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3.29 10:35
남양유업, 29일 주주총회서
한앤컴퍼니 측 대거 이사 선임
홍원식 회장 등은 물러나
홍 회장-한앤코 분쟁 일단락
사명 변경 등 경영 정상화 ‘첫발’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남양유업의 홍씨 일가 오너 경영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남양유업 이사회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 측이 장악하면서 경영 정상화와 사명 변경 등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29일 서울 논현동 본사 강당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임시 의장 선임의 건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신규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 사내이사로는 이동춘 부사장, 사외이사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이 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한앤코 측이 선임을 제안한 인사들이다. 직전까지 사내이사였던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한 기존 이사진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한앤코와 홍 전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이날 주주총회는 작년 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소집돼 최대 의결권자는 홍 전 회장(지분율 52.63%) 측이었다. 하지만 홍 전 회장 측은 반대표를 행사하는 대신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선택을 했다.
남양유업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4년 3월 13일 “이 땅에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신념으로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했다.
당시 한국은 낙농업의 불모지로, 분유가 없어 태어나자마자 배고픔에 고통을 겪는 아기들이 적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1967년 국내 최초의 국산 조제분유인 ‘남양분유’를 선보였다. 1970년대에는 천안공장에 이어 ‘모유 과학의 산실’로 불리는 세종공장을 신설하며 분유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지난 20년 동안 남양유업은 4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 유제품업체 중 가장 큰 제조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시작으로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리며 ‘블랙기업’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2021년 4월에는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결국 홍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2021년 5월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고 지분 53%를 3107억원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뒤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지난 1월 대법원은 홍 회장이 당초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달 31일 남양유업 최대주주가 홍 회장에서 한앤코로 변경되며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식품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한앤코 측으로 경영진 교체가 완료된 뒤 사명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 현재 사명은 창업주 일가의 성인 ‘남양 홍씨’에서 따왔다.
남양유업은 올해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 등 건강기능식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60주년을 맞이한 신제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출처 : 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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