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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시장 반찬가게 ‘김치천국’은 왜 밀키트를 출시했을까?

KBEP 2022. 3. 15. 07:29

신승윤 | 2022년 3월 14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에 위치한 ‘김치천국’은 각종 김치와 반찬, 찌개 등을 판매하는 반찬가게다. 특이한 점은 이 전통시장 점포 매출의 50% 이상이 온라인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당근마켓 단골 1261명, 배달의민족 별점 4.9에 리뷰 483개를 보유한 김치천국은 최근 밀키트까지 출시하며 스스로를 ‘로컬 커머스’의 강자로 브랜딩해 나가고 있다.

김치천국은 2019년 말 문을 열어 2년 4개월 동안 장사를 이어오는 중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로 사장님 내외와 아드님 한분이 함께 하고 있다. 사실 김치천국은 사장님의 첫 창업은 아니다. 이전부터 제과점과 중식점 등 요식업 창업을 거듭했고, 모 아웃렛에서 반찬 등 음식 관련 책임자로 활동한 경험도 있다.

 

신림동 신원시장 내 위치한 반찬가게 ‘김치천국’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김치, 그리고 반찬 전문점을 열게 된 것일까. 또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을 비롯해 배민 등 배달앱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최근 밀키트까지 출시한 배경은 무엇일까. 가게 운영과 더불어 이커머스 등 김치천국의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성만 김치천국 ‘작은’ 사장님을 통해 직접 들어봤다.

다양한 창업 이후 반찬가게를 선택한 배경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부모님의 음식 관련 실력과 경험은 분명 경쟁력이 있고, 이 음식을 잘 판매하는 역할을 내가 담당하면 된다는 계획이었다. 이게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이 줄면서 김치와 반찬 수요가 커졌다. 이에 원래 김치만 소분해서 판매하던 것을 반찬과 찌개로 확장했다.

 

김치 외 메뉴를 늘린 이유는?

고객들 요청 때문이었다. 김치맛이 좋아 자주 찾아오는 단골들이 김치 외에 다른 반찬은 없는지, 추가해 줄 수는 없는지 문의하더라. 그래서 한두 가지씩 반찬을 추가하다 보니 이제는 반찬 전문점이 됐다. 국과 찌개 메뉴를 추가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을 개설한 배경이 궁금하다

이전에는 당근마켓의 존재를 아예 몰랐다. 그러다 당근마켓과 서울신용보증재단이 협력해 지역 상권 부흥을 위한 행사를 열면서 알게 됐다. 신원시장에서 매년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2만원짜리 시장 상품권을 주는 내용이다. 이벤트 진행과 홍보 등 일체를 당근마켓에서 진행하면서 당근 앱을 알게 됐다.

아시다시피 당근마켓은 좀 특이한 앱이다. 지역별 사용자 간의 유대가 매우 끈끈하고, 식당과 가게 관련 질문이나 추천도 활발하게 올라온다. 이를 팔로우업 하는 가운데 비즈프로필 기능 추가 소식을 알게 됐다. 즉시 김치천국 계정을 개설하고 단골(팔로우 기능)을 모았다. 현재 단골 수는 1261명이다.

김치천국의 당근마켓 비즈프로필

비즈프로필 내에서 주문도 가능한지?

주문과 결제 모두 가능하다. 비즈프로필을 통해 가게 운영 정보와 메뉴, 가격, 각종 이벤트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를 확인한 뒤 메뉴 선택과 주문,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당근마켓 측에서 지원해줬다. (현재 당근마켓은 특정 비즈프로필에 한하여 결제 기능을 베타 지원하고 있음)

타 플랫폼 판매 현황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모두 입점해 있다. 김치천국 비즈프로필이 인기를 끌면서 배달앱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하더라. 입점 제안을 받았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배달의민족은 가게 별점 4.9에 리뷰는 483개를 확보했다. 얼마 전까지 별 5개 만점이었는데, 어떤 손님께서 우리 가게를 식당으로 아셨나 보다. 밥이 같이 오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별점 1개를 주셔서 참 아쉽다. 현재 전체 매출의 50% 이상은 온라인 주문을 통해 발생한다.

 

김치천국은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에도 입점해 판매하고 있다.

비즈프로필 운영 성공비결이 있다면?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서라기보다, 당근마켓의 앱 특성과 김치천국이 지향하는 바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당근마켓을 사용하며 발견한 것은 이용자들이 중고거래도 중고거래지만, 당근앱을 주로 지역 커뮤니티로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 간에 남다른 유대감을 가지고 있고, 동네 가게들에 대한 평가나 이벤트 등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이 가게들이 거주지와도 가깝다 보니 매장 방문 등으로 즉각 이어진다.

위와 같은 당근의 특성과 김치천국이 추구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이 잘 어울렸다. 김치천국은 지역 단골들을 위한 가게를 지향한다. 손님들이 ‘단골만을 위한 유대감과 친절함’을 느끼게 하고 싶은데, 이게 비즈프로필 기능들과 궁합이 좋더라.

예를 들어 김치천국을 단골로 추가한 손님들에게만 보내는 ‘소식’ 기능은 ‘나를 더 챙긴다’라는 느낌을 받게 해 준다. 또 손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팅’ 기능은 각종 문의에 대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실시간으로 상담해드릴 수 있다.

김치천국은 비즈프로필 단골들을 대상으로 신원시장 내 다른 가게 대신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골 확보와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단골들에게는 시장 내 다른 가게 상품까지 대신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팅으로 해당 가게 메뉴판 사진을 보내드리고, 메뉴 선택과 결제 후 우리 상품과 함께 배송한다. 다른 가게 팔아줘서 좋고, 손님은 우리 가게 ‘찐단골’로 만들어 더 좋다.

추가로 당근마켓 앱 내 광고도 집행하고 있다. 적은 금액으로 꾸준히 노출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것도 당근마켓 광고 상품과 잘 어울렸다. 광고를 동네 주민들에게만 노출한다는 점에서 맘에 든다.

배달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2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신원시장 배송센터를 통한 오전/오후 묶음 배송, 다른 하나는 배달앱을 통한 즉시 배달이다.

신원시장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자활센터와 협력해 운영하는 자체 배송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 내 가게들의 배달 건을 모아 오전과 오후로 나눠 배송해준다. 당근마켓으로 들어오는 주문은 모두 위 배송센터를 활용해 전달한다. 배송비는 무료다. 시장 상인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어준다.

배달앱은 주문에 따라 라이더가 픽업할 수 있게끔만 준비하면 된다. 만약 당근마켓을 통해 구매 상담을 하던 중에도 손님이 ‘지금 즉시 배달을 받고 싶다’라고 하면 김치천국 배달앱 링크를 전달한다. 당근마켓 주문과 달리 배달앱에서는 배달비가 발생할 수 있고, 최소 주문금액이 존재하고, 메뉴의 단가도 높지만 1시간 내 즉시 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배달앱이 최고다. 시장 배송센터와 달리 배달앱은 쉬는 날도 없고, 상대적으로 먼 거리도 배달할 수 있다.

 

여러 플랫폼을 한 번에 운영하기에 어려움은 없는지

가장 큰 어려움은 온라인 판매가 가족 중 오직 나(아들)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배달앱이 편리하게끔 고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60대로 접어드신 부모님께서 사용하시기에는 어렵다. 주변 시장 상인들도 이 부분에 장벽을 느껴 쉽사리 온라인 판매에 도전하시지 못하더라. 하여 30대 초반인 내가 이머커스 관련 운영과 사업 계획, 확장 등을 전담하고 있다.

플랫폼 사용의 경우 배달앱이 상당히 고도화되어 있어 판매 자체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은 아직 서비스 초기다 보니 원활한 결제, 전담 고객센터 운영, 세부 메뉴 구성과 소개 등 업데이트가 필요할 듯하다. 특히 세부 메뉴를 소개할 때는 배달앱 링크를 따로 보내드리는 게 편하더라. 정산이 한 달을 주기로 진행되는 부분도 아쉽다. 배달앱은 4일 내 정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근마켓은 가맹비가 없고, 판매 수수료가 0에 가깝다는 점에서 많은 동네 가게들이 도전해볼 만하다.

최근 밀키트도 출시했다고 들었다

자체 밀키트 시리즈 ‘천국의 맛’을 출시해 온·오프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밀키트 제조는 매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직접 진행하고 있다. 진공포장기를 활용해 손질된 재료와 양념 등을 포장한 뒤 박스에 담아 완성한다. 메뉴는 볶음, 탕, 찌개 등이다. 비조리 상태의 밀키트 제품을 출시한 목적은 온라인 판매 확장을 위해서다.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치천국의 밀키트 시리즈 ‘천국의 맛’
재료와 양념을 진공 포장하여 밀키트를 구성한다. 밀키트 제조는 김치천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반찬 같은 조리식품은 신선도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배달 거리가 멀고, 배달 시간이 늘어날수록 품질 문제가 발생한다. 또 디테일한 지정시간 배달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음식이 현관문 앞에 장시간 방치될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밀키트 상품이라 생각했다.

기존 반찬, 찌개 상품과 달리 밀키트는 서울시 전역 나아가 전국 판매도 가능하다. 김치천국의 이커머스 확장과 브랜드 성장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김치천국의 성장 목표는?

먼저는 신원시장과 관악구 일대에 김치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다. 현재 열심히 지역 단골들을 모으는 이유는 이들이 우리 브랜드의 근간이자 원동력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작은 동네 안에서 단골이 형성되는 시대는 지났다. 보다 넓은, 관악구 전체에서 단골을 모으고 소통하며 최고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신림, 관악구 하면 김치천국이 떠오를 수 있도록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음성 광고도 기획 중이다.

그리고 근거리 배달 중심에서 한층 넓은 범위의 이커머스에 도전하고자 한다.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록을 마쳤다. 김치와 밀키트 메뉴를 필두로 중장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손님들과 만나볼 계획이다. 스마트스토어 운영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라이브커머스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일생을 요식업에 종사하시며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부모님과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오프라인 확장은 필요에 따라 특성화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같은 김치천국 브랜드지만 2호점은 밀키트 전문 매장, 3호점은 홀을 보유한 식사 가능 매장 등으로 말이다. 이는 밀키트 제품의 메뉴 추가, 수요예측에 따른 생산 안정화, 일정한 퀄리티 유지를 이룬 후 진행할 수 있을 듯하다.

전통시장 가게가 보여주는 ‘이커머스 가능성’

김치천국은 전통시장 방문객 하락, 배달앱 수수료 및 배달비 논란 등 소상공인들에게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당근마켓 비즈프로필 등을 활용해 새로운 온라인 판로를 개척함은 물론, 밀키트 출시와 라이브커머스 기획 등 최신 유통 트렌드를 가족 단위의 소규모 매장에 적용 중이다. 그 결과 매출 대비 온라인 판매 비중은 절반을 넘어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김치천국의 이커머스 성공 배경에는 ‘작은 사장님’의 기민한 온라인 판매 전략도 있지만, 신원시장과 서울신용보증재단이 협력해 마련한 자체 배송센터가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오전/오후 묶음 배송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배송원 확보는 자활센터와 협력해 일자리도 창출하는 사례다. 실제 시장 상인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4월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중심으로 ‘우리시장 신선상품 빠른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모바일 앱으로 주문 시 전통시장 상품을 당일·새벽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별도의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구축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공공차원에서 추진하는 물류 솔루션이 늘어나는 만큼, 상인들의 새로운 이커머스 기회로 연결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출처 : Byline Network

기사원문 : https://byline.network/2022/03/13-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