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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농사는 이제 그만…경북농업대전환, 생산성·농가소득↑한국농업 모순 극복 모델로

by KBEP 2024. 4. 16.
입력2024.04.15 17:20

문경혁신농업타운 영순들녘에
위기의 한국농업 르네상스 꿈틀
80농가 땅 내놓고 공동주주 참여

벼농사만 할 때보다 총소득 4배↑
직접 농사보다 더 많은 배당금
쌀값 안정·소득증대·식량자급률↑

홍의식 늘봄영농조합법인 대표가 3월22일 영순들녘 양파논에서 작황을 살펴보고 있다. 문경=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경북 문경시 문경시청 동남쪽에 위치한 영순면 율곡리와 의곡리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동쪽엔 야산, 마을 앞쪽 서쪽에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그 들판 너머로 문경의 젖줄 영강이 남북으로 흘러내리다 낙동강과 합쳐진다. 예전엔 영강의 물로, 지금은 마을에서 동북쪽으로 직선거리 20㎞ 가까이 떨어진 동로면 경천호 1급수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물 좋고 땅이 비옥해 주로 벼농사를 지었지만,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 등으로 기계화가 용이한 벼농사에 매달렸지만, 쌀소비량 감소에 따른 쌀값 파동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농가당 적은 경지면적, 낮은 생산성, 저소득 등 우리나라 농업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이 마을에 혁명적인 변화가 생겼다. 경북도가 우리 농촌의 고질적인 모순을 극복하려고 시도한 ‘경북농업대전환’ 혁신농업타운 1호로 2022년 10월 선정되면서 부터다. 일반 농민들은 농업법인에 농지를 임대하고 가만히 앉아서 직접 벼농사를 짓는 것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배당 형식으로 받는다. 그해 성과에 따라 추가배당도 기대할 수 있다. 주주형 공동영농으로 첨단화ᆞ규모화ᆞ기술혁신으로 한국농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문경시 영순면 문경혁신농업타운 양파밭 전경. 문경=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지난 12일 전달 22일 심은 감자 순이 흙더미를 뚫고 솟아 올랐다. 문경=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지난 12일 오후 문경혁신농업타운 영순들녘은 지난해 10월에 심은 양파가 어른 무릎높이만큼 무성하게 자라면서 짙은 녹색물결로 뒤덮였다. 양파논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대기처럼 서 있었다. 양파향이 은은하게 코를 자극하는듯했다.

양파논 옆에는 20일 전쯤 심은 감자 새순이 씨감자를 덮은 흙을 뚫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늘봄영농조합 조합원들이 대형트랙터에 부착한 휴립(畦立)피복기(이랑을 지으면서 동시에 비닐을 덮는 농기계)로 이랑을 짓고, 동네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자른 씨감자를, 태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심었다.

5, 6월 양파와 감자를 수확하고 나면 벼 대신 콩을 심을 예정이다.

홍의식(59) 늘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쌀농사만으로 고소득을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이모작으로 토지이용률을 극대화해 농업소득을 배가하고 있다”며 “우여곡절 끝에 시작, 올해부터 본격적인 이모작인만큼 참여 농가에 더 큰 소득으로 보답하겠다”고 피력했다.

영순들녘이 경북도 혁신농업타운(공동영농형)으로 선정된 것은 홍 대표 등이 15년 전쯤부터 흙무지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30㏊가량 위탁영농을 해 온 게 결정적이었다. 2022년 5월 혁신을 위한 늘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고,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됐다.

참여 농가는 80호. 경지면적은 110㏊이다. 일부 농경지는 작업이 용이하도록 지주 동의를 받아 논둑을 없앴다. 경북도는 시범사업인 만큼 문경시와 함께 대형트랙터와 선별장, 농기계보관창고, 자원순환시설 등을 지원했다.

조합은 이 땅에 지난해 콩 105㏊, 벼 5㏊를 심은 데 이어 올해는 양파 56㏊, 감자 20㏊를 재배 중이다. 양파 재배면적을 늘려 토지 이용률을 더 높일 계획이지만, 일부 농경지에는 벼를 심거나 휴경하는 방법으로 지력을 회복하고 연작피해도 방지할 방침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문경혁신농업타운은 콩 판매대금으로 지난해 12월와 올 1월 첫 소득을 배당했다. 배당금은 3.3㎡당 3,000원. 총 10억 원에 육박한다. 경영비를 뺀 벼농사 전국 평균 소득 2,360원 보다 훨씬 많다. 맨 손으로 일하면 9만 원, 트랙터나 방제기 등 농기계작업을 하면 30만 원의 일당은 덤이다. 지난해는 일모작밖에 못해 추가 배당이 없지만, 올해는 작황이나 농작물 가격에 따라 3,000원 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영순들녘 110㏊에 벼 일모작만 하면 경영비를 뺀 소득은 7억7,900만 원에 불과하다. 2년 차를 맞아 콩(105㏊)ᆞ벼(5㏊), 양파(85㏊)ᆞ봄감자(20㏊) 이모작을 하면 32억8,200만 원으로 4.2배에 달한다. 휴경지를 고려해도 2, 3배 소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과거 우리나라 중부이남 지역에선 이모작이 일반적이었다. 여름에는 벼나 콩을 심었고 겨울과 봄에는 보리나 밀, 마늘. 양파, 감자 등을 재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수작물재배지역 이외에는 쌀 일모작이 일반적이다. 좁은 땅덩어리에 농지 이용률은 되레 하락한 셈이다.

문경혁신농업타운은 남아도는 쌀 대신 소비가 늘고 있는 콩을 주로 심고, 이모작으로 농가소득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같은 영농법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 쌀값 안정과 콩 등 곡물 자급률 상승, 농가소득증대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문경 영순들녘의 성과를 발판삼아 경북 전역에서 농업대전환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지난달 22일 문경시 영순면 혁신농업타운에서 씨감자를 심고 있다. 문경=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출처 : 한국일보

기사원문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404142339000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