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원 입력 2022. 03. 06. 20:21
유별난 포트폴리오.. 분쟁 지역 수출 비율이 특히 높다
[최기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싸울 필요 없는 평화'를 주장하며 윤석열 후보와 각을 세운다. 윤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이나 힘을 강조하는 태도가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외교와 협상의 영역에서 지도자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약하다'는 비판엔 문재인 정부가 역대 어떤 정부보다 군방예산을 많이 늘려왔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 강력한 자주국방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대응한다.
거대양당 후보의 가치관에는 냉전과 반공주의에 기반한 한국 보수주의의 사고와 반식민주의·반독재를 사고의 뿌리로 둔 민주당계 정당의 사유체계가 각각 잘 반영돼 있다. 여러 영역에서 많은 정책적 차이가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뿌리박은 이념의 한계 탓에 서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존재한다. 바로 강력한 군사력, 특히 무기수출에 대한 집착이다.
정권 가리지 않는 무기수출
디테일 차이를 빼면 두 후보의 국방공약은 더 많은, 더 강력한, 더 스마트한 무기와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누가 집권하든 대한민국의 국방예산은 부풀어오를 것이고, 미사일의 사거리는 늘어날 것이며, 방산업체의 매출은 커질 것이고, 무기 세일즈를 하러 각국을 예방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무기수출 추이는 그런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기 '거상'이 됐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이 펴낸 '2021 세계방산시장연감'에 따르면, 2016~2020 5년간 한국의 무기수출은 세계 9위에 도달했다.
특히 문제적인 것은 2008, 2012, 2014년, 그리고 지난해 팔레스타인에 침공전쟁을 감행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이다. 상시적 분쟁지역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등의 법률에 의해 무기수출이 통제돼야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우방국이라는 이유로 2007년 이래 1000건 이상의 전략물자 수출허가를 내줬다.
중동 국가 이외에도 역시 상시적 분쟁 중인 파키스탄과 인도 양쪽에도 상당한 액수의 무기를 팔았다. 동남아시아의 군비경쟁 흐름을 타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말레이시아에 대한 수출액도 순위권이다. 특히 2019년에는 2018년 로힝야 학살을 자행한 미얀마 군부에게 군함을 민간용도로 '꼼수 수출'하는 걸 허가하기도 했는데, 현재 이 배는 미얀마 해군의 기함으로 쓰이고 있다.
한국의 이런 무기수출 포트폴리오는 유별나다. 심지어 최근 들어 '세계의 악당'으로 간주되고 있는 중국마저도 같은 기간 무기수출 대부분은 북미와 유럽국가로 향하는 것으로 확인된다(UN comtrade database).
한국과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주요 무기수출국이 하나 있는데, 며칠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다. 같은 기간 인도, 알제리, 이집트, 이라크, 이란 등 정세가 불안한 아시아 및 중동 국가들에게 자국 무기를 다수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제의 폐해는 단지 그 제도 하에서 특정 정치세력들이 권력을 독점한다는 불공정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 사이에 이견과 갈등이 없는 문제라면 아무런 토론과 견제 없이 수십 년 이해관계의 생태계를 형성하도록 방치된다. 종국에는 그들 자신의 거대함이 그들을 지켜주는 이데올로기가 돼버리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한국 방위산업이 수출한 무기가 살상의 도구로 이용되고 군사적 긴장을 제아무리 높이더라도, 이해가 걸린 협력업체들과 창원과 울산의 수천 수만의 노동자 문제가 나오는 순간 침묵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침묵을 강요하는 힘은 강해진다.
평화란 압도적인 힘이나 공포균형으로부터 산출된 결과값일 뿐이라는 보수주의 세계관과 다시는 누군가의 식민지가 돼선 안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반제국주의자들 사이에서, 군축을 요구하고 부적절한 무기 수출 확대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길을 잃은 채 방위산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같이 총을 내려놓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우리부터 총을 들자고 선동하는 목소리만 높을 뿐이다.
우리 헌법은 우리에게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의무'를 부여했지, 세계 최고의 강군을 육성하고 무기 거상으로 자리매김하라고 명하지 않는다. 분쟁지역에 무기를 팔면서 말하는 평화는 메피스토펠레스(악마)의 속삭임이다. 우리 역시 아이언돔과 F-35와 경항모를 어찌됐든 갖춰야 한다는, 앞으로도 형형색색의 신무기로 끝없이 이어질 꾀임에 넋이 나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세상의 이치가 다 힘이고 현실이라지만, 이상 한 조각 남지 않은 현실은 황량하다. 평화를 요구해야 평화가 온다. 전쟁을 준비하면, 결국 전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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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 https://news.v.daum.net/v/20220306202100866?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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