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文化/詩

많이 살지도 않았지만

PANAX 2017. 4. 21. 03:35

 
많이 살지도 않았지만        박 종 태 
 


파리행 비행기 안.


자리는 만석이지만
이어폰으로 옮겨지는 조용한 음악은
외로운 섬같은 곳으로 나를 안내하고 있고,
만석 사우나에 홀로 앉아 있듯이
난 외로운 평안을 즐긴다.
 
많이 살지도 않았지만.
 
손 대하며 사는 곳곳에 많은 기억들이 함께 한다
 
좀 멀게는 '왕십리'라는 유년시절.
하루에 두끼만 먹는게 상식이라 여기던 때.
부단히 처절히 사셨던 아버님과 어머님.
생존을 위한 님들의 전투적 기억이
지금도 솔솔하게 남아있는 건
그 환경가운데 자식 교육시키려는 처절한 당신들의 몸부림이
나이 먹어서야 이해됐던 먹먹함 때문이리라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교..깡통철학으로 친구들과
많이도 막걸리 주전자를 비웠다.
 
아내를 만나고 결혼하여 두 공주를 얻고
불가리아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27년 이란 시간을 '불가리아'라는 젖을 마시면서 있었던 많은 고난과 감사들.


아이들은 장성하여 결혼하였고,
또, 결혼을 앞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편안하게 사는 것에 대한 가치.


유람선 같은 그런 편안함은
과연 그리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새로움에 대한 도전.
새 인생, 새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
그 도전은 '고난'이란 약과,
'편안'이란 가치에 대한

버림과 거스름을 요구한다.
 
'똘'끼.
 
27년전,

불가리아로 가족을 데불고 왔던 똘아이는
이제 다시 똘아이가 되어간다.


그때의 똘아이와 좀 다른 것은
고난이라는게 '약'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그 쓴 '약'도, 이젠 쓴 약이 몸에 좋다는
굳은 살 때문이리라
 
27년전 내심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설마 망하면 아버지가 안도와 주시겠어?'
 
지금의 똘아이는 이런 평안이 있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소천하셨지만
하늘 아버지가 든든히 내 앞뒤를 챙기신다는 믿음.
때로는 고난이라는 약으로도..
때로는 '이렇게 너를 챙기시고 있다'는 싸인들로.
 
그 싸인은 때론 기적같은 놀라운 합창으로도,
심연의 고통속에 있을 때,

그렁한 내 눈 앞에 살랑이는 이름모를 나뭇잎 하나로도
당신이 내 아버지라는 위로의 싸인을 보내신다.
 
외로운 섬같은 곳에서 외로운 행복이 함께 하고 있다.


뱅기는 움직임도 없이 우웅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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