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 입력 2022. 05. 01. 05:00
기관·회사 구내식당업 2위의 기업이자 밀키트ㆍ외식 사업 등을 확장 중인 아워홈이 시끄럽다. ‘식구 간 경영권 싸움’이라는 개입된 이들도 지켜보는 이들도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포문은 지난 2월 초 법률대리인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구본성 전 부회장 쪽에서 열었다. 지분 38.56%를 보유해 1대 주주인 구 전 부회장은 당시 “아워홈의 정상적인 경영과 가족의 화목이 먼저라고 판단했다”며 “분쟁 상황이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구 전 부회장은 현 최고경영자(CEO)인 구지은 대표와 경영권을 놓고 다퉈왔다, 현재 아워홈의 지분은 창립자인 구자학 전 회장의 자녀들이 약 98%를 나눠갖고 있다.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을 비롯해 첫째딸 구미현씨 19.28%, 둘째딸 구명진씨 19.6%, 막내 구지은 대표 20.67%다.
새 이사진 선임 위한 임시주총 요구
지난 2월 선언으로 구지은 대표 체제로 굳어지는 듯했지만 구 전 부회장이 뜻밖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신의 보유 지분뿐 아니라 장녀 구미현씨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하겠다고 알렸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한 아워홈 주식 비율은 57.84%나 된다. 구미현씨 자녀 지분을 포함하면 58.62%다. 이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구지은 대표 체제가 와해될 수 있다. 구 전 부회장 측의 아워홈 보유 지분 매각 자문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는 4월 29일 주식 매각 관련 정보를 담은 티저레터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구 전 부회장은 4월 13일 동반 지분 매각 계획을 밝힌 뒤 아워홈에 새 이사 48명을 선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분 매각을 위해 중립적 경영진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구지은 대표는 물론 회사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구 대표 측은 “명목없는 경영권 복귀 시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의 경영안정을 뒤흔드는 사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15년 심어진 경영권 분쟁 씨앗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대표 간 갈등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분쟁의 씨앗은 2015∼2016년 심어졌다. 2004년부터 아버지인 구자학 전 회장 옆에서 경영수업을 해오며 부사장급인 구매식재사업본부장에 올랐던 구 대표가 2015년 보직해임되고, 그동안 경영참여의 뜻을 밝히지 않았던 구 전 부회장이 이듬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재계 인사는 “구 대표의 퍼포먼스와 경영진과의 갈등도 하나의 인사 계기였던 것으로 안다”며 “단순히 구 전 부회장이 장자라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보기엔 무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범LG가의 전통으로 꼽히는 장자승계의 원칙이 작용했다는 설만으로는 해석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2017년 4월 ‘이사 선임의 건’으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는 등 경영권에 관심을 가져왔다.
캐스팅보트 행사한 장녀…왜?
아이러니하게도 구지은 대표 체제를 위협하는 캐스팅보트를 당시 구 대표와 뜻을 같이했던 구미현씨가 행사한 형국이 됐다. 자신의 보유 지분을 가지고 이번에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을 잡았다. 이는 최근 아워홈 이사회에서 ‘무배당’ 결정을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구 전 부회장이 대표였던 지난 2020년 아워홈은 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총수 일가는 7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겨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에는 2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구지은 대표는 이사회를 통해 무배당을 결정했다. 급식 사업의 적자 가능성에 대비해 위기 경영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지분 매각의 공정한 과정을 위해서 이사회 개편을 요구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허가 신청서도 제출했다. 이사회 개편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것인지, 지금의 주장처럼 공정한 지분 매각을 위해서인지 현재로선 판단이 어렵다. 또한 매각을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그 지분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경영복귀도 가능할 수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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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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