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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없는 사회를 꿈꾼다

KBEP 2022. 4. 16. 10:23

입력 2022.04.15 22:00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현판. 연합뉴스

길고 얇은 감자튀김을 당신은 뭐라고 부르는가? 한국에서는 '프렌치 프라이'라고 부르지만, 벨기에 사람들은 '벨기에 프라이'라고 부른다. 요리 이름이야 아무렴 어때 싶겠지만, 의외로 프렌치 프라이와 벨기에 프라이의 싸움은 길고 치열하다. 이라크전쟁으로 미국과 프랑스가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을 때, 미국 일부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프렌치 프라이의 이름을 '프리덤 프라이'로 바꾸었다. 벨기에 식당에 가서 프렌치 프라이와 벨기에 프라이를 달라고 하면, 프렌치 프라이라고 말한 요리만 조금 나온다는 농담도 있다. 누가 원조이든 알아야 할 것은 한 가지다. 이름은 무언가를 호명하는 역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이름은 어떠한가? 개편을 두고 미래가족부, 인구가족부 등 여러 이름이 거론된다. 조직의 정체성을 새로 잡겠다는 각오에 가까워 보인다. 여가부 예산은 여성에게만 갈까? 2021년 1조1,500억 원의 여가부 예산은 한부모가족지원 기금, 아이돌봄지원 기금, 여성경제활동 촉진 지원, 가족서비스지원, 청소년 사회안전망 구축의 순서대로 쓰였다. 여성보다는 가족에 방점을 둔 예산 쓰임이다. 아마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여기 할당된 예산의 수혜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가족부는 '여성'이라는 이름 때문에 더 가혹한 비판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성'이라는 이름은 왜 이다지도 논란이 될까?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이들은 왜 남성가족부는 없느냐고 묻는다. 남성가족부는 왜 없을까? 이 질문은 '장애인 복지관'은 있는데 왜 '비장애인 복지관'은 없으며,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는 있는데 왜 '한국인 가정지원센터'는 없으며, '어린이날'은 있는데 왜 '어른이날'은 없냐는 질문과 결이 같다. 따로 있을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테두리를 짓고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이들은 사회 제도 안에서 보호받는 존재다. 여성이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가 아니라면, 애초에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 가족부는 어떠한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부가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시선이 담겨 있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하나의 개인인지, 경제발전 유지를 위한 도구인지 말이다.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이유는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돈을 받으려고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출산, 양육으로 인한 경력중단과 육아 노동의 불균형, 어머니라는 존재를 혐오하는 맘충이라는 단어, 하루에 몇 건씩 반복되는 여성을 향한 데이트폭력과 살해 속에서 몇 푼의 돈을 흔들며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묻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그런 면에서 '여성 인권만 높여 달라고 주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 자살률만큼 심각한 지표는 아니다'라고 말한 이수정 교수의 발언은 본질은 외면한 채 수치만 바라보는 일이다. 2030여성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은 젠더폭력, 채용 성차별, 성별임금격차 등이다. 이 모습은 출산장려비를 주었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말하는 기존 메시지와 겹쳐 보인다.

여성권익 신장 없는 인구증가는 불가능하다. 낮은 인권을 견디며 출산에 힘쓰는 여성을 보느니, 낮은 출생률을 유지하는 지금이 더 낫다고 단언하겠다. 언젠가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에서 여성은 빼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성가족부가 없는 사회를 꿈꾼다.

 

박초롱 딴짓 출판사 발행인

 

출처 : 한국일보

기사원문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4150934000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