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서정윤 기자
- 입력 2022.06.27 09:17
- 한약은 용량만 맞춘다고 다 같은 약효를 내는 것이 아니다. 재배 지역, 성장기간 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이름의 약재지만 재배 국가에 따라 효능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천연물 약재의 ‘표준화’가 중요한 이유다. 2012년 정확한 표준 한약소재를 제공하는 ‘동의보감 소재은행’의 탄생은 한약의 과학적 효능 입증과 신뢰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소재은행을 탄생시킨 인물은 경희대학교 본초학교실 교수이자 한의학 박사 김호철 교수다. 약물을 채집하고 분류하는 전통적인 방법에 그치지 않고, 약리학을 기반으로 한약의 효능을 실험하고 DNA 감정을 통해 약재의 기원을 파악해 표준기준을 만들었다.
천연물의 표준기준 연구를 통해 기능성원료,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가고 있는 김호철 교수에게 천연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의보감 소재은행’이 탄생된 계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내외에 천연물을 실험한 많은 연구결과와 논문이 있다. 이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험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결과분석이 잘못된 사례가 많았다. ‘인삼이 혈압에 효과가 있나?’ 라는 실험을 예로 들면 인삼의 재배기간, 지역 등에 따라 성분이 달라진다. 그런데 실험에서는 통일된 실험재료가 아닌 각기 다른 인삼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결과도 천차만별이 된다. 어떤 연구결과는 혈압이 떨어진다, 또 다른 논문에서는 혈압이 내려간다는 결과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확한 연구를 위해서는 약재의 기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201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수행과정으로 선정돼 ‘동의보감 소재은행’ 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현재 1천종 정도 천연물 원물을 보유하고 있고, 추출물까지 포함하면 3천종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에 필요한 천연물을 소재은행에 요청하면 분양 받을 수 있다.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천연물 등 많은 산업 부분에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소재은행에서는 원료에 대한 인증서도 발급하고 있기 때문에 원료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천연물 기능성 원료를 개발하는 기업 ‘뉴메드’도 설립했다.
처음부터 기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중풍 치료제 연구를 위해 미국 코넬의대에서 약리공부를 하던 때, 실험과 연구를 기반으로 논문을 많이 쓰면 한의학이 조금 더 과학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논문보다는 내가 직접 개발한 치료제나 제품이 효과를 본다면 사람들에게 도움도 되고 한의학이 과학화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뉴메드’를 설립했다.
천연물 신약 개발을 목표로 회사를 설립했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먼저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소재와 제품을 만들었다.
치매예방의 핵심은 뇌세포 사멸을 늦추는 것이다. 중풍과 치매를 연구하면서 뇌세포 사멸을 늦추는데 도움을 주는 약재를 이용해 ‘뇌보’ 라는 건강기능식품도 만들었다.
또 키 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 관련 원료를 개발했다. 황기, 가시오가피, 한속단 등 한약재는 뼈를 빨리 자라게 한다. 여기서 착안해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HT042)’을 개발했고, 인체적용시험까지 완료해 식약처로부터 개별인정형원료로 인정받았다. 키 성장으로는 유일하게 식약처의 인정을 받은 기능성원료다.
해당 원료로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허가도 받았다. 베트남에서 진행을 준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고, 곧 다시 재개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당초 계획했던 신약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홍릉에 자리한 강소연구개발특구에 성분연구를 목적으로 ‘엔프로’ 라는 연구개발 기업을 만들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풍, 치매, 특발성저신장, 위장질환 관련이다. 기존 개발한 성분을 분리하고 합성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 동안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치료제 개발을 위한 투자유치도 준비중이다.
김호철 교수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교수
- 前 미국 코넬의과대학 교환교수
- 前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교환교수
출처 : 매경헬스(http://www.mkhealth.co.kr)
기사원문 : https://www.mkhealth.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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