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체육대학원에서 스포츠 마케팅 분야를 가르치고 있는 김도균 한국체육학회장은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시구 영상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정 부회장은 지난 16일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홈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야구단을 인수한 뒤 팬들이 인스타그램에 “시구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10연승을 하면”이라고 화답했다. 약속은 SSG가 올해 개막 후 10경기를 내리 이기면서 1년 만에 성사됐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는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6일 연속 야구 관련 사진이 올라왔다. 과거에는 요리와 골프 관련 사진을 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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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표 처음 몇 년만 반짝 관심” 우려도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이 정 부회장의 투구 폼보다 더욱 주목하는 건 야구라는 종목에 소비재 판매와 유통 채널까지 총동원하려는 모습이다. 신세계 그룹은 SSG 랜더스 홈구장이 있는 인천 문학경기장에 스타벅스 매장 2개와 노브랜드 버거를 입점시켰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진행한 SSG닷컴 야구 관련 행사를 통해 전년 대비 일일 방문자수는 20%가량 늘었고, 야구용품 매출은 5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12일 시구자가 누구(SSG닷컴 모델 공효진)인지 맞추는 이벤트에는 3일간 1만2000명이 참가했다.
스타벅스와 협업한 SSG랜더스 유니폼과 모자는 SSG닷컴에서 판매와 동시에 완판됐다. 야구장인 랜더스필드에서 판매한 유니폼과 모자도 1시간 30분 만에 모두 팔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팬들이 전날 밤부터 줄을 서 번호표까지 줘야 했다”며 “야구 마케팅이 연달아 성공해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자발적으로 야구 구단에 협업을 요청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SSG닷컴은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인천 SSG랜더스데이에서 치뤄지는 3연전 경기를 앞두고도 기념 행사를 준비했다. 24일까지 ‘집관(집에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 족을 겨냥해 쓱배송 또는 새벽배송 상품을 4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 가운데 10명을 추첨해 김광현?추신수?최정 선수 유니폼 중 1종을 경품으로 준다.
김도균 교수는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고객들에게 오프라인 경험을 맛보게 하는 이벤트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노브랜드 햄버거에 피자까지 야구와 결합하면 상생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총 매출액은 4737억원으로 전년(4425억원)보다 7% 가량 올랐다. SSG랜더스의 2021년 매출액은 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상승률(22%)로도 상위권에 속한다. 올해는 3년 만에 입장 제한 없는 시즌이라 10개 구단 매출액이 모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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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지구 스타필드 건설과 연계하면 시너지”
다만 야구 마케팅이 장기화되고 구단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30일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김택진 대표를 향해 “게이머가 아이템을 산 돈으로 야구 선수 연봉을 100억, 200억씩 쓰면서 엔씨소프트의 영업비용이 커지고 있다”며 “야구단 운영을 지속할 생각이냐”고 날선 질문을 했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고점 93만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4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대표들이 구단을 인수한 뒤 처음에는 관심을 갖다가 시간이 지나면 의욕을 꺾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신세계그룹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 돔구장과 연계해 스타필드 같은 대규모 쇼핑 단지 건설할 수 있어서 차별화 요소는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야구단 인수와 함께 청라지구에 장기적으로 돔 야구장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출처 : 중앙일보
기사원문 : https://news.nate.com/view/20220424n00613?mid=n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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