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11-04 18:17
해외 건설시장에서 원전 사업에 뛰어드는 한국 건설사가 늘었다.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와 탄소 감축의 필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SMR(소형모듈원전)을 포함한 원자력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다.
한국 정부 또한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원전이 건설업의 새 먹거리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인력 수급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인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연내 불가리아 정부와 코즐로두이 원전 2기 설계 계약을 앞두고 있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내에 1100메가와트(㎿)급 대형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공사로 현대건설의 총 사업비는 약 9조 원 정도다. 2월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해외 유명 건설사를 제치고 단독으로 의회 승인을 받아 최종 계약 체결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1978년 국내 첫 상업 원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한국형 대형 원전 36기 중 24기의 시공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SMR 사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원자력 전문기업 ‘홀텍’과 협업해 영국 최초 SMR 기술 경쟁 입찰 프로그램에서 최종 후보사 4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최종 사업자 선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수주를 시작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기술분야 역무로 비즈니스모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또한 루마니아를 필두로 세계 원전 시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동부 체르나보다 원전 단지에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한편 기존 원전 2기(체르나보다 1·2호기)를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상반기 루마니아 삼중수소 제거설비 공사를 시작했다. 7월부터는 글로벌 SMR전문기업 ‘뉴스케일’과 공동으로 도이체슈티 화력발전소 SMR 교체 사업 기본설계(FEED)를 진행 중이다. 이를 시작으로 루마니아 원전 1호기 설비개선 등 사업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국내 건설사 중 원전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건 대우건설이다.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돼서다.
총 사업비만 약 2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달 체코 원전 발주사 대표단의 한국 방문 계획이 잡혀있어 최종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1991년 월성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마친 이래로 현재까지 총 30여 개의 원자력 관련 프로젝트에서 내실을 다졌다.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해외 원자로 시스템(요르단 연구용 원자로)을 수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해외 원전사업 수주가 활발해지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원자력산업실태조사 결과 2022년 말 기준 원자력 산업 분야 인력은 3만5649명으로 고점을 찍었던 2016년(3만7261명) 대비 4.26% 줄었다. 이 가운데 원전건설과 운영에 종사하는 인력은 2만239명(56.8%)이다.
체코 원전 등 대규모 사업 수주가 늘어나면 앞으로 원전 인력은 더욱 부족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원전 산업 인력 수요를 5만1500명, 공급을 4만7000명으로 각각 예측했다. 약 4500명 모자라는 상황이다.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된 이후 원자력 관련 학과 전공자도 줄어들며 2017년 2777명이던 원자력 전공자(학·석·박사)는 2022년 기준 22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원자력 관련 대학교 신입생 수는 전국 418명으로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원자력 핵심 인력 유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원전업계 전반의 인력수급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원전 생태계 퇴직자 활용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말 수립 예정인 ‘2050 중장기 원전산업 로드맵’에 이 같은 사항을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인력 수급 문제를 일 순위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재열 한국공학대학교 석좌교수는 “원자력 전공자 인턴십 지원, 퇴직자·재직자 경력전환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원자력 사업 생태계가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관련 인력 보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물산은 9월 초 원전영업팀을 해외영업본부 산하로 보내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형원전, SMR, 사업개발, 영업, 수행 등으로 팀을 세분화했다. 정부의 원전사업 확대 여부에 따라 추가 채용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원전 사업은 국가가 장려하는 사업이니만큼 최근 추세를 볼 때 관련 부서 인원 또한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비슷한 시기 조직개편에 나섰다. 당초 원전 관련 인력은 2개 팀, 2개 태스크포스팀(신규원전TF팀, 원자력설계TF팀)으로 구성됐으나 5팀 1반 체제가 확립됐다. 체코원전준비반을 꾸린 동시에 △국내원전팀 △SMR(소형모듈원자로)팀 △원자력설계팀 등을 신설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앞으로 원전 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조직원 또한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 이투데이
기사원문 : https://www.etoday.co.kr/news/view/2416047?trc=right_categori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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