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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기자수첩] 힘든 인삼농가를 더 외롭게 하는 것

KBEP 2023. 2. 19. 07:54
  • 안형준 기자 
  •  승인 2023.02.17 18:11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보기 싫은 장면을 목격하거나 듣기 싫은 말을 듣곤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의 줄임말)’도 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면 누가 억지로 시킨 일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처한 일이라며 ‘누칼협?’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삼 농가 1000여명이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는 뉴스의 댓글에서 누칼협이라는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올해 농사를 준비하는 바쁘고 중요한 시기에 농가들이 차가운 아스팔트에 서서 구호를 외쳤는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돈 안되는 작물을 왜 키우며 손해가 발생하는 부분을 정부가 왜 보존해줘야 하냐는 반응이었다. 

인삼 농가들이 정부에 주장하는 건 크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정부가 인삼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하고, 인증제도 도입과 정책자금의 상환을 유예해 달라는 것이다. 인삼 농가들의 이같은 주장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정부에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인삼의 수급불균형 문제는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출시되고, 소비자의 기호가 변하며 수삼과 인삼 제품 판매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까지 발생해 수출길도 막히고, 최근에는 경기 악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인삼 소비는 과거보다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농가의 경우 인건비와 각종 농자재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에 2~3배가 뛰었지만 정작 4~6년 동안 정성껏 재배한 인삼의 가격은 생산비의 절반도 건지지 못하니 농사를 포기하는 수가 늘거나 빚쟁이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인삼 산업이 이런 어려움을 겪는 건 적극적이지 않았던 정부의 잘못도 있다. 농가들이 여러 차례 수급 조절을 건의해도 정부에서는 인삼이 쌀과 같은 필수식품이 아닌 기호식품이라는 이유로 개입을 꺼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삼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면 농사를 포기해 면적을 줄이면 된다는 ‘누칼협’과 같은 반응을 보일 때마다 인삼 농가들은 좌절했다. 인삼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자구책을 강구해봤지만 이미 수급불균형은 업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상황까지 치달았다. 정부가 하루빨리 인삼 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농가들의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안형준 식품팀 기자 ahnhj@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기사원문 :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