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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한식 해외전도사 3인방의 성공비결

by KBEP 2010. 5. 2.

한식 해외전도사 3인방의 성공비결


韓食으로 해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오영석, 이희숙, 온대성 대표(왼쪽부터)

"가장 전통적인 것이 역시 미국서도 통해"
'북창동 순두부' 이희숙 대표

해외에서 한국의 맛으로 성공한 외식 사업가 3인방이 고국을 찾아 성공 비결을 공개했다.

미국에서 그 맛을 인정 받아 한국으로 역수입된 ‘북창동 순두부’의 이희숙 대표, 후진타오 주석도 한식을 즐기러 찾았다는 중국 ‘대장금’의 온대성 대표, 일본의 대표적인 한식당으로 자리잡은 ‘처가방’의 오영석 대표 등이 바로 주인공.

이들은 10월 31일~11월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5차 세계한상대회에 모처럼 자리를 함께 했다. 1일 ‘한식(韓食) 성공사례’를 주제로 한 특화세미나에서 차례로 강의를 한 이들은 해외에서의 성공 비결을 전수 받으러 몰려든 청중 200여 명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이번 대회 최고 인기 스타로 우뚝 올라섰다.

“해외에서 한식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우리 전통 음식을 고수하면서 또 고유의 맛을 절대 변형시켜서는 안됩니다.” 미국 내에만 9개, 한국에 2개, 일본 1개 등 3개국에 12개 지점을 갖춘 글로벌 순두부 체인점 ‘북창동 순두부’의 이희숙 대표는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미국인 식탁에는 뜨겁고 매운 음식이 거의 없지요. 때문에 그런 맛에 전혀 익숙치 않은 미국인이 처음에 순두부를 접하고선 그냥 가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손님이 며칠 후 다시 가게로 찾아와 순두부를 주문하는 거에요. 처음에는 먹지 않았지만 순두부의 맛을 뒤늦게라도 이해하게 된 것이지요.”

“뜨겁고 매운 한국음식의 전통적인 맛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뜨겁고 맵다는 순두부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메뉴를 다양화시킨 것입니다.” 미국 내 북창동 순두부를 찾는 고객 중 절반 가까이는 놀랍게도 미국인들이다.

이 대표는 순두부도 한 가지 종류가 아닌 김치 순두부, 해물 순두부, 소고기 순두부, 만두 순두부, 카레 순두부 등 십여 가지로 세분화했다. 고객에게 다양한 맛의 선택 기회를 주려는 의도에서다.

또 같은 메뉴라도 ‘매운’ 양념 맛을 차별화했다. ‘매운 맛’, ‘짠 맛’, ‘싱거운 맛’ 등 3가지 중에서 고객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는 조미료(MSG)를 넣고 안 넣고까지 고객들이 직접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제가 알기로도 조미료를 넣고 안 넣고를 손님이 결정하도록 하는 식당은 없습니다. 양념 맛을 고르는 곳 역시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요.” 이 대표는 “이 모든 시도가 고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당연히 일일이 음식을 고객의 주문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주방은 힘들겠지만 고객에게는 원하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1989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미국에 건너간 이 대표는 96년 4월 LA한인타운에 ‘북창동 순두부’ 1호점을 열었다. 사실 이 대표가 처음으로 직접 벌인 사업이지만 한국에서 냉면집을 운영했던 경험이 큰 밑천이 됐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법조계나 기업에서 자리를 잡지 않고 사업에 뛰어든 남편 이태로 씨가 영등포에서 운영해온 ‘함흥냉면’이 이 대표의 첫 직장이었던 셈. “뭔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가 음식인 데다 순두부가 떠올라 결정해 버렸단다.

“냉면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냉면은 한국 사람 말고는 거의 안 먹잖아요. 그래서 두부를 택했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 일고 있던 웰빙 바람에 힘입어 두부가 건강식이고 다이어트에 좋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기 시작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체인점을 늘려오다 2000년에는 한국으로 역수출했다. “여기가 LA의 그 순두부집이냐”는 손님들의 질문도 많아 간판도 알기 쉽도록 ‘LA 북창동 순두부’로 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해놓지 않은 통에 비슷한 상호를 쓰는 가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지금 이 대표가 운영하는 ‘진짜’ 북창동 순두부는 서울 마포와 인천 두 군데뿐이다.

“우리 음식이 너무 상다리가 휠 정도로 넘친다고들 하잖아요. 단점 같기도 하지만 서양인들에게 그런 식탁도 매력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아요. 그들과는 다른 우리네만의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음식쓰레기가 많이 나올 정도로 지나쳐서는 안되겠죠.” 이 대표는 “이제 북창동 순두부가 태어난 지 10년이 됐지만 앞으로도 생명력이 오래오래 가는 장수음식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가정식으로 일본인 입맛 사로잡아"
'처가방' 오영석 대표

일본에서 한국 가정식 전문 식당 ‘처가방’을 운영하는 오영석 대표는 일본 외식 시장에서 성공한 외국인 실력가로 꼽힌다. 연 매출만 20억엔(약 160억원)에 달할 정도로 사업 규모도 크다.

“예전에 한국 음식 하면 야키니쿠(燒肉, 고기구이)밖에 없는 줄 아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았어요. 그만큼 한국에 대한 정보나 인식이 부족했다는 증거입니다.” 오 대표는 대신 한국의 자랑스런 전통 음식들을 내놓기로 결심했다.

오 대표가 도쿄에 처음 문을 연 처가방은 가정식 전문점. 우리식 표현으로는 한정식에 해당한다. 파전이나 잡채, 갈비찜, 제육보쌈, 불고기, 찌개 등이 그의 식당에서 내놓는 주 메뉴들이다. 오 대표는 “우리가 먹는 그대로의 맛을 전하려고 했다”며 “한국인 대상이 아닌 처음부터 일본인 손님들을 겨냥해 식당 문을 열었다”고 말한다.

일례로 일본인들의 입맛을 고려, 고춧가루는 3가지 고추를 섞어 맵지만 부드러운 맛을 내도록 한 것 등이 그가 기울인 세심한 배려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손님들 중에서 “한국 사람들도 야채를 먹느냐고 물어오는 이도 있었다”고 그는 전한다.

당시만 해도 한국 음식점이라면 고깃집이 거의 전부였지만 오 대표의 처가방이 성공을 거둔 이후 일본내에서 가정식 스타일의 한식 전문점이 많이 늘어났다.

대구 영남대를 다니다 중퇴, 명동에서 양장점도 경영해 본 그는 원래 패션 사업 지망생이었다. 83년 패션 섬유를 공부하러 일본에 유학을 갔다가 그만 외식 사업가로 변신했다. 백화점과 패션 관련 업무를 이야기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김치 전문 매장을 연 것. “일본 사람들이 한국음식에 대해 너무 몰랐고 한국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전업하게 됐다”고 오 대표는 말한다.

처가방은 한국 가정식 음식 사업을 식품 판매 부문과 레스토랑 판매 부문으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93년 식료품점 요쯔야 본점 개업을 시작으로 96년 한국 가정요리 레스토랑 1호점을 오픈하는 등 점점 성장, 지금은 한국 가정식 식품점 12개점과 레스토랑 14개점을 운영할 정도로 사세가 확장됐다. 백화점 식료품코너에 배추김치, 나물, 깍두기, 오이김치, 고추장을 납품하고 있고 아담한 규모의 김치박물관도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일본에서 김치와 비빔밥, 갈비 등 한국음식은 이미 재일동포, 한국인, 일본인이 경영하는 한국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 됐습니다. 김치, 불고기, 갈비, 비빔밥 등 기존 한식에서 탈피 가정식 음식의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 요즘 일본 내 한국음식 시장의 추세죠”

오 대표는 지금 한류 열풍으로 인해 일본에서 한국음식 소비자가 급증했지만 일반적인 한국음식으로는 이미 경쟁력이 너무 치열하다고 얘기한다. 오 대표는 특히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인들은 한두 가지 메뉴를 많이 먹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고루 맛보는 특징이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서 '관시' 만으로 덤벼들었다간 낭패"
'대장금' 온대성 대표

중국에서 온 온대성 대표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방문해 유명해진 한식음식점 ‘대장금’의 성공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400만 개의 외식업체가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음식 대결의 경연장. 시장 규모가 크고 한류 열풍이 몰아치고 있어 한식의 중국진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성공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요리의 천국이라는 중국인 만큼 ‘음식맛’만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온 대표는 “중소형 한식당 500여 개 업소가 중국에 진출했으나 약 80% 이상이 영업부진을 면치 못해 대부분 철수한 상황”이라며 중국 외식 시장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얘기부터 꺼낸다.

93년 두산그룹의 북경지사장으로 처음 중국 땅을 밟은 온 대표는 97년 베이징의 한국식당 ‘수복성’을 오픈했다.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은 이후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2003년에는 한국음식점 최초로 중국 정부로부터 특급식당으로 지정됐다. 총 81개의 중국 내 특급식당 가운데 외국계로는 TGI Friday’s에 이어 두 번째로 지정되는 성과였다.

수복성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그는 올 초 전주비빔밥 전문 프랜차이즈인 ‘대장금’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연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중국전문가로서의 명성에 걸맞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4회 세계미식대회에서는 전주비빔밥으로 대상을 차지하는 영예까지 누렸다. 그가 관리하고 있다는 1만5,000여 명의 고객 명단도 그에게는 커다란 힘이 됐다.

“중국에서는 인간관계를 지칭하는 ‘관시’만 좋으면 잘 되는 나라로 생각하잖아요. 중국을 잘 모르고 하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하면 더한 ‘정도 경영’밖에 더 좋은 성공 조건은 없습니다.” 온 대표는 매일매일 영업 상황과 결과를 직원들에게 모두 공개한다. 덕분에 직원들이 마음을 다해 일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이 허술해 보이지만 결코 편법으로는 오래 못간다는 것이 그의 경험 철학이다.

“한국음식이 세계화될 수 있는 것으로는 비빕밥과 불갈비, 떡, 인삼, 고추장, 김치 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 가장 외국인들이 접하기 쉬운 것이 비빔밥이죠.” 온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음식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식 고유의 전통 맛을 고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이전에 중국과 중국인을 사랑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