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 입력 2022. 04. 02. 06:01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21세기 전면전은 없다' 인식 깨져
나토 회원국, F-35 전투기·미사일방어체계 찾아
캐나다, 美 F-35 백지화에도 도입 불가피 판단
러 각종 미사일 발사에.. 서유럽, BMD체계 관심
동유럽, 효과 입증된 재블린·스팅어 도입 추진 중
단기 전력 증강 필요성.. 검증된 미국산 무기 수혜
유럽에 10만명 병력 배치한 미군과의 연합작전 유리
미국산 대신 유럽 방산업체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미사일과 전폭기 등을 총동원해 우크라이나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러시아의 행동이 ‘21세기 유럽에서 전면전은 없다’고 믿어왔던 서방측의 인식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해 안보를 보장받으려는 동유럽, 그동안 소홀히 했던 군사력을 재정비하려는 서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미국 무기를 사겠다는 제의가 급증하는 추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에 대한 유럽의 안보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F-35·미사일방어체계 등 주목받아
유럽 내 미국산 무기 수요가 치솟자 미 국방부는 전담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생산 일정을 앞당기고 공급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방산업체들과 협의도 진행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찾는 미국산 무기로는 F-35 스텔스 전투기와 미사일방어체계가 꼽힌다.
북극에서 러시아와 인접해 있는 캐나다는 F-35 88대를 구매할 예정이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F-35는 성능이 뛰어나고 상호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F-35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미 공군과 함께 북미 영공을 순찰한다.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방어 능력을 지원한다.
캐나다의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당초 캐나다는 F-35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도입하려 했으나 2015년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이후 F/A-18, 그리펜 등의 기종이 거론됐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캐나다 영공을 미국과 함께 지키려면 F-35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F-35 구매 문제로 7년간 논란을 빚었음에도 F-35를 선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위협 대응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재무장 기조로 돌아선 독일도 군 현대화를 위해 F-35 35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노후한 토네이도 전폭기를 대체하는 F-35는 전술핵무기 탑재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외에는 별다른 미사일방어체계를 갖추지 않았던 서유럽 국가들로서는 경각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방어 레이더(BMDR)와 지휘통제 전투관리통신(C2BMC) 및 관련 장비의 해외군사판매(FMS)를 승인하기로 했다.
미 국방안보협력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탄도미사일방어(BMD) 효율성을 높여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영국의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영국은 BMD 레이더를 흡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유지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독일은 애로우 요격미사일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애로우-3는 요격고도가 100㎞에 달하며, 적 미사일을 직접 타격한다. 1개 포대는 6발들이 4개 발사대 차량과 탐지장비, 통제장치 차량 등으로 구성된다.
요격고도가 애로우-3보다 조금 높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이스라엘보다 훨씬 넓은 영토를 지켜야 하는 독일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애로우-3는 다른 탐지수단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요격작전을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그린파인 레이더를 사용한다. 탐지거리가 500~1000㎞ 이상인 그린파인 레이더는 한국군도 사용하는 장비다.
독일은 자국 내에 그린파인 레이더 3기 이상을 배치해 탄도미사일 탐지를 실시하고, 애로우-3과 패트리엇 등으로 요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레이더는 폴란드, 체코 등 독일과 인접한 국가들이 갖춘 요격미사일 포대에 요격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관측이 현실이 되면, 독일이 중부유럽에서 실질적인 안보 리더로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폴란드는 MQ-9 리퍼 무인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UH-1Y 기동헬기 8대와 AH-1Z 공격헬기 4대를 주문한 체코는 동일한 기종 12대를 추가 구매할 방침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미국산 무기 구매에 적극적인 이유는 단기적인 전력증강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손꼽히는 방위산업체를 다수 보유한 유럽국가들은 자국의 무기 소요를 자체 개발로 충족할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소요제기→소요확정→타당성 조사→연구개발→양산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거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한 유럽으로선 느긋하게 연구개발을 진행할 여유가 없다.
반면 미국산 무기는 성능이 검증됐다.
F-35는 미국과 영국, 한국, 일본, 이스라엘 등이 사용하고 있고 재블린과 스팅어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단기간 내 전력증강을 꾀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유럽 국가들로선 미국산 무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유럽에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한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해 유사시 연합작전을 수월하게 진행하려는 의도도 있다.
미국산 무기 도입 확대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유럽의 방위력을 높이고자 국방비를 대폭 증액했다면, 미국 대신 유럽 방산업체가 생산한 무기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은 노후한 토네이도 전폭기를 F-35A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직후 자국 내 첨단 산업 일자리 보호 필요성 등을 들어 에어버스가 만든 타이푼 전투기 구매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6세대 전투기 ‘미래전투항공체계(FCAS)’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DS)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숄혼은 지난달 15일 트위터에 “토네이도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전폭기 역할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타이푼 트랜치-5로 대체되어야 한다”며 “타이푼은 FCAS로 가는 기술적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독자적인 방위력을 충분히 확보하기까지는 미국의 안보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급속히 증가한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산 무기 구매는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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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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