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 04. 27. 11:24
발표 직후 러産 가스 가격 17%급등
세계은행 "작년보다 15%이상 뛸 것"
한국도 영향권..인상분 반영 불가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유럽 국가들의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에너지 무기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천연가스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조치가 대러 제재에 동참 중인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급 중단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가스 가격은 27일 오전 1시(그리니치 표준시·GMT) 기준 메가와트시(MWh)당 99.18유로에 거래 중이다. 이는 전일 대비 6.34% 오른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유럽 가스 가격은 전일 대비 17%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스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고, 대상 국가마저 확대될 경우 오름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점을 예고한 것이다.
이날 발표한 상품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50여년 만에 최대 물가 충격과 스태크플레이션 초래 가능성을 경고한 세계은행은 2020년 4월 이후 가격이 배 이상 치솟은 유럽의 천연가스 부문의 가격 상승이 물가 충격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세계은행은 천연가스 가격이 내년과 2024년 하락하겠지만 지난해보다는 15%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27일부터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공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양국에 통보했다. 러시아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진 않았지만 지난 22일 러시아가 제시한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를 위한 준비 시한이 지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양국은 러시아산(産)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당장 전체 가스 수요의 77%를 러시아에 의존 중인 불가리아는 단기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존율이 40% 수준인 폴란드는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에 대비한 만큼 영향이 작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폴란드 가스저장고는 76% 채워진 상태고, 폴란드는 가스공급처 다양화를 위해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폴란드가 리투아니아, 체코, 슬로바키아와 새로운 가스관을 연결해 연간 9~10Bcm 규모의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액화석유가스(LNG) 수입으로도 연간 6Bcm 규모의 가스 수요를 충족시킬 계획을 이미 세워뒀다”며 “러시아산 가스 수입 규모(연간 10.2Bcm)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이 두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랑 루세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에너지 분석가는 “나머지 유럽에 대한 경고 사격”이라며 “독일에서 폴란드에 가스를 지원할 경우 유럽 가스 가격은 더 큰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전체 가스 사용량의 40% 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가스값 상승 추세는 유럽을 넘어 다른 대륙으로도 빠르게 전이되는 모양새다.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 위한 미국산 LNG의 유럽 수출이 급증하면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 대비 80% 이상 높아졌다. 여기에 중동산 LNG 가격도 유럽 내 수요가 급증할 경우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 역시 장기적으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체 수입량의 25%를 차지하는 카타르산 LNG 가격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기 전 맺어진 장기계약에 따른 것이지만, 추후 계약 과정에선 인상분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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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헤럴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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