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케어·지속가능성·수출국 다변화 등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입력 2024-01-02 06:00
뷰티누리 화장품신문은 올해 뷰티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일곱 가지 키워드를 선정했다. 뷰티와 웰니스, 여성과 남성, MZ와 시니어, 패션과 뷰티 등 올해는 각 카테고리를 구분짓는 경계가 흐릿해질 전망이다. 서로가 서로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낸다. 뷰티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되며, 여성 화장품을 향유하는 남성이 늘고, 남성 화장품 트렌드를 받아들인 뷰티 트렌드가 꽃을 피운다. 유행을 선도하는 세대에 장·노년층이 편입되며, 패션과 뷰티는 더욱 밀접하게 소통할 예정이다.
◇ 싸이케어(PSYCARE)
싸이케어는 뷰티 카테고리가 정신적 웰빙, 웰니스 영역까지 확장되는 것을 뜻한다. 팬데믹, 전쟁, 경제적 위기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두려움을 해소하고 심신을 안정시킬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싸이케어는 개인적이면서도 외부 지향적인 뷰티 카테고리를 통해 이를 해결할 방법을 탐색한다.
화장품신문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트렌드 플랫폼 뷰티스트림즈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 국내 뷰티업계에 싸이케어를 소개했다.
기분을 향상시키고 심신의 만족과 안정을 꾀하는 향을 추구하는 것이 싸이케어의 한 방식이다. 과거엔 남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향수를 사용했다면, 최근엔 웰빙과 기분전환에 초점을 맞춘 개인적인 향들이 선호된다. 향은 모든 것을 아우른다. 대부분의 뷰티 제품에 싸이케어의 목적이 가미된 향이 포함될 수 있다.
K뷰티는 흥행 요소가 다양하고, 뷰티 개념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시장으로, 싸이케어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다. 특히 국내 향수는 지금껏 해외 고가 향수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으나, 싸이케어를 접목한 향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지속가능성
기후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지속가능성은 전 산업계에서 외면할 수 없는 필수 목표가 됐다. 미국, EU, 영국, 일본, 호주 등 주요 수출국에선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에 대한 의무공시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 금융 당국도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 대형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친환경 공정을 위한 각종 규제는 올해 부쩍 늘어난다. EU 국가에선 올해부터 일회용 포장 및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사용 규제가 시행된다. 단계적으로 친환경·천연·생분해성 등과 같은 친환경 클레임에 대한 '그린워싱' 감지를 확대하고, 제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조치도 강제된다.
소비자들에겐 지속가능성이 소비의 기준이다. 기업의 윤리성·공익성, 제품의 공정성·신뢰성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기 위한 필수 준비사항이 됐다. 뷰티 기업들은 더 이상 이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 수출국 다변화
팬데믹이란 고비를 힘겹게 넘어온 K뷰티는 또 다른 과제에 직면했다. 국내 업계는 중국을 대체할 해외 시장 물색에 나섰고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비 68% 증가했고 수출 비중도 15.6%까지 올랐다. 미국이 중국을 대신할 최다수출국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성과에 힘입어 올해는 수출국 다변화 노력이 더욱 폭넓게 펼쳐질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지역의 화장품 규제 정책을 파악해 국내 업체들에 전달하는 사업에 예산을 따로 배정했다.
특히 중동 진출 문이 활짝 열릴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6개국 연합인 걸프협력이사회(GCC)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됐다. 올해 정식 서명 후 이른 시기 발효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상반기 중 UAE와의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결까지 완료하면 중동 지역으로 수출하는 우리 화장품의 관세가 철폐돼 수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
◇ 소비 양극화
지난해 전쟁이 터지고, 인플레이션으로 불안한 경제 상황이 반복됐다. 올해도 시작부터 경제 상황이 흉흉하다. 소비자 물가가 치솟고, 여유 자금이 줄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필수재가 아닌 소비재에 속하는 화장품이 그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다.
소비심리가 바닥에 이르자 저렴한 가격의 ‘가성비’ 화장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가성비 화장품이라 해도 제품력이 미진하면 선택받지 못한다. 비슷한 품질력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는 이를 위해 스파우트형 제품, 소용량 제품 등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다이소의 화장품 매대가 텅텅 비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프리미엄 뷰티 시장은 양질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프리미엄 뷰티를 소비하는 소비층은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이를 겨냥해 각종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빠른 배송 등으로 접근성을 강화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섰다.
◇ 맨즈뷰티
남성 화장품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시장이 앞으로 3년 내 1.5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특히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주요 해외 시장에 비해서도 빠르고 진보적인 편이다.
올해엔 남성 화장품의 전통적 트렌드인 ‘올인원(All-in-One)’이 스킨케어 영역을 넘어 다양한 뷰티 카테고리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스킨케어, 자외선 차단 기능을 통합한 메이크업 제품, 다양한 향을 포함해 향수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헤어 그루밍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젠더리스 열풍으로 남성성에 대한 개념이 옅어졌다. 이제 남성들은 여성용 화장품에의 도전을 꺼리지 않는다. 브랜드들도 ‘옴므’라인이나 브랜드를 따로 론칭할 필요가 적어졌다. ‘젠더 뉴트럴’ 제품으로 남성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남성들도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 시니어 소비자
업계가 모두 MZ세대의 유행을 좇아가고 있을 때, 조용히 구매력을 발휘하는 집단이 있다. 50대 이상의 시니어층이 바로 그들이다. 시니어층은 충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각 브랜드의 프리미엄 스킨케어 라인 매출을 책임진다.
글로벌 뷰티 업계에선 이들을 시장의 중심으로 끌어내기 위한 캠페인이 다수 전개 중이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거두고 건강한 노화를 맞이하자는 ‘슬로우에이징’ 개념이나, 브랜드들이 노년층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 그 예다.
국내 업계에서도 일본 진출 확대를 계기로 이들의 존재감이 떠오르고 있다. MZ세대뿐 아니라 실질적 ‘큰 손’인 시니어층을 잡아야 K뷰티가 롱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고기능성 제품을 선호하고 결정을 잘 바꾸지 않는 시니어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준비해야 한다.
◇ 미니멀리즘
그동안 유행하던 Y2K 패션이 서서히 저무는 모양새다. 대신 미니멀하고 꾸밈이 과하지 않은 단정한 패션이 ‘올드머니’란 이름을 달고 유행을 이끌고 있다. 패션과 뷰티는 실과 바늘이다. 뷰티에도 미니멀리즘 혁신이 당도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은 단연 메이크업이다. ‘파데프리’ 움직임이 관찰될 정도로 팬데믹 이후 많은 여성들의 메이크업 루틴이 변화하고 있다. 올해는 파운데이션을 바른 듯 안 바른 듯 투명하게, 피부 결점을 가리지 않고 드러내며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누드스킨 메이크업이 떠오를 전망이다.
스킨케어 영역에선 하나의 제품에 여러 기능이 담긴 멀티펑션(Multi-Function) 제품이 떠오를 수 있다. 기존의 복잡한 스킨케어 루틴에 반감을 갖는 Z세대를 중심으로 불어오는 바람이다. 젠더리스, 맨즈 뷰티의 부상도 이 바람을 부추겼다.
출처 : 화장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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