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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Farewell

[스타트업 스토리] “2070년까지 성장하는 ‘장례 산업’, 고이가 혁신합니다”

by KBEP 2025. 4. 10.

기사입력 2023-06-29 06:00:14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 인터뷰
보수적인 장례업 뛰어들어 도전‧속도‧실행력 전면에
장례 정보‧비용 투명화, 장례지도사 매칭 플랫폼 운영
“유가족과 장례지도사 상생 추구...비효율적 밸류체인 통합”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장례식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유가족의 마지막 행사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엄숙하게 치러져야 할 절차이기에 장례는 ‘산업’이라는 단어조차 조심스럽게 불린다. 고인을 기리는 과정에 비용이나 수지타산을 따지면 “세속적이다”라는 눈총을 받고, 장례식에 ‘돈 이야기’는 꺼내기도 쉽지 않다. 장례 문화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장례 업계 또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관행을 유지 중이다.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 서울대를 졸업하고, 장례지도사자격증을 획득한 뒤 3년 전 고이장례연구소를 창업했다. "장례 행사를 치르고, 유가족이 감사를 표할 때 너무 행복하다"는 그는 "평생 장례지도사로 살고 싶다"고 밝혔다. 보수적 문화로 유명한 장례 업계를 혁신하고 있는 송 대표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고이장례연구소

변화라는 단어가 낯선 장례 업계에 ‘고이장례연구소(이하 고이)’가 등장한 건 3년여 전이다. ‘원스톱 장례 플랫폼’을 지향하며, 보수적 문화에서 비롯된 비효율성과 정보의 불투명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스타트업은 혁신 그 자체를 정체성으로 한다.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장례 분야에 ‘혁신’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자 투자자들도 호응했다. 카카오벤처스는 고이가 “정보 비대칭으로 비효율적인 장례 시장을 누구보다 잘 해결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팀”이라며 지난 2021년 4억원의 시드 투자를 단행했다. 벤처캐피탈(VC) 자금이 장례 업계에 흘러 들어간 것 자체만으로도 그동안 찾아보기 힘든 변화의 모습이었다.

 

송슬옹 대표는 “장례의 소비자인 유가족과 공급자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장례지도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비효율적으로 연결된 기존의 밸류체인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일을 한다.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으로 질 좋은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파트너에게는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식장부터 장지, 장례지도사까지 원스톱 매칭
고이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장례 정보 제공이고, 다른 하나는 장례 관련 서비스 매칭이다. 상주가 돼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누구나 막막해진다. 소가족화‧1인 가구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는 장례 절차를 잘 아는 경험자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장례 정보와 관련 서비스 매칭의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고이는 장례 절차를 정리한 가이드북과 함께 장례식장, 장지(납골당) 추천, 장례지도사 매칭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송 대표는 “전국의 장사 시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마다 최적의 비용을 산출하는 로직을 개발해 서비스화했다. 장례식장 빈소 찾기부터 장지 검색 비교, 역경매를 통한 장례지도사 매칭까지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를 계속 론칭하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는 장례에 관한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하고, 관련 서비스를 비교해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싶어 한다.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이도 빠르게 변화 중이다. 목표가 세워지면 당장 실행하고, 안 되는 문제는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작은 조직인 만큼, 수차례 피봇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사망자 37만 명, 2070년 사망자 74만 명

국내 장례 시장은 4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선불식 상조업체로 구성된 상조업계의 누적 선수금만 해도 작년 말 기준 8조원에 육박하고, 가입자는 750만 명을 넘어섰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장례 분야는 확실한 성장 산업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국내 사망자 수는 31만8000명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5만 명 이상 증가한 3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장례 행사는 사망자가 발생해야 실행된다는 점에서 사망자 수는 산업의 성장성을 가늠할 중요 지표다. 장례 인구 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사망자 수는 2070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최대 7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고이장례연구소 홈페이지

송 대표는 “창업을 해서 비즈니스화에 성공하려면 회사가 돈을 벌어야 하고, 시장이 얼마나 클지 판단해야 한다. 코로나19 시점을 전후로 사망자가 30만 명을 돌파했다. 사망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장례 시장은 무조건 성장할 거로 보고 있다”며 “산업에는 흥망성쇠가 있고, 인플레이션 심화 등 외부 변수도 많다. 하지만 장례는 무조건 치러야 하는 행사다. 2070년은 너무 먼 미래지만, 10년, 20년, 30년 뒤에 이 산업에서 누가 더 많은 고객과 공급자의 문제를 풀 수 있을 지를 생각하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고이가 바라보는 미래의 장례식은 어떤 모습일까. 20년 뒤에는 자아실현과 개인의 독창성을 중요시하는 지금의 30~40대가 핵심 고객층이 된다. 이들에게는 천편일률적인 장례식 대신 개개인의 삶을 담고, 일생을 정리할 수 있는 내용적 특성이 더 많이 반영될 것이라는 게 송 대표의 예측이다.

그는 “대가족에서 소가족, 4인 가족에서 1인 자녀 형태로 가족 구성이 변하고 있다. 장례를 치를 때도 고인이 된 아버지, 어머니를 추억하며 조금 더 소중하게 보내는 장례식을 원할 거다”며 “지금까지는 장례 형식에 사람과 그 인생 자체의 의미가 가려진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형식이 유사하더라도 내용이 다른 장례식이 치러지면서 점점 더 커스터마이즈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된 분의 삶을 어떻게 잘 아카이브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 다른 상조업체들이 매달 3만원씩 받는 영업에 열중할 때, 우리는 개인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려 한다”며 “고인의 삶을 정리하고, 추억하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장례 문화로 정착될 거다. 그때 고이는 대한민국에서 장례 서비스를 가장 잘하는 회사가 돼 있을 거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장례지도사, 그리고 창업...“생존, 의지의 문제죠”

 

사진:고이장례연구소 홈페이지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서울대 출신 장례지도사’다. 서울대까지 나와서 “왜 하필 장례 사업이냐”라는 시선도 끊이질 않는다. 수많은 선택지 중 왜 그는 고이를 창업했을까.

송 대표는 “20살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보내드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 아버지, 어머니의 장례식만큼은 특별하게 치르고 싶었고, 이것이 인생에서 유일하게 반복되는 문제의식이었다”며 “애초에 서울대 출신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창업할 때도 어떤 회사를 만들어, 얼마를 투자 받겠다는 목표보다는 평생 장례지도사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다”고 답했다.

송 대표는 작년 10월에 결혼했다. 벤처투자 업계가 긴축에 들어가면서 고이도 자금줄이 마르던 시기였다. 주변 스타트업들이 폐업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투자 유치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새로 가정을 꾸리며 직원 월급까지 떨어져 가는 상황이 쉽진 않았지만, 포기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생존의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빠른 피봇과 소비자 맞춤 대응 전략으로 다양한 위기를 하나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그는 “작년 10월에 결혼했는데, 9월 30일에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나니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돌파구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정도의 초기 스테이지 회사는 생존이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대표는 책임을 지는 사람인데, 책임은 진다는 것과 책임에 눌리는 것은 다르다. 예전엔 눌리는 스타일이었지만,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고 가설을 바로 실행하려고 한다. 모든 리스크를 예측하면서 긴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다. 작년 하반기엔 피봇만 6~7번 하면서 검증하고, 변화했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많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팀과 실행력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출처 : 대한 경제 신문

기사원문 :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0628124327490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