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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우크라이나 늪에 빠진 중국

by KBEP 2022. 3. 28.

미국은 “러시아처럼 제재당한다” 경고하고, 러시아는 비밀 면담 공개하며 빠른 물자 지원 압박
우방국 우크라이나로부터는 “대국답게 행동하라”는 훈계 들어

입력 2022.03.28 00: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고전하면서 러시아를 측면 지원해온 중국이 요즘 국제 외교 무대에서 동네북 신세입니다.

물자 지원을 검토하다 미국으로부터 “잔혹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죠. 유럽 내 우호국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로부터는 “존경받는 대국이 되고 싶으면 그에 맞게 행동하라”는 훈계까지 들었습니다.

◇‘옐로 카드’ 받은 시진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월18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화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검토하자 직접 나서서 ‘옐로 카드’를 꺼내 든 거죠.

백악관 설명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물자 지원이 중국에 미칠 영향과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고 합니다. 시 주석 체면을 생각해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국도 러시아처럼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을 거예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대외무역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합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무역이 전체 무역의 3분의 1 이상에 이르죠. 지난 2월 중국과 EU의 무역 총액은 1370달러, 미중 무역은 1233억달러였습니다. 반면 중러 무역은 264억달러에 불과했어요.

러시아를 지원했다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되면 중국 경제는 올해 목표로 한 5.5% 성장은커녕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점을 언급하며 “각오하라”고 했을 거예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양국 정상회담 발표문이 올라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 부분은 통째로 빠져 있었습니다. 시 주석으로서는 제대로 망신살이 뻗친 거죠.

◇쉬쉬했던 러 국방차관 비밀면담 공개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경고를 받고 지원을 머뭇거리자 양국 간 비밀 면담 사실을 공개해 버린 거죠.

미중 화상 정상회담이 열린 18일 장한후이 러시아 주재 중국 대사는 알렉산더 포민 러시아 국방부 차관을 만났다고 합니다. 중국은 이 사실을 쉬쉬했는데, 러시아 국방부가 “중국 측 요청으로 면담했으며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를 해버렸죠.

알렉산더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과 장한후이 러시아 주재 중국대사와 면담을 보도한 3월18일자 인테르팍스통신 보도. /인테르팍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러시아 요청에 따라 무기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왔는데, 중국은 그때마다 ‘가짜 뉴스’라고 발뺌을 해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 국방부가 중국 대사를 만난 사실을 공개해버렸으니 중국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된 거죠.

아마도 중국이 미국 제재 때문에 무기를 지원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하자, 기분이 상한 러시아 측이 면담 사실을 공개해버렸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대국 답게 행동하라”

미국의 경고보다도 중국에 더 뼈아픈 일이 있어요. 사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이 공들여 확보한 유럽의 우방국으로 유럽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교두보에 해당하는 나라입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전투기 엔진 등 옛소련의 군사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서도 적잖은 노력을 했죠.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매달렸던 중국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한 것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늑대전사(戰狼) 외교’의 선봉장인 자오리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3월18일 가뜩이나 불만이 큰 우크라이나 정부의 속을 다시 한번 긁었습니다. 대변인 브리핑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원조하지만 우리는 분유와 담요, 침낭, 방수 매트 등 인도주의적 물자 지원을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에 반대 입장을 밝힌 거죠.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3월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는 이 글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미국 무기 지원 반대 입장에 대해 "대국답게 행동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페이스북

이 발언에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발끈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매우 경박하고 존경받는 대국의 위상에도 맞지 않는 발언”이라면서 “러시아가 민간인 거주지를 폭격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겐 방공시스템이 절실한데, 무슨 방수 매트 얘기를 하고 있느냐”고 일갈을 했죠. “중국은 민간인 거주지역을 폭격하는 사람들(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당장 중단하라”고도 했습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에 걸쳐 141개국과 일대일로 협약을 체결하고 인프라 건설과 교역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죠. 이번 전쟁은 이런 나라들이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 되는 좋은 학습 기회가 될 듯합니다.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china/2022/03/28/2VD24GOY7FCYFFCT2JRYRB6TUU/?utm_source=kakaotalk&utm_medium=shareM&utm_campaign=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