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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서 공적으로...한국계 빌 황은 어떻게 월가 흔들었다

KBEP 2021. 3. 30. 14:50

빌 황의 헤지펀드 ‘아케고스’ 주식 폭락
노무라 “20억달러 손실 예상”

김신영 기자

입력 2021.03.30 11:43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황(Bill Hwang)이 촉발한 수조원 규모의 손실이 월가(街)를 뒤흔들고 있다. 빌 황이 운용하는 펀드 ‘아케고스(Archegos)’가 투자한 주식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이 펀드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무라는 이 손실이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달하리라고 추산하고 있다. 노무라 주가는 29일 14%가 폭락했고 돈을 빌려준 또다른 금융사 크레딧스위스의 주가는 13% 하락했다. 시장에선 노무라 등이 과연 이렇게 큰 규모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빌 황 아케고스 대표. /풀러재단

◇월가의 스타였던 빌 황, 두 번째 위기 봉착

빌 황(한국 이름 황성국)은 50대 후반인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로 백인 남성이 압도적 주류인 월가에서 보기 드문 한국계 ‘큰손’이다. 미국엔 고등학교 3학년 때 건너갔고,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헤지펀드 거물 줄리언 로버트슨 아래서 투자를 배웠다. 로버트슨은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의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황은 로버트슨이 총애하던 ‘천재 문하생’으로 이름을 날렸고, 후일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이끌며 월가의 스타로 부상했다. 하지만 2012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중국 은행 주식 거래로 홍콩·미국 양국의 철퇴를 맞아 펀드를 청산했다. 당시 벌금으로만 4400만달러를 냈다. 이후엔 ‘아케고스’란 이름의 가족 펀드를 운용해 왔다. 이 펀드 규모는 약 100억달러다.

아케고스는 몇몇 유망한 주식을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써 왔다. 미국 바이어컴CBS·디스커버리, 미국에 상장된 중국 회사인 바이두·텐센트뮤직·GSX테크듀 등이 아케고스가 많이 투자한 회사들이다. 아케고스는 이 과정에 은행들로부터 막대한 대출을 받는다. 노무라 등은 빌 황의 ‘이름 값’, 그리고 막대한 운용 규모가 유발할 주식 거래 수수료 등을 노리고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큰돈을 빌려줬다고 알려졌다.

◇공매도 세력 공격에 주가 폭락

빚을 내서 투자를 하면, 주가가 올랐을 때는 은행 이자를 상쇄하고도 남을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빚투(빚 내서 투자)’의 문제는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손실도 커진다는 것이다. ‘내 돈’ 1억원으로 투자했는데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 5000만원만 손해를 보면 되지만, 4억 빚을 내 총 5억원을 투자하면 2억5000만원이 날라간다. 이자는커녕 원금도 모두 날리고 은행 빚을 갚을 길도 막막해진다. 은행들은 이런 위험이 너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은행이 빌려준 돈으로 산 주식이 어느 정도 하락하면 현금을 계좌에 더 넣으라고 요청한다. 이른바 ‘마진콜 발생’이다. 돈을 못 넣으면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린다.

 

아케고스에 이런 문제가 최근 일어났다. 지난 2월부터 미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이 많이 생겼는데, 그 틈을 공매도 세력까지 파고 들었다. 때문에 아케고스가 보유한 바이어콤CBS·디스커버리 등의 주가가 이달 들어 크게 하락했다. 노무라 등은 아케고스에 추가로 돈을 납입하라고 요청했으나 아케고스는 돈을 넣지 못했다. 그 사이 해당 회사의 주가는 더 떨어졌고, 지난주부터 노무라 등이 해당 주식을 대거 내다 팔자 주가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들 은행은 이 주식을 다 팔아도 아케고스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고, 1분기 막대한 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바이어콤CBS 주가는 지난 5거래일 동안 52%, 바이두는 20%, 디스커버리 주가는 41%가 하락했다.

 

◇빌 황,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

현재 월가의 분위기는 빌 황에 호의적이지 않다. 과거 내부자 거래 이력을 다시 거론하고, 과도한 대출을 받아 투자한 것도 무리였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아케고스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는 닫힌 상태다.

아케고스의 상황을 잘 아는 인사인 A씨는 “아케고스는 은행들과 마진콜을 늦춰달라고 요청하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잘 풀리지 않은 것 같다. 아케고스는 과거 타이거 아시아 펀드 때와 마찬가지로, 이제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아케고스가 보유한 주식을 공매도 세력이 유난히 강하게 공격한 이유는 아직 미스터리다. A씨는 “아케고스는 주식이 상승할 때 돈을 버는 이른바 ‘롱(long)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펀드로 주가 하락 때 돈을 버는(숏<short> 전략) 공매도 세력과는 각을 세워 왔다. 주가 하락 조짐이 보이자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빌 황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라고 29일 전했다. 하지만 측근들에 따르면 빌 황이 잠적이나 도주한 것은 아니며, 현재 전처럼 뉴욕 인근의 자택에서 머물며 직원들과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A씨는 “빌 황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평소 월가의 사교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언론에도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지금도 전에 하듯이 언론 접촉을 피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케고스라는 회사 이름은 그리스어로 ‘빛’ 혹은 ‘지도자’(신약에서 ‘예수’를 지칭)를 뜻한다.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1/03/30/WIXNBZJCBJG7TEDN642ZVYBAQ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