찧어서 끓인 맵고 자극적인 태국 전통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반나절 배우는 수업료가 한 사람당 2800바트(약 11만원).
독특한 점은 이 식당이 태국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1980년 태국인 누로르 소마니 스테페와 그의 남편인 벨기에인 칼 스테페(현 블루 엘리펀트사 사장)가 브뤼셀에 연 게 효시다. 식당 이름은 태국 국기에서 왕실을 상징하는 푸른색(블루)과 태국 국가동물인 코끼리를 합성했다. 4년 뒤 칼 스테페 사장은 방콕에 요리재료 수입을 위한 무역회사를 세웠다. 파리와 모스크바 등 현재 전 세계 11개 도시에 분점이 있는데 모두 현지 태국대사관이 국가 경제와 문화 관련 홍보 업무가 있으면 꼭 블루 엘리펀트 음식점을 찾아 협의할 정도다. 중국 상하이(上海)와 제다·아부다비에도 내년 중 분점을 열 계획이다.
태국에는 2002년에야 현 건물에 식당과 요리학교를 같이 열었다. 창업주의 부인이자 요리학교 교장인 스테페 여사는 “방콕 분점은 그동안 해외식당 경영에서 얻는 요리 비결을 태국 내 외국인들에게도 전수해 태국음식이 더 국제화되고 국적을 떠나 모두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일부분이 되도록 하기 위해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태국음식점 5500개 → 1만1000개 [중앙일보]
총리 바뀌어도 전담 조직 튼튼 … 식당 인증제로 신뢰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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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가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나선 것은 2001년부터다. 그해 ‘글로벌 타이 레스토랑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태국음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4년에는 태국음식 세계화 본부인 ‘키친 오브 더 월드’가 정부 조직으로 발족해 프로젝트의 실행을 맡고 있다. 이 조직은 그동안 태국음식의 표준화, 매뉴얼화와 함께 해외 태국식당 프랜차이즈화도 지원하고 있다.
태국음식의 세계화는 정쟁과 정권교체, 쿠데타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진행돼 왔다. 총리가 바뀌어도 상시 기구로 존재하는 이 본부의 추진력은 변하지 않는 데다, 왕실이 직·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태국 정부가 자국 음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가장 신경쓴 것은 외국에 알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무부는 수출진흥국 주관으로 방콕식품박람회(THAIFEX)를 매년 열고 있다. 2007년의 경우 28개국에서 1009개 업체가 참가했다. 고유 민속명절인 ‘송크란’에 외국인이 참여, 축제를 기획해 자국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방콕이나 치앙마이를 찾는 외국인에게 요리학원에서 태국 요리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관광과 음식, 그리고 나라 알리기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이와 함께 태국 음식과 식당의 신뢰를 높이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해외 태국 식당의 품질인증제도인 ‘타이셀렉트’ 인증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태국음식 가운데 해외에 가장 잘 알려진 똠양꿍을 비롯한 주요 요리의 표준 레시피 마련과 보급에도 정부가 나섰다. 음식 이름과 레시피의 영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태국요리 발전 뒤엔 왕실 든든한 후원” [중앙일보]
푸앙아롬 ‘키친 오브 더 월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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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왜 음식 세계화본부가 수출진흥국에 있는가.
“음식은 산업이고 문화다. 그리고 글로벌 시대에 이 둘은 국가경제 경쟁력의 핵심이다. 지난해 쌀만 15억 달러가 넘게 수출했는데 태국음식의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태국 쌀이 맛있다는 평가가 해외에서 나온 것이 큰 공헌을 했다. 해외 태국음식점에서 수입해 가는 음식 재료도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
-왕비가 태국음식 세계화를 지원한다고 들었다.
“2001년 정부가 태국음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부터 씨리낏 왕비가 큰 관심을 보이며 지원해 왔다. 다만 공식적인 활동으로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지는 않고 후원자로서 지원하고 있다. 왕실은 배후에서 태국요리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예로 왕실 주방에서 일하던 최고 요리사가 퇴직하면 개인 식당을 열도록 허용한다. 그동안 왕실에서 의전용으로 개발했던 최고급 요리를 일반에 퍼뜨려 태국요리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태국요리는 대표적 국제화 성공 사례로 꼽힌다. 비결이 무엇인가.
“태국음식을 태국인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의 것이라고 여겨온 것이 가장 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태국음식을 태국인의 것이라고 고집하면 맛에 발전이 없다. 태국음식점은 전통의 맛을 지키면서 현지화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이는 기업이 외국에서 성공하려면 현지화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와 같다. 현재 전 세계에 1만1000여 개가 넘는 태국음식점이 있지만 아직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다만 지금은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려는 음식점보다 해외에서 태국음식점 개설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 많아 음식 세계화가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태국음식 전통의 맛을 지키며 현지화를 하나.
“태국음식의 특징은 맵고(spicy), 시큼하며(sour), 향긋하다(fragrant). 이 세 가지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맛의 등급을 정해 현지화한다. 매운 것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과 유럽은 덜 맵게 하고 대신 향기를 강조하는 식이다. 방콕 유명 음식점에서는 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처음에는 덜 맵고 덜 시큼하며 덜 향기롭게 요리하고, 체류기간이 길어지면 전통 맛에 가까운 요리를 내놓는다. 태국 요리사들에게 이 같은 단계적 요리 서비스는 기본이다.”
-요리사는 어떻게 양성하나.
“주요 대학에 모두 전통 요리학과가 있어 매년 수천 명을 배출한다. 국내 최고 수준인 수안 두싯 국제요리학교는 입학하기가 명문대만큼 어렵다. 호텔과 식당들이 설립한 요리학교가 방콕에만 30여 곳이 있다.”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피플·위크앤 에디터, 방콕·홍콩=최형규 특파원,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뉴욕=남정호 특파원, 유지상·권혁주·이도은 ·전수진·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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