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오 입력 2021. 12. 31. 05:06
에디슨모터스, 코스닥상장사 에디슨EV 통해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
40억원에 경영권 인수뒤 500억원 '셀프 투자' 모양새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 등이 투자 결정..이해상충 논란
강 대표 지인 등은 상장사 주식거래로 단기 차익 얻어
상장회사 ㄱ이 ㄴ기업에 회삿돈 수백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상장사 ㄱ의 이사회엔 ㄴ의 대주주와 임원이 이사로 참여한다. 사실상의 ‘셀프 투자’인 셈이다. 국내 상법은 상장회사의 이 같은 거래를 금지한다. 주요 주주와 특수 관계인, 이사 등을 위해 회삿돈을 가져다 쓰지 말라는 거다.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쌍용차 인수를 추진 중인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자금을 마련한 방식이 이와 비슷하다. <한겨레>가 에디슨모터스 쪽이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의 자금 거래를 추적한 결과다. 논란이 예상된다.
상장사 40억에 인수뒤 500억 ‘셀프 투자’
30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가 최대주주인 에너지솔루션즈는 올해 6월 에디슨EV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수에 쓴 돈은 모두 140억원, 에디슨EV에서 다시 에디슨모터스 쪽으로 빠져나간 돈은 500억원에 이른다. 에너지솔루션즈는 인수 자금 140억원 중 100억원을 외부에서 빌려왔다. 사실상 자기 돈 40억원을 들여 상장사를 인수하고 인수 금액의 10배가 넘는 돈을 빼간 것이다.
에너지솔루션즈는 당초 올해 에디슨EV에 280억원을 추가 투자하려다가 회사 정관상 발행 주식 수 한도 문제로 이를 취소하고 내년으로 투자를 연기한 상태다.
문제는 에디슨EV의 에디슨모터스 투자 결정을 내린 게 에디슨모터스 쪽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에너지솔루션즈는 지난 6월 에디슨EV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직후 임시주총을 열어 에디슨EV의 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와 이정익 에디슨모터스 총괄 대표, 한아무개 전 기아 자문역 등이 에디슨EV의 새 사내이사로, 한국은행 출신 윤아무개씨가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이들이 이사로 참여한 에디슨EV 이사회는 올해 8월과 11월 에디슨모터스 신주 83만주를 500억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중소 전기버스 회사인 비상장 기업 에디슨모터스 주식의 순자산가치(회사의 자기자본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는 지난해 말 기준 1주당 3천원 수준이지만, 매수 가격은 이보다 19배 비싼 1주당 6만원으로 산정했다. 에디슨모터스의 미래 사업전망을 장밋빛으로 가정한 한미회계법인의 평가 보고서를 가져다 썼다.
에디슨EV 쪽은 에디슨모터스 주식을 고가에 인수한 게 “전기차 사업 확장을 통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며 “이사회 출석 이사 전원이 상호 신중한 토의를 거쳐 가결한 것”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윤아무개 에디슨EV 사외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는 이름만 올렸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상장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유동화가 어려운 비상장 기업 주식을 산 것인 만큼 이같은 의사 결정이 정말 에디슨EV를 위한 것이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에디슨EV의 이사들이 투자에 동의했더라도 이사진 구성을 보면 이해 상충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초소형 전기차 사업 등을 하는 에디슨EV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들어서도 1∼3분기 영업손실 5억원을 기록했다. 만약 4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지면 상장 폐지 후보인 관리 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 보유 현금을 비상장사 주식 투자 등에 쓸 처지가 아니다.
강영권 대표 지인 등 주식 거래로 차익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대표가 단돈 40억원으로 상장사를 인수할 수 있었던 과정도 석연치 않다. 강 대표 지인이라는 투자자들이 투자조합 5개를 구성해 에디슨EV 옛 대주주의 지분을 쪼개 사들인 뒤 보유 주식 대부분을 처분해 큰 단기 차익을 얻었다. ‘쌍용차 인수’와 ‘전기차 사업’이라는 테마에 힘입어 에디슨EV 주가가 뜀박질하자 지분을 털고 나간 셈이다.
실제로 에스엘에이치 등 투자조합 5곳이 보유한 에디슨EV 지분율은 지난 5월 말 35%에서 최근 11%로 대폭 낮아졌다. 1주당 3천∼4천원 내외(이하 무상증자 반영한 수정주가 기준)에 산 주식을 에디슨EV 주가가 1주당 1만원을 넘어섰던 올해 6∼8월 대부분 조합원에게 나눠주며 차익 실현에 나선 탓이다.
특히 강 대표의 에디슨EV 인수에 코스닥 한계기업이 돈을 대준 게 눈길을 끈다. 강 대표가 최대 주주인 에너지솔루션즈는 에디슨EV 인수 대금 140억원 중 30억원을 ‘씨에이치아이’라는 투자 조합으로부터 빌려왔다. 이 조합엔 코스닥 상장사인 나노캠텍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나노캠텍은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주가 조작 등에 휘말렸고, 현재도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는 ‘관리 종목’이다. 나노캠텍 쪽에 에디슨EV 투자 배경을 묻자 “현재 회사 사정상 그런 걸 답변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에너지솔루션즈에 에디슨EV 인수 대금 40억원을 빌려준 이아무개씨도 에디슨EV 주식 거래로 차익을 얻은 5개 투자조합 중 한 곳의 대표 조합원으로 파악됐다. 지난 29일 이 조합들의 지분 거래에 관여했다고 공시한 ‘엘리시온매니지먼트’라는 회사의 법인 등기상 주소지(서울 강남구 학동로)를 찾아가 봤지만, 실제 사무실은 없었다. ‘유령 회사’인 셈이다. 주소지상 건물의 관리인은 “이 건물을 1년째 관리 중이지만 엘리시온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전했다.
미심쩍은 자금 거래, 쌍용차 인수에도 악영향
이같은 미심쩍은 자금 거래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디슨모터스 쪽이 쌍용차 인수를 위해 만든 컨소시엄 사정을 잘 아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통 금융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재무적 투자자(FI)를 포함한 금융권 투자자 전반이 산업은행 쪽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외부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될 경우 시장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른바 ‘쌍용차 테마주’인 에디슨EV 주식에 투자한 소액주주 수가 지난해 말 5155명에서 올해 9월 말 2만2445명으로 4배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에디슨EV 주가는 지난해 말 1주당 1840원에서 현재 2만5300원(30일 종가 기준)으로 14배 급등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국내 상장사 중 2위다. 폭탄 돌리기가 의심된다.
에디슨EV가 발행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향후 주식 전환이 가능한 채권 400억원어치는 최근 시장에서 사모펀드로도 팔려나갔다. 이 펀드는 대부분 한양증권에서 전문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펀드 운용사가 회사에 문의해 상품을 검토했으나 위험하다고 판단해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펀드를 만든 모네타자산운용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채권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고 에디슨EV 주가도 주당 5천원 밑으론 내려가지 않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30일 <한겨레>에 “자금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며 “에디슨EV는 충분히 매출과 이익이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관리 종목 지정은 될 수가 없다”고 했다. 또 “재무적 투자자는 (컨소시엄에서) 빠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추가 참여 의사를 타진해 오히려 오버 부킹(초과 투자)을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출처 : 한겨레 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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