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미 기자 입력 2022. 04. 23. 06:37
오늘날 정치는 이미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 컷의 사진이 정치인의 운명을 가르고, 선거 운동에서 이미지 메이킹은 공약 못지않은 중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최초의 이미지 선거로 일컬어지는 건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맞붙은 미국 대선이었다. 당시 대선 최초로 TV토론이 도입됐는데 라디오로 둘의 토론을 평가한 이들은 닉슨의 승리를 점쳤지만 TV로 평가한 이들은 케네디 압승을 예상했다. 케네디의 훤칠한 외모와 스마트한 이미지는 노쇠해 보이는 닉슨과 대비돼 돋보였던 것.
실제로 케네디는 대선에서 승리했고, 이 선거는 정치인에게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줌으로써 정치인은 공약으로만 승부하지 않는다는 첫 사례가 됐다.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강인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유도, 아이스하키, 승마 등 스포츠뿐 아니라 낚시, 사냥 등을 즐기는 사진을 공개하며 마초 기질을 드러냈다. 시베리아 오지에서 휴가를 보낸 뒤엔 가슴을 드러내거나 민소매를 입은 사진으로 단단한 육체미를 뽐내기도 했다.
백표범이나 호랑이 같은 맹수도 푸틴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에 종종 이용된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 시베리아 우수리의 야생 보호구역에서 한 사진기자에게 달려들던 호랑이를 마취총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그러나 뒤늦게 당시 호랑이가 야생이 아니라 사육된 호랑이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대중적인 '보스' 이미지를 강조했다.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견습생)에서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만든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도 지식인, 교양인, 전문직으로 구성된 상류 기득권층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대중을 위한 보스라는 이미지를 고수했다.
대선 운동 당시 쉬운 단어를 쓰고 다소 촌스러워 보이는 헐렁한 양복 차림을 한 것 역시 반듯하고 스마트한 전문직 기득권과 대비되는 효과를 얻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괴짜 캐릭터로 유명하다. 미국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이 '영국 국민성론'에서 "영국처럼 괴짜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곳은 없다"고 할 만큼 영국인은 괴짜에 너그러운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인지 존슨 총리는 헝클어진 더벅머리와 단정하지 않은 양복 차림으로 솔직하고 직설적인 입담을 뽐내는 등 주변에서 있을 법한 괴짜 이미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튼 스쿨과 옥스퍼드대를 졸업하는 등 전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존슨 총리의 연출된 이미지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베트남의 허름한 식당에서 3달러짜리 쌀국수를 먹거나 백악관 청소부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어린아이가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게 고개를 숙여주는 등 인간미를 강조한 사진들이 공개돼 세간의 화제가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이스크림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일정을 마치거나 이동하는 중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시민들과 어울리며 소탈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히 그는 단것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이스크림 중에서는 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한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털털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멋진 슈트핏과 잘생긴 외모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함께 꽃미남 지도자로 언급됐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결선 투표를 일주일 앞둔 지난 16일 단추가 풀린 셔츠를 입고 가슴털을 노출한 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마크롱 대통령이 영화배우 같은 풍성한 가슴털을 드러내면서 젊은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에 앞서는 검은색 후드 티셔츠를 입고 면도도 하지 않은 채 캐주얼한 차림으로 업무를 보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젊고 에너지 넘치는 지도자 이미지를 어필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코스프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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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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