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범, 최현재 기자
- 입력 : 2022.03.15 18:01:34
◆ 러, 우크라이나 침공 ◆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곡물대란, 미국 긴축정책, 중국의 봉쇄정책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의 터널에 들어섰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농업부, 산업통상부는 밀·보리 등 주요 곡물과 설탕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정부령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자국 내 공급을 우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출 허가제를 도입할 전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밀, 보리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곡물 수출 대국임을 고려하면 시장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16일 개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연준이 3년3개월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은 예정된 사실이다. 14일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2.14%로 전 거래일 대비 0.14%포인트나 급등한 것은 이런 불안 심리를 대변한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뒤늦게 확산하는 것도 세계 경제에 큰 위기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가 전면 봉쇄됐고, 상하이는 준봉쇄 수준으로 방역이 강화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8% 떨어진 배럴당 103.01달러로 마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전쟁부터 美금리인상 예고까지
전세계 경제 시름
유라시아경제연합국 대상
상반기까지 곡물 수출 중단
코로나 확산·대러제재 우려
주식·채권시장 변동성 커지고
국제유가도 최근 급등락 반복
중국 선전시 전면 봉쇄 조치
美상장 中기술주 동반 폭락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 외에 세계 식량 안보에 위협을 가할 조치까지 쏟아져 나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밀 수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선전시가 봉쇄되며 공급망 우려까지 불거지는 등 세계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 농업부와 산업통상부는 14일(현지시간) 밀·보리 등 주요 곡물과 설탕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 주요 곡물 수출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로 전 세계 곡물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에 대한 밀, 보리, 호밀, 옥수수 등 곡물 수출을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일시적으로 금지할 예정이다. EEU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을 말한다.
러시아 정부는 국내 식품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자국 수요를 우선적으로 충당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이렇게 식량 안보를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침에 따라 최근 급등한 주요 곡물 가격은 한층 더 강한 상승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2월 중순 부셸(1부셸=27.2㎏)당 8달러 수준에 그쳤던 밀 가격은 이달 7일 12.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10.8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던 밀 가격은 다시 상승해 15일 장중 한때 11.32달러로 전장 대비 3.2%가량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밀 수출량은 전 세계 공급에서 약 25%를 차지한다.
지정학적 위기로 곡물 위기 못지않게 국제유가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1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32달러 하락한 103.0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8% 하락하며 배럴당 100달러 선이 붕괴됐다. 최근 배럴당 130달러를 뚫었던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은 긍정적이나 변동성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진 영향이 컸다. 전 세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신할 공급처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뉴스 하나에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이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홍콩에 인접한 중국 선전시가 전면 봉쇄에 들어감에 따라 애플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선전 지역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광둥성 일대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제조업 중심 지역인데, 이 지역이 봉쇄되면 국제 공급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주요 기술주들이 14일부터 폭락세를 보인 것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전장 대비 10.3% 폭락한 77.76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징둥과 바이두 주가 역시 각각 10.5%, 8.4% 하락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식은 전날에 이어 15일 다시 폭락해 12% 떨어진 71홍콩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주요 기술주의 폭락세는 관련 지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홍콩 증시에서 중국 대형 기술기업 30개 주가를 반영하는 항셍테크지수는 14일 11.03% 폭락한 데 이어 15일에는 전장 대비 8.10% 급락한 3472.42로 마감했다. 15일 홍콩 증시를 대표하는 항셍지수도 전장 대비 5.72% 추가 하락한 1만8415.08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하반기 이후 최저치다.
공급난 가중으로 인플레이션 불길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40년래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긴축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연준은 15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이런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금융 여건이 타이트해지면서 연준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세계 경기 하방 위험이 해소되기 전까지 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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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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