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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garia Love/불가리아 한국 뉴스

그들이 다시 움직인다… 러시아 스파이 경계령

KBEP 2024. 3. 17. 06:45

어른거리는 냉전시대 KGB 그림자
서방과 정보전 재시동
우크라戰 오판 이후 네트워크 강화

입력 : 2024-03-16 04:02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0225249

 

지난달 28일 불가리아 국적의 티호미르 이바노프 이바체프(38)가 영국 런던에서 국가의 안전과 이익에 해로운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음모를 꾸민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앞서 체포된 5명의 불가리아인에 이어 여섯 번째로 기소된 러시아 스파이 용의자다. 유럽의회에서는 지난 1월 말 라트비아 출신 타탸나 주다노카 의원이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식 조사가 시작됐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스파이 네트워크’를 대폭 강화해 서방과의 정보 전쟁을 다시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러시아가 전술을 조정했고 이제 서방과 새로운 정치 전쟁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서방의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러시아의 스파이 활동이 냉전 시절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전쟁 전 몇 년 동안 서방에서 벌인 정보작전에서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서를 사전에 입수해 공개했다. 전쟁 발발 직후 서방국들은 자국에 주재하던 러시아 외교관 600명가량을 추방했는데 이 중 400여명이 스파이였다. 이렇게 와해됐던 러시아의 스파이 네트워크가 더 조직된 형태로 강화돼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스위스 연방정보국(FIS) 소냐 마겔리스트 대변인은 지난 10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안보를 위협하는 스파이 활동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주로 한다”며 “스위스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 중 최소 3분의 1은 정보기관 소속”이라고 밝혔다. 중립국인 스위스 내 러시아 외교 공관이 유럽 전반의 정보활동을 통제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직 러시아 외교관 보리스 본다레프는 “제네바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중요한 허브 중 하나”라면서 “스파이 업무를 하는 많은 비밀 요원이 스위스로 파견된다”고 말했다.


도청·해킹에 전략물자 조달까지

 

러시아 스파이가 세계 각국에 침투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사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일 알려진 ‘타우러스 대화’ 도청 사건이 그중 하나다. 이는 독일 공군 고위 간부들이 화상회의에서 자국산 타우러스 미사일로 크림대교를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한 녹취 파일이 러시아에 유출된 사건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한 참석자가 싱가포르에서 암호화되지 않은 개방형 채널을 통해 회의에 접속하면서 대화 내용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보당국은 지난달 러시아의 허위정보 웹사이트 최소 193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보고서에서 “이 네트워크의 주된 목적은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우크라이나와 그곳 지도자들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해킹 시도도 보고됐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8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해킹 조직 ‘미드나이트 블리자드’가 회사 내부 이메일 계정에 침입한 데 이어 핵심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고도화된 스파이 네트워크는 서방의 제재를 피해 전략물자를 러시아로 들여오는 데에도 이용됐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연관된 스파이 조직 ‘세르니야 네트워크’ 관계자인 알렉세이 지비로프가 소유한 기업 ‘트레이드툴스’는 독일 핀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대러시아 수출 금지 품목 90만 달러(약 12억원)어치를 확보했다. 트레이드툴스는 미국 IT 제품과 영국산 산업용 절삭장비 등 수입품을 FSB와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방부, 국영 방위산업체, 원자력기업 등에 공급했다.

서방 의심 피해 외국인 활용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0225249

 

강화된 러시아 스파이 네트워크의 핵심은 ‘대리 요원’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자국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을 섭외해 정보 작전에 이용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서비스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총국(GRU)은 서방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군사적 배경이 없는 ‘클린스킨’ 요원을 모집해 해외로 보내고 있다.

또 네트워크 개혁의 일환으로 GRU에 ‘특수활동부’가 신설됐는데, 여기에는 외국인 암살을 담당하던 악명 높은 ‘29155 부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9155 부대원도 신병으로 채워져 서방의 오래된 데이터베이스로는 이들을 식별하기가 어려워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 이후 현재까지 여러 대륙에서 많은 러시아인의 ‘미해결 죽음’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 조종사였던 막심 쿠즈미노프(28) 피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쿠즈미노프는 지난달 13일 스페인 동남부 베니도름 인근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최소 여섯 군데에 총을 맞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뒤 스페인으로 이주해 신분을 숨긴 채 살아왔다. WSJ는 “현지 수사관들은 용의자를 특정하지는 못했지만 살인이 러시아 정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 작전 수행을 위한 거점도 늘려나가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서방의 영향력이 다소 약해진 중동,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스파이의 최우선 과제는 비밀을 훔치는 것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내부 균열을 확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유럽의 지원을 약화시키면서 ‘글로벌 사우스’에서 서구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0225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