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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민간기업인데”... ‘公社’ 내세워 홍삼 장악한 KGC인삼공사, 영세 업체엔 상표 소송

by KBEP 2022. 5. 12.

[비즈톡톡]
애견건강보조식품 ‘견관장’에 상표권 소송
농협홍삼, 동인발효삼 등에 상표권 침해 제기
2002년 민영화... ‘국가 인증 브랜드’ 유지 위해 공사명칭 20년간 사용
업계 “영세업체 죽이는 내로남불” 지적

입력 2022.05.11 06:01

KGC인삼공사가 최근 애견건강보조식품을 만드는 회사와 소송전을 벌였습니다. 해당 업체가 2020년 10월 내놓은 ‘견관장’이라는 제품이 자사의 대표 홍삼 브랜드 ‘정관장’ 상표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디자인까지 유사하다는 게 KGC인삼공사의 주장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홍삼 제조·유통업계에선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2012년 농협홍삼을 향한 상표권 침해 소송을 벌인 이후로 KGC인삼공사가 시장에 홍삼 제품이 나왔다하면 소송을 제기한 데 더해 애견식품까지 막은 데 대한 비판입니다.

KGC인삼공사의 홍삼 브랜드 '정관장'. /KGC인삼공사 제공

실제 국내 홍삼 시장의 역사는 KGC인삼공사가 벌인 상표권 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간기업인데도 ‘공사(公社)’라는 명칭을 앞세워 국내 홍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KGC인삼공사가 경쟁자의 추격이 있을 때마다 상표권 침해 소송으로 반격에 나서왔기 때문입니다.

소송전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갑니다.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해 만든 농협홍삼이 한삼인을 만들어 꾸준히 매출을 올리자, KGC인삼공사는 한삼인이 자사 상표권(홍력·홍삼정G클래스) 및 디자인(홍삼정G클래스)을 침해했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후 KGC인삼공사는 2018년 종근당건강(아이키커-아이커 상표 유사), 2019년에는 동인발효삼(홍삼 로고 유사)을 향해 상표등록 취소 청구를 했습니다. 2020년에는 대동고려삼주식회사를 향해 로고 등 유사상표 특허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업계에선 KGC인삼공사를 향해 ‘영세업체를 죽이는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공사라는 이름을 내세워 ‘홍삼=정관장’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상황에서 제품명 등 상표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곧장 소송을 걸어 사업 영위 자체를 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KGC인삼공사는 2002년 민영화된 KT&G(82,500원 ▲ 700 0.86%)의 전신인 담배인삼공사가 1999년 인삼사업부를 분리해 세운 100% 자회사인데요. 국가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기업이라는 의미를 지닌 공사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인증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계속 사용하기 위함이죠.

덕분에 KGC인삼공사는 국내 홍삼 시장의 70%를 홀로 점유하고 있습니다. 농협이란 지원군을 등에 업은 농협홍삼, 자금력이 있는 종근당건강 정도만이 상표권 소송을 버티며 시장 점유율을 일부 점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농협홍삼은 시장 2위지만 시장 점유율은 5%에 그칩니다.

이런 가운데 KGC인삼공사를 향해 ‘공사’를 떼라는 소송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7년 대법원은 ‘유사상호의 판단 기준에 관한 예규’에서 국가·공공단체와 관련 있다고 오인할 수 있는 사기업의 공사 상호를 금지했지만, 이미 등기된 상호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관장 홍삼 제품. /KGC인삼공사 제공

KGC인삼공사의 홍삼 제품은 가격도 비쌉니다. 국가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씌운 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협홍삼 한삼인의 홍삼정스틱의 경우 60포가 12만원에 책정됐지만, KGC인삼공사 정관장의 홍삼정에브리타임은 스틱 50포가 13만9000원입니다.

홍삼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KGC인삼공사의 홍삼 제품은 다른 업체의 홍삼과 비교해 사포닌 함량, 중량, 농약잔류량 등 성분에서 크게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훨씬 더 비싸다”면서 “공사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이익만 챙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GC인삼공사도 홍삼업계의 이 같은 시선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국회에서 공사 명칭 규제가 논의되기도 하면서 한때 공사라는 명칭이 들어간 사명을 자사의 대표 브랜드인 정관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국내 홍삼 시장의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속에서 그나마 활로가 되는 중국 시장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이 KGC인삼공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사회주의권인 중국 시장의 특성상 ‘공사’라는 이름이 들어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신뢰도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KGC인삼공사는 “인삼 수출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사용해 온 ‘인삼공사’라는 명칭을 바꾸게 될 경우 위조품 오인 등 고려인삼의 신뢰도에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KGC인삼공사뿐만 아니라 인삼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GC인삼공사 매출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2019년 1조4036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1조3335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조2928억원으로 재차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019년 2059억원에서 지난해 절반 수준인 1168억원이 됐습니다.

KGC인삼공사는 유산균·멀티비타민과 카페, 뷰티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홍삼은 여전히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합니다.

공사라는 명칭을 그대로 두고 ‘정관장’, ‘홍삼정’ 등 브랜드명 사용을 막는 소송전이 어쩌면 더 거세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배동주 기자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2/05/11/74MQHFPCM5DH3DSJYKSA3ZDNZ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