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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또 터졌다…17년전 기생충알 김치에서 썩은 배추로, 뭐가 달라졌나 [방영덕의 디테일]

KBEP 2022. 2. 27. 16:35
  • 방영덕 기자
  • 입력 : 2022.02.26 19:01:01 

[사진 출처 : MBC]

[방영덕의 디테일] 김장철이면 새벽 3시까지도 공장에서 김치를 직접 담근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김치 공정'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만났을 때에는 "김치 종주국 지위를 잃으면 역사를 빼앗기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 바쁘고 힘들어 김치를 담가 먹지 못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김치를 아예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돌직구도 날렸는데요. 집에서 김치를 담가 먹는 것이 당연했던 1986년 시절 '사 먹는 김치'를 내세워 창업에 성공한 한성식품 김순자 대표 다웠습니다.

2005년 11월, 이른바 '기생충 알 김치' 파문이 터졌습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기생충 알 김치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한성식품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때 한성식품은 청와대에 김치를 납품할 정도로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기생충 알 파문 이후 소비자들의 서슬 푸른 항의가 이어졌고요. 3000여 곳의 거래처는 한순간에 등을 돌렸습니다.

김 대표는 다소 억울했습니다. 전문가들이 해당 기생충 알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적인 정부 발표로 회사가 휘청거리자 김 대표는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김치에 진심이고, 카리스마가 넘쳤으니까요.

[사진 출처 : MBC]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현재 일명 '썩은 김치'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김치 재료로 쓰이는 무와 배추 위생 상태 불량에서 비롯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곳은 다름 아닌 한성식품의 자회사 '효원'.

효원의 내부 직원이 찍은 김치 공장 영상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촬영을 한 것인데, 김치 재료에 쓰는 배추와 무가 얼마나 불량했으면 작업자들조차 "나는 안 먹는다" "쉰내 난다" "아휴 더러워" 등의 말을 했고요, 해당 장면은 지난 22일 고스란히 방송을 탔습니다.

한성식품은 영상 공개 바로 다음 날로 "소비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 대표 명의로 낸 사과문을 통해서입니다.

연락히 간신히 닿은 김 대표는 "지금으로서는 어떤 할 말도 없다"고 했습니다. 소비자들과 각종 김장 레시피 등을 공유하며 소통하던 SNS는 일제히 문을 닫았습니다. 김치 판매 창구로 활용된 홈페이지는 며칠 째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사진 출처 : 한성식품]

한성식품은 자회사 효원이 운영하는 '진천' 공장의 문제이며, 한성식품의 김치를 제조하는 부천, 서산, 정선 공장은 어떤 문제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썩거나 먹을 수 없는 부분은 재료 손질 과정에서 전량 폐기해 완제품 김치에는 쓰지 않았다"거나 "공개된 영상은 일부일 뿐 왜곡됐다" 등의 해명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거 아세요? 2005년 기생충 알 김치 파문이 일었던 공장과 현재 썩은 김치 의혹이 제기된 공장은 진천에 위치한 같은 공장입니다. 한성식품에서 수출용 김치를 제조하기 위해 효원이란 자회사를 세워 진천 공장을 운영하게 됐다는 점이 다를 뿐, 불미스러운 일이 또 발생한 것입니다. 우연일 수 있습니다만 2005년과 2022년에 한성식품이 내놓은 해명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한성식품 김치를 납품받아 판매한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의 해명도 17년 전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그저 우리가 판매한 김치는 한성식품의 진천 공장에서 만든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성식품으로 싸그리 묶여 불량 김치를 판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 항의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인데, 정녕 진천 공장의 문제라고만 말하면 다 끝나는 것일까요.

[사진 출처 : 한국식품안전협회]

김 대표는 2007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 2012년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식품명장 1호로 선정됐습니다. 2005년 기생충 알 김치 파동으로 인한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것입니다. 2019년부터는 한국식품안전협회장까지 지냈습니다.

이 같은 명성을 바탕으로 김 대표가 '김치명인이 만든 김치' '우리 국산 재료로 만든 김치' '내 아이, 내 손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김치'라고 강조해 사세를 더 키운 것은 물론입니다.

더 큰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17년 전 기생충 알 파문이 정부 발표에서 시작됐던 것과 달리 이번 썩은 김치 파문은 내부 직원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럼에도 진천 공장의 제조 김치는 대부분 수출용이라는 해명은(내수용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라는 의도에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에서 알몸 김치 파문 등이 터졌을 때마다 중국 당국에서 들었던 말과 별반 다르지 않게 들립니다.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을 때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더더욱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출처 : 매일경제

기사원문 :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2/184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