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지나간 것들을 부른다 꽃보다 단풍이다 꽃은 삼류 연애소설처럼 몸을 훑고 지나간다 여운이 고전처럼 남는 단풍은 구수한 누룽지 냄새로 온다 밥 먹기 싫을 때 누룽지 먹으면 입안에서 그리운 사람 걸어가고 고향 집 돌담이 떠오르고 감나무잎 누렇게 태우던 빛이 고이고 그 맛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행복하고 서글프다 봄 여름 지나 찬바람 부는 가을에는 누룽지처럼 익어가는 저 숲에 들어 덤덤히 그리운 것들 기다려봐야지 고전소설처럼 접어둔 길 몰래 펴봐야지 - 김진숙, 시 ‘가을은 지나간 것들을 부른다’ 꽃보다 단풍의 깊은 멋. 누룽지처럼 익어가는, 그런 사람 같은 가을의 맛. 덤덤히 그리운 것들을 천천히 불러오는 가을입니다. 이 가을도 어느새 질 것이지만. |
출처 : 황광석 향기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