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바뀌는 미국인들의 입맛
미국에서 히스패닉, 아시안 등 소수계 인구가 늘면서 식품업체들이 혁신을 꾀하고 있다. 주류 백인 입맛에 치중하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소수인종의 입맛을 고려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멕시코 향미부터 간장, 된장 같은 동양 양념 등 이전에는 시장성이 없던 맛들이 지금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소수인종이 수적으로 많아졌을 뿐 아니라 젊은 세대일수록 어려서부터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먹고 자라 이들 음식에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양계업주들은 다리가 셋 달린 닭을 부화시킬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이다. 닭다리 수요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전에는 닭고기 부위 중 가장 인기 없던 허벅지 살 등 짙은 색 고기가 요즘은 수요를 맞출 수 없을 만큼 주문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인구 구성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류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흰 살 부위 대신 짙은 색 고기 부위를 좋아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구성비 변화는 주로 투표 패턴이나 고용 추세에 그 영향을 드러내 왔다. 다른 한편으로 드러나지 않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야는 미국의 입맛이다. 라틴 아메리카나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수퍼마켓 진열대에 레몬 그래스나 스리라차 고추 등을 함유한 식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다국적 식품회사들은 다양한 식재료들을 이용한 실험을 오랜 기간 해왔다. 하지만 대개는 실험으로 끝날 뿐 새로운 브랜드로 이어지지 못했다. 시장성이 있을 만큼 폭넓은 호응을 얻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라티노와 아시안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거대 식품제조사들은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인종에 따른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독특한 과일 맛, 매콤한 양념, 이국적 질감, 색다른 곡물류 그리고 혁신적 포장을 시도하는 것이 기본이 되고 있다.
지난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소수인종 식품 판매는 4.5%가 증가, 87억 달러에 달한다. 시장조사 회사인 민틀그룹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수퍼마켓에서 소수인종 식품판매는 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동 음식과 지중해안 음식의 매출이 가장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캠블 토마토수프 같은 전형적 주류 수프에 코코넛과 레몬 그래스 맛을 가미한 변형이 만들어지고 치킨수프의 누들 대신 키노아가 들어가기도 한다. 프리토 레이는 빨간 고추와 라임 맛을 가미한 도리토스를 선보였다.
멕시코산 과일 맛 소다인 하리토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자연에서는 찾을 수 없는 밝은 색상의 이 음료는 소다 판매가 전반적으로 하강하는 이때에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하리토스의 멕시코 국외 제조 및 판매는 노바멕스가 맡고 있다. 노바멕스의 마케팅 디렉터인 데이빗 플린의 말이다.
“히스패닉 사이에서 인기가 있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히스패닉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하리토스의 어떤 점들, 예를 들어 과일 맛이나 유리 병, 천연설탕 등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하리토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이미 주류로 들어섰고 앞으로 2~3년이면 다른 지역 주류 수퍼마켓에도 들어갈 것이라고 플린은 말한다.
히스패닉 주방에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로 비슷한 결과를 얻은 것은 아부에리타이다. 네슬레가 만든 이 초컬릿은 조리용이나 뜨거운 음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의 성공을 바탕으로 네슬레는 올 여름 자사 제품인 연유 라 레체라를 사용하는 치즈케익 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류사회가 소수계 커뮤니티 문화를 접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맛과 질감에 개방적이라고 네슬레 USA의 국제 브랜드 사장인 칼로스 벨라스코는 말한다. 네슬레 같은 기업들은 이런 추세를 이해하고 시장에 맞게 해석해내는 일이 큰 도전이라고 그는 말한다.
식품회사와 음료 회사들은 같은 제품들을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내기 위해 생산 라인을 바꾸느라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년 전 캠블 수프는 과일과 야채 재배 회사인 볼타우스 농장을 사들였다. 된장과 생강 맛이 가미된 샐러드 드레싱 등 새롭게 변한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식품들을 쉽게 구하기 위한 것이 부분적인 이유였다.
캠블의 식품 포장 역시 인구 구성의 변화를 반영한다. 신제품인 ‘고우 수프(Go Soup)’는 이전의 깡통에서 봉지 형태로 포장을 바꾸었다. 젊은이들을 겨냥한 혁신인데 이들은 크림 형 치킨 수프에 간장, 코코넛 밀크, 녹색 칠리를 가미한 맛들도 좋아할 것이다. 아울러 신제품인 스킬렛 소스와 슬로우 쿠커 소스도 봉지 형태로 포장되었는데 달콤한 한국식 BBQ 맛, 볶은 참깨 맛 등이 포함되어 있다.
소수인종 식품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히 이들 인종집단이 커져서만은 아니다. 식품업체와 식당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연령층은 18세부터 30대에 이르는 밀레니엄 세대인데 이들의 경우 출신 인종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 연령층의 40% 정도는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에 속한다고 캠블의 소비자 담당 부사장인 척 빌라는 말한다.
“그 세대의 부모들에게는 스파게티 & 미트볼만 해도 용기를 내서 도전해야할 음식이었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멕시코 음식에서부터 스시까지 모든 걸, 그것도 똑같은 푸드 코트에서 먹으며 자랐지요.”2~3년 전 몬델레즈는 미국에 벨비타 비스킷을 선보였다. 아침 식사용 통밀 비스킷이다. 미국식 비스킷은 부드럽고 폭신폭신 하며 보통 버터가 잔뜩 들어있다. 반면 벨비타는 평평하고 바삭바삭한 것이 크래커나 스낵 바 비슷하다. 인구 구성변화로 볼 때 벨비타가 미국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몬델레즈는 믿었다.
몬델레즈의 소비자 연구 담당 선임 디렉터인 아밀리아 스트로블은 인구 구성변화가 자사 제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파악하기 위해 센서스 자료며 미국내 국외의 여로 정보들을 많이 참고 했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백인이 주류입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제조사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지켜봐야 할 어린 연령층을 보자면, 12세 미만의 56%는 백인이 아닙니다.”예상대로 벨비타는 대대적 성공을 거두었다. 닐슨 선정 2012년 크래커와 스낵 바 신제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벨비타 크래커에 요구르트를 곁들여 먹으라고 추천하는데, 요구르트 역시 인구 변화로 인해 인기가 급상승하는 품목이다.
펩시콜라 산하 스낵 분과인 프리토 레이의 팸 포버스 부사장은 식습관 변화를 지적한다.
“식사와 간식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요. 칵테일파티에서 먹는 것 같은 음식들을 찾아서 식사로 먹는 것이지요.”프리토 레이는 이런 추세에 맞춰 러플스 포테이토 칩 표면의 골을 깊게 파서 딥을 듬뿍 얹어 먹을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변화한 입맛을 고려해 이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다양한 풍미의 포테이토칩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출처: 미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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