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31 05:36
- [2022 M&A 결산]③
- 국내 PEF 3대장 올해 퍼포먼스 관심 - MBK, 카카오 털어내고 메디트 인수 - 한앤코, 1.6조 빅딜에 남양유업 승소 - IMM PE, 위기 속 회복 움직임 관심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국내 3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MBK)와 한앤컴퍼니(한앤코),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올해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불과 1년 만에 크게 위축된 시장 분위기를 통감하면서 재정비와 도약의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나름의 성과를 이뤄내며 한 해를 마치게 됐다. 여타 운용사와 견줘 상대적으로 넉넉한 자금력을 발판으로 새해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
기어코 빅딜 일궈낸 MBK파트너스
카카오모빌리티와 메가스터디교육(215200) 인수 무산으로 올해를 빈손으로 끝내나 싶었던 MBK는 올해를 이틀 앞두고 빅딜로 한 해를 마쳤다.
MBK는 지난 29일 3D 구강스캐너 업체인 메디트 대주주인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및 설립자와 특수관계인 등 지분 99.5%에 대한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매각 대금은 약 2조4000억으로 알려졌으며, 장민호 메디트 창업자와 특수관계인 등이 지분 매각 대금의 상당분을 재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트의 주요 경영진 역시 공동투자자로 참여할 계획이다.
MBK는 자사 5호 펀드에서 약 1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사용하는 인수 구조를 짠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종결 시점은 2023년 1분기 말로 예상된다.
MBK는 앞선 메디트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번외 원매자’였다. MBK에 앞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따냈던 GS(078930)-칼라일 컨소시엄이 지난달 11일 우선협상기간이 종료되자 곧바로 인수 의향을 드러내며 속도를 냈다. 보름여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따낸 MBK는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2조원 넘는 빅딜의 주인공이 됐다.
MBK는 치과 진료의 디지털 변환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에다 해마다 뛰는 메디트 실적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9년 722억원이었던 메디트 매출은 지난해 1906억원으로 2년 만에 2.6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 역시 367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매출과 에비타는 지난해 대비 각각 40% 이상 증가한 2700억원, 15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MBK는 현재 SK온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참여도 검토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앞선 메디트 인수전에서의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조건을 찬찬히 따져본 뒤 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MBK와 SK온의 프리IPO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PE 컨소시엄 프리IPO와는 아예 다른 채널로 협상하고 있다”며 “이전부터 협상 이어오고 있었으며, 정중동 행보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급할 게 없다’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MBK는 필요에 따라 속도를 올리고 반대로 늦추는 ‘템포 조절’이 연말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유동성이 마른 시장 상황에서 드라이파우더(펀드 내 미소진 금액)에 여유가 있는 상황을 유리하게 접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용히 빅딜하고 승소한 한앤코
한앤코는 엄혹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유의미한 트랙레코드(투자이력)를 쌓았다.
한앤코는 이달 2일 SKC 필름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SKC미래소재 인수를 마무리했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 6월 SKC 미래소재 지분 100%를 1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종결 기준으로 올해 국내 PEF 운용사가 진행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가운데 최대 규모 거래다. 한앤코는 시중 금리 급등에도 7% 초반대 금리로 자금 조달까지 마무리했다.
앞선 지난 7월에는 쌍용C&E(전 쌍용양회)에 컨티뉴에이션 펀드 결성도 마무리했다. 펀드 규모는 15억 달러(약 1조9000억원)로 아시아 운용사가 조성한 컨티뉴에이션 펀드 중 최대 규모다. 영국계 세컨더리 펀드 운용사인 콜러캐피탈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펀드 최대 기관투자가(LP)로 참여했으며, 한앤코도 일정 금액을 투자했다.
컨소시엄은 한앤코가 보유한 쌍용C&E의 경영권 지분 77.68%를 약 15억달러(한화 약 1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한앤코는 지난 2015년 쌍용C&E 공개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이듬해 지분 46.16%를 8837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한앤코는 1호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쌍용C&E를 인수했으며 이번 거래로 컨티뉴에이션펀드로 포트폴리오를 이전하게 됐다.
남양유업(003920)과의 법적 공방에서 이겼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지난 9월 22일 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한앤코와 남양유업의 법적공방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매 운동에다 ‘불가리스 사태’까지 더해지며 진퇴양난에 빠진 홍 회장 측은 한앤코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37만8938주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그러던 같은 해 9월 홍 회장 측은 돌연 한앤코와 맺은 M&A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1심에서만 1년 넘는 법적 공방을 벌였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는 이달 한앤코를 상대로 제기한 310억원 규모 위약벌 청구소송 1심에서도 패소했다.
해당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유사 사례를 겪더라도 장기간 법적 공방에서 오는 피로함과 추가 비용 지출 부담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매각 측이 명백하게 계약을 위반하는 ‘M&A 노쇼’에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다.
위기 속 기회 엿보는 IMM PE
IMM PE가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투자처인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078520)가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에 빠지면서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었고, 지난해 1조4500억원에 인수한 한샘(009240)마저 주가가 크게 빠지는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에이블씨엔씨 최대주주인 IMM PE는 2017년~2018년 약 4182억원을 투자해 에이블씨엔씨 지분 59.2%를 인수했다. 주당 4만 원 이상을 주고 인수한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5240원으로 한 해를 마쳤다. 최근에는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서 매각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에이블씨엔씨는 국내 중저가 뷰티 브랜드간 경쟁이 심해지고, 헬스앤뷰티(H&B) 스토어가 화장품 편집숍 역할을 자처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며 2020~2021년에는 내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 투자처인 한샘도 IMM PE에게 과제를 안겼다. IMM PE는 지난해 롯데쇼핑과 함께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보통주 652만주(27.7%)를 1조4513억 원에 인수했다. 주당 22만원 수준이다. 한샘의 현재 주가는 4만4600원으로 인수 당시 시장 가격(11만~12만원)과 비교해도 괴리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IMM PE는 위기 속에서도 차근차근 스텝을 밟고 있다. IMM PE와 롯데쇼핑은 한샘 주가 하락 후속 조치로 총 1000억원을 마련해 한샘 주식을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1000억원 투자와 함께 한샘 인수금융 대주단과 협의를 통해 2024년 6월까지 한샘에 대한 ‘주가 대비 대출금 비율(LTV)’ 테스트도 면제받기로 했다. 테스트 면제 수수료로 전체 대출액의 1% 이상을 대주단에 추가 납부하기로 했다.
1년 반 동안 LTV 테스트가 유예되면서 한샘 밸류업(가치상향)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샘을 인수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재도약을 위한 기회를 잡은 셈이다. IMM PE가 회사 체질 개선을 위해 향후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도 관심사다.
IMM PE는 최근 새로 조성 중인 로즈골드 5호 펀드 1차 모집도 마무리했다. 모집 규모는 약 8000억원 수준이다.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농협중앙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IMM PE는 2조6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 경색 여파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자금 모금을 마무리한다는 전략이다. 원하는 금액을 채우는 데는 실패 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뚫고 8000억원을 모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있다.
IMM PE는 내년 국민연금 등의 출자 유치 작업을 통해 5호펀드 자금 추가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20년 설립한 크레딧펀드 운용 전문 별도법인 IMM크레딧앤솔루션도 투자 영역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출처 : 이데일리
기사원문 : https://news.nate.com/view/20221231n01023?mid=n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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