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정철환 특파원 입력 2022. 03. 04. 04:17
[세계 석학·전문가 러 침공 분석]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
"이번 전쟁, 전세계 미래 결정할 것.. 우크라인들, 세계에 용기 심어줘"
맥매스터 美 전 국가안보보좌관
"러, 키이우 쉽게 함락 못 시킬 것.. 우크라 항전의식, 예상 뛰어넘어"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군축으로 얻은 평화배당금 사라져.. 군사·에너지안보에 지출 커질듯"
추이훙젠 中 국제문제硏 유럽연구소장
"서방·러 제재, 상당기간 반복될 것.. 푸틴 총체적 목표달성 어렵게 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8일째로 접어들면서 세계적 석학과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도박이 실패했음이 자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친러시아적 입장을 보여온 중국의 학자조차 “정치와 군사, 외교를 총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러시아의) 목표 달성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고 했다. 냉전 수준의 진영 대결이 장기화하면서 군비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푸틴이 전투는 이길 수 있어도, 전쟁은 이미 졌다”며 “러시아 제국의 사망 진단서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아니라 푸틴의 이름이 적힐 것”이라고 했다. 또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실재하는 국가가 아니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의 통치를 갈망한다’고 거짓말을 해왔는데, 거짓말을 너무 해서 자기 자신도 이를 믿게 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전 세계의 응원을 받으며 전력을 다해 저항하고 있고, 전쟁에서 이겨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하라리 교수는 “러시아의 침공이 전 세계인을 각성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대피 수단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고 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러시아 탱크 앞을 가로막은 우크라이나 시민을 언급하며 “이들의 용감한 이야기는 전 세계에 각오와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전쟁은 전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폭정과 압제가 승리하도록 내버려두면 그 대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치르게 되며, 그것을 좌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유럽이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2008년), 크름 반도(크림 반도·2014년) 병합에도 국방 강화에 나서지 않는 등 약점을 보이면서 러시아를 막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로 인해 푸틴은 ‘민주주의는 부서지기 쉽고, 권위주의는 강력하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현역 장성으로 참전했던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쉽게 공략할 순 없을 것”이라고 봤다. 키이우·하르키우 등 대도시를 공략하기에 러시아군 전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미 시게키 전 주(駐)우크라이나 일본 대사도 3일 같은 신문 기고문을 통해 “과거에는 (우크라이나에) 친러파도 많았지만, 러시아가 동부의 분리주의 무장 세력을 지원한 2014년 이래 ‘러시아가 지긋지긋하다’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의 항전 의식이 푸틴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했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지난 1일 중국 매체 ‘관찰자망’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반러시아 엘리트 청산)를 내건 푸틴의 군사행동이 군사적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순 있겠지만, 정치·군사·외교적 고려 요소를 총체적으로 보면 목표 달성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고 했다. 민간인 피해, 난민 발생으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 반대 여론이 들끓게 됐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한 결속을 보인 데다, 미국과 유럽 등의 대러 제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추이 소장은 “러시아와 서방의 ‘제재와 대응 제재’가 전쟁 수준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 재정과 금융 위기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미국과 유럽이 에너지와 군사적 안보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고프 교수에 따르면 국내 총생산(GDP) 대비 미국의 국방비는 지난 1967년 11.1%에서 지난해 3.5% 수준으로 급감했다. 또 영국과 프랑스는 GDP의 2%, 독일과 이탈리아는 1.5%만 국방비로 쓰고 있다. 냉전 시대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국이 국방비 증액에 나서게 됐고, 이로 인해 군비 감축으로 아낀 돈을 경제 발전과 복지에 투자해 온 이른바 ‘평화 배당금’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고 했다.
로고프 교수는 “역사적으로 전쟁 비용이 정부 지출 변동성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잊고 있다”며 “전쟁 중에는 정부 지출과 재정 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자율도 함께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비 증가와 러시아에 의존적이었던 에너지 정책의 전환은 코로나 시대 대규모 부양책을 폈던 유럽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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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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