Майк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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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文化/詩 30

나그네 본향

차장 밝혀주던 햇살 남녘 길 재촉하여 기울 때 옆구리로 쏟아지는 졸음 꿈결 헤치고 땅끝마을 향해 산등성 넘는 버스가 대견하고 추수 마친 메마른 들녘 까마귀들 이삭줍기한다 닳아진 고무신 끌던 우수영 울돌목 가는 길목 강산도 변하는 세월에 황톳길 포장으로 탈바꿈하여 이제 구두 신고 종종걸음 흑백 사진첩 사내아이는 주름진 황혼이 되었다. - 정채균 님 출처 : 황광석의 향기메일

人生文化/詩 2022.11.03

구절초

구절초 소슬바람에 햇살도 추위를 타는 가을 끝자락 설핏 기운 석양을 향해 하얗게 웃고 있는 꽃 한 송이 새벽마다 무서리 내리는 이 찬 계절에 어쩌자고 피었는가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바라만 봐도 내가 향기로워지는 꽃 구절초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구절초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기슭 풀밭에서 자란다. 키는 50cm 정도 자라고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번식한다. 9∼11월에 줄기 끝에 지름 4∼6cm의 연한 홍색 또는 흰색 두상화가 한 송이씩 피는데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출처: 황광석의 향기메일

人生文化/詩 2022.11.02

꽃향유

꽃향유 단풍잎에 취했던가 은행잎에 취했던가 소슬바람에 물든 이파리 색종이처럼 뿌려 대는 키 큰 나무에게 다가서다가 무심코 밟아버린 보랏빛 꽃 한 송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껴 드는 햇볕 한 점 아쉬워 꽃대를 세우고 잠시 다녀 갈 나그네벌을 위해 꽃 속에 꿀을 숨긴 것도 죄가 되나요 허튼 내 발길에 무참히 허리 꺾인 꽃향유가 향기로 내게 묻는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꽃향유 :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야에서 자란다. 산야에서 자란다. 줄기는 뭉쳐나고 네모지며 가지를 많이 치고 흰 털이 많으며 높이가 60cm에 달한다. 꽃은 9∼10월에 붉은 빛이 강한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 빽빽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이삭으로 달리며 바로 밑에 잎이 있다. 출처 : 황광석의 향기메일

人生文化/詩 2022.10.26

가을은 지나간 것들을 부른다

가을은 지나간 것들을 부른다 꽃보다 단풍이다 꽃은 삼류 연애소설처럼 몸을 훑고 지나간다 여운이 고전처럼 남는 단풍은 구수한 누룽지 냄새로 온다 밥 먹기 싫을 때 누룽지 먹으면 입안에서 그리운 사람 걸어가고 고향 집 돌담이 떠오르고 감나무잎 누렇게 태우던 빛이 고이고 그 맛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행복하고 서글프다 봄 여름 지나 찬바람 부는 가을에는 누룽지처럼 익어가는 저 숲에 들어 덤덤히 그리운 것들 기다려봐야지 고전소설처럼 접어둔 길 몰래 펴봐야지 - 김진숙, 시 ‘가을은 지나간 것들을 부른다’ 꽃보다 단풍의 깊은 멋. 누룽지처럼 익어가는, 그런 사람 같은 가을의 맛. 덤덤히 그리운 것들을 천천히 불러오는 가을입니다. 이 가을도 어느새 질 것이지만. 출처 : 황광석 향기메일

人生文化/詩 2022.10.25

신령한 소유(所有) / 구상

신령한 소유(所有) / 구상 ​ 이제사 나는 탕아(蕩兒)가 아버지 품에 되돌아온 심회(心懷)로 세상만물을 바라본다. 저 창밖으로 보이는 6월의 젖빛 하늘도 싱그러운 신록(新綠) 위에 튀는 햇발도 지절대며 날으는 참새떼들도 베란다 화분에 흐드러진 페츄니아도 새롭고 놀랍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한편 아파트 거실(居室)을 휘저으며 나불대며 씩씩거리는 손주놈도 돋보기를 쓰고 베겟모 수를 놓는 아내도 앞 행길 제각기의 모습으로 오가는 이웃도 새삼 사랑스럽고 미쁘고 소중하다. 오오, 곳간의 제물과는 비할 바 없는 신령하고 무한량한 소유(所有)! 정녕, 하늘에 계신 아버지 것이 모두 다 내 것이로구나.

人生文化/詩 2022.08.02

청춘

청춘 사무엘 울만 ​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 우리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 속에는 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 인생에서 기쁨을 얻..

人生文化/詩 2022.06.19

쉬,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 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人生文化/詩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