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 | 2022-05-13 16:27:06
[비즈니스포스트] '3조4404억 원'. 이마트가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하는데 쓴 금액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서울 성수동 본사까지 매각하며 지마켓글로벌 인수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정 부회장은 "얼마에 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짜리 회사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할 만큼 지마켓글로벌을 신세계그룹의 도약을 위해 중요한 퍼즐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마켓글로벌의 성적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다. 이커머스업계의 점유율로 여겨지는 총거래액이 크게 후퇴했다.
지마켓글로벌의 총거래액을 반등시킬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정 부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무색해질 수 있다.
13일 공개된 이마트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지마켓글로벌의 총거래액 후퇴가 두드러진다.
이마트가 공개한 지마켓글로벌의 1분기 총거래액(GMV)은 3조7980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올해 1분기 국내 온라인쇼핑 평균 총거래액 증가율이 11.8%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경쟁사인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채널인 '롯데온'은 1분기 총거래액이 862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5% 높아졌다.
총거래액 감소는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마켓글로벌은 과거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10% 안팎의 점유율을 보였지만 이번에 7.7% 수준까지 낮아졌다.
지마켓글로벌은 1분기에 이마트의 손익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지마켓글로벌은 1분기에 영업손실 194억 원을 냈다. 이마트 자회사 가운데 SSG닷컴이 낸 영업손실 257억 원에 이어 2번째로 적자 규모가 크다.
지마켓글로벌의 총거래액 감소는 정 부회장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로 파악된다.
2020년 기준 지마켓글로벌의 총거래액은 2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을 담당하는 SSG닷컴의 총거래액이 4조 원 정도였다는 점에서 신세계그룹은 지마켓글로벌 인수를 통해 총거래액을 24조 원가량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커머스업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에 이어 신세계그룹이 3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증권가들이 바라본 이유다.
하지만 지마켓글로벌의 총거래액 후퇴는 이런 증권가 분석을 빗나가게 만들고 있다. 지마켓글로벌 총거래액이 감소한다면 양강 구도를 위협하는 입지로 올라서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마트가 지마켓글로벌 인수를 결정할 때도 신세계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심심찮게 나왔다.
홍콩계 증권사 CLSA의 브라이언 리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며 ”이베이코리아의 플랫폼은 이커머스 1세대인 오픈마켓 플랫폼인 데다 기존 업체들과 차별점도 거의 찾을 수 없으며 이번 인수로 이마트의 부채가 증가해 회사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양새라 신세계그룹의 위기감도 상당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SSG닷컴이 성장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SSG닷컴은 올해 1분기에 총거래액이 1조5586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이는 국내 온라인쇼핑 평균 총거래액 증가율을 2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SSG닷컴의 총거래액이 지마켓글로벌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만큼 지마켓글로벌의 부진이 이마트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마켓글로벌에서 이탈하고 있는 고객을 잡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만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마켓글로벌 관계자는 “총거래액은 4분기를 향해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올해 1분기에는 거래단가가 낮은 식품과 생필품 쪽에 마케팅을 집중해 총거래액이 감소했다”며 “2분기에는 거래단가가 높은 가전과 가구에 힘을 주고 있으며 다음 주부터 할인행사인 ‘빅스마일데이’가 시작하기 때문에 거래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3일 이마트 기업분석 리포트를 내놓은 증권사 11곳 가운데 10곳은 이마트 목표주가를 모두 낮춰 잡았다. 기존 평균 목표주가는 약 21만3천 원이었지만 이번 평균 목표주가는 17만5천 원으로 17.8% 낮아졌다.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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