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어느 태권도 도장을 가든 모두 한국어 구령에 맞춰 태권도 동작을 한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세계 각국의 수련생들이지만 ‘차렷’과 ‘경례’, ‘준비’와 ‘시작’ 등의 구령에 따라 여러 태권도 동작을 따라한다. 해외에서 활약한 한인 사범들은 태권도 용어를 한국어로 가르치며 자존심을 지키고 태권도를 대표적인 한류로 자리잡도록 하는 민간외교사절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태권도 기본동작에 들어가기에 앞서 쓰는 구령 가운데 ‘시작’은 가장 마지막으로 쓰는 말이다. '시작'은 영어로 'si jak'이라고 말하고 'begin' 의미로 쓰인다. 태권도를 시작하기에 앞서 ‘차렷’과 ‘경례’에 따라 사범이나 수련생들간에 서로 인사를 한다. 이어 ‘준비’라는 구령을 한 뒤 ‘시작’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태권도장에서 태권도 수업을 하든, 경기장에서 경기에 들어가든 모두 비슷한 단계를 거친다.
시작은 우리나라 말이지만 원래는 한자어이다. ‘비로소 시(始)’와 ‘지을 작(作)’자가 합쳐진 말이다.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룬다는 뜻이다. ‘시(始)’는 ‘여자 여(女)’와 ‘별 태(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태(台)’자는 ‘비수 비(匕)’와 ‘입 구(口)’가 합성한 것으로 수저를 입에 가져다 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여자 여(女)’가 더해지면서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아이는 엄마가 주는 양분을 통해 삶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시(始)’자는 바로 이러한 의미를 담아 만든 글자이다.
‘작(作)’자는 ‘짓다’,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사람 인(人)’과 ‘잠깐 사(乍)’가 결합한 모습이다. ‘사(乍)’자는 옷깃에 바느질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짓다’나 ‘만들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옷깃에 바느질하는 것은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작업하기가 쉬웠었는지 ‘사(乍)’자는 후에 ‘잠깐’이라는 뜻으로 변환됐다. 여기에 ‘사람 인(人)’자를 더한 ‘작(作)’자는 ‘만들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실생활에서 한자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원래 한자어였던 어휘를 한글로 바꾸면서 한자의 본래 의미나 사용법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시작이라는 말도 한자어에서 출발을 했지만 한글로 사용하면서 본래의 의미가 다소 변화한 것이 아닐까 싶다.
태권도협회 경기규칙 제 10조 경기진행절차 4.3과 4.4항에 따르면 ‘선수들은 서로 마주보고 심판의 ’차렷‘과 ’경례‘에 따라 인사한다. 인사는 허리를 30도 이상의 각도로 구부리고 머리는 45도 이상의 각도로 숙여 자연스러운 자세로 예를 표한다. 선수들은 인사 후 헤드기어를 착용한다. 심판은 ’준비‘와 ’‘시작’을 선언하여 경기를 시작한다‘로 규정해 놓았다. 심판이 ’시작‘이라는 구령을 한 뒤 본격적인 경기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일반 태권도 도장에서는 준비 동작과 각 세부 동작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작’이라는 구령을 쓴다. ‘태극 1장 시작’, ‘옆차기 시작’, ‘겨루기 시작’, ‘격파 시작’ 등으로 ‘시작’이라는 구호와 함께 본 동작에 들어간다.
태권도가 미국에 보급되던 1960년대 초창기 시절, 미국인들은 일본 가라테와 한국 태권도를 많이 헷갈려 했다. 심지어는 중국 무술 쿵푸의 일종으로 태권도를 생각했다. 당시 한인 사범들은 태권도 도장을 개관한 후 일본 태권도, 코리아 가라테라는 간판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한인 사범들은 한국말로 ‘시작’ 등의 구령을 붙이며 태권도 동작을 한국어로 가르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역사와 예절 등을 가리치며 도장 내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걸어 태권도에 깃든 한국의 예의를 강조했다.
태권도에서 ‘차렷’, ‘경례’, ‘준비’, ‘시작’ 등을 외국인 수련생들이 쓰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태권도가 세계적으로 품위있고 수준높은 무예라는 생각을 더욱 갖게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출처 : 마니아타임즈
기사원문 : http://m.maniareport.com/view.php?ud=202112180643586695e8e941087_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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