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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비 가장 적게 쓰며, 암사망률은 최저

KBEP 2022. 6. 1. 09:42

美 예일대, 선진 22국 비교
‘협·조’ 잘되는 한국, 암과의 전쟁서 성과

입력 2022.05.31 03:39
국내 한 대학병원의 암 수술 장면./조선일보 DB

한국이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암 치료 분야만큼은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예일대 의대와 바사 칼리지 연구진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덴마크, 스웨덴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소득이 높은 22개 국가 의료비와 암 치료비, 암 사망률 등을 비교 분석(2019년 기준)해 지난 27일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헬스포럼 최신 호에 실었다.

우선 한국은 암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암 사망률에 있어 한국은 10만명당 75.5명으로 22국 중 최저였다. 조사 대상국 전체 평균은 91.4명. 일본이 81.5명으로 2위, 호주와 스위스,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이 80명대였으며, 덴마크가 113.7명으로 가장 안 좋았다. 미국은 86.3명이었다. 1인당 총의료비도 한국이 298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미국(1253만원), 스위스(1102만원)와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였다.

다만 총의료비 중 암 치료에 쓰는 비율(9.6%)은 한국이 가장 높았지만 총의료비가 적어 암 치료에 쓰는 비용은 여전히 낮았다. 2019년 1인당 암 치료비(해당 국가 총 암 치료비를 인구 수로 나눈 것)로 29만원을 썼는데 이는 전체 조사 대상 22국 중 8위였다. 이때 암 치료비는 국가와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모두 합친 것이다. 비율로 따져 2위는 일본(7.5%)이고, 가장 낮은 나라는 스웨덴(3.7%)이었다.

당초 이 연구는 지난 2020년 미국에서 전체 암 치료비로 2000억달러 넘게 쓰이자, 사용한 금액만큼 실제 환자들이 건강상 혜택을 입었는지 확인하고자 시작됐다.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은 암 연구와 치료를 포함한 건강관리에 유럽 등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돈을 썼다. 2000년 1조9000억달러에서 2019년 3조8000억달러로 약 2배로 상승했다. 암 생존자 중 12~62%는 치료비를 대느라 빚을 졌다고 보고됐을 만큼 환자들은 암 치료비에 부담을 느꼈다.

그런데 연구 결과, 미국인은 암 치료비로 한국인보다 1인당 2배 많은 67만원을 쓰고 있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다른 나라들이 암 치료에 쓰는 1인당 평균 비용은 34만원으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흡연율이 낮다. 연구진이 암 사망 가장 큰 위험 요소인 흡연 요인을 보정해 암 사망률을 다시 비교하니 이번엔 9국보다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흡연율 보정 사망률에서도 10만명당 50.1명으로 최저였다. 일본(55.8명)과 스위스(57.4명)가 뒤를 이었고, 덴마크(85.7명)와 네덜란드(85.6명)가 각각 1·2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암 종류별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으나 5년 생존율이 99% 이상이고 위험도도 낮아 국가별 암 사망률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돈은 가장 적게 쓰면서 암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①건강검진 활성화로 ②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가능하고 ③의료비가 저렴하며 ④의료 수준이 높고 ⑤의료 접근성이 좋아 1차 진료부터 전문의에게 받을 수 있는 점을 꼽았다.

한국은 특히 중증 질환, 즉, 한번 걸리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 진료를 잘하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임석아 서울대암병원 종양내과센터장은 “전 국민 의료보험으로 의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으면서 치료비가 낮고 국가 조기 암 검진과 건강검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위암·대장암·유방암 등 흔히 발생하는 암을 조기 발견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며 “실제 우리나라 의료 수가는 미국의 10분의 1 이하인 데다 수술은 외과, 항암 표적 치료제는 종양내과,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종양학과가 맡는 등 각 분야가 협진해 전문적으로 암을 치료하기 때문에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환자가 원하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은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안 돼 있어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치료를 못 받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은 신약 임상 시험을 가장 활발하게 잘하는 도시 중 하나로, 임상 시험에 쓰는 신약은 환자들이 복용하더라도 비용을 임상 시험 주최 측에서 부담하므로 비용 산정은 안 되지만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고 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주요 암 생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고 뇌졸중 진료 수준도 탁월하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위암 진단의 기본인 위 내시경을 할 줄 아는 의사, 에크모(인공심폐기) 등 복잡한 고가 장비를 척척 쓰는 의사가 많아 해외에서도 한국 의술을 배우러 올 정도”라고 했다.

다만 여기엔 ‘한국 보건 의료 체계의 역설’도 깔려 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선 암에 걸리면 사는 곳과 상관없이 수도권 5대 대형 병원으로 몰려간다는 특징이 있다”며 “우리나라 한 해 위암 환자는 평균 3만명 정도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서울 지역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그중 한 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는 환자는 한 해 1만명이 넘는다”고 했다. ‘환자를 많이 보면 의료진의 실력은 높아진다’는 기본 원리가 여기서도 작동한다는 얘기다. 대형 병원 환자 쏠림 현상은 분명 해결해야 할 폐단이지만 적어도 암 같은 중증 질환에서는 탁월한 진료 성과를 도출해내기 때문에 환자들을 서울 대형 병원으로 못 가게 막기보다는 지방 병원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은 기자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2/05/31/2ULQ5QBLFZAI3BEDXI5WGYQNWI/?utm_source=kakaotalk&utm_medium=shareM&utm_campaign=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