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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서 연간 200억 매출 올리는 ‘햄버거 사장님’ [사장의 맛]

KBEP 2022. 3. 31. 12:22

바스버거 운영 테이스터스 서경원 대표
오피스상권 18개 매장
맛 있으면 지하도 괜찮다

입력 2022.03.30 06:00
좋은 직장 들어가도 ‘집 한 채’ 사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MZ들은 ‘내 사업’ ‘사장님’을 꿈꿉니다. 창업을 꿈꾸는 분들을 위해 조선일보가 선배 창업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사장이 됐나, 대체 사장은 어떤 맛인가. ‘선배 사장’을 심층 인터뷰해 ‘창업 실전 MBA’를 써드립니다. 자랑, 성과 같은 단맛은 물론, 창업 과정의 짠맛, 쓴맛을 그대로 전해 드립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노브랜드버거, 맘스터치...주요 상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햄버거집’입니다. 굴지의 대기업이나 사모펀드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로선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창업자 입장에선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메이저가 점령한 햄버거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업체가 있습니다. 서울 광화문, 여의도, 역삼동 등 주요 오피스 상권에 자리잡은 수제버거 전문점 바스버거입니다.

바스버거를 운영하는 회사는 테이스터스. 공동창업자 서경원(40) 대표이사는 서강대 경제학과 2001학번입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인 삼정KPMG와 키움자산운용 등에서 근무하다 수제버거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바스버거는 2015년 1월 서울 광화문점 1호점을 연 이후 18개 매장으로 컸습니다. 들고 먹는 수제버거, 미국 펍(pub) 느낌의 인테리어로 버맥(버거+맥주) 맛집으로 입소문 났습니다. 코로나가 본격화한 2020년 처음으로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2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사장의 맛’이 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바스버거를 운영하는 테이스터스의 서경원 대표. /이태경 기자

◇신맛 : 잘 나가던 회계사, 미래를 생각하니 막막

서 대표는 삼정KPMG에서 인수·합병(M&A) 재무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키움자산운용으로 이직 후 펀드매니저 생활을 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월급쟁이로 살다 2013년 12월 사표를 냅니다.

-회계사 자격증도 있겠다, 다녔던 회사도 남들 부러워하는 곳인데, 왜 그만뒀나요?

“직장인들은 자기의 미래가 될 사람들을 보면서 계획을 세우고, 꿈을 갖잖아요. 위에 상무님, 이사님을 보니 임원되는 게 좋겠다고 느끼면서도, 가정을 돌보기 힘들 정도로 일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더라구요. 나중에 내 아이가 커가는 걸 보고 싶다는 ‘총각의 판타지’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총각의 판타지만으로 퇴사와 창업을?

“M&A 업무를 해보니 ‘창업이란 게 꼭 우주 천재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창업을 결심한 2013년이 제게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당시 글로벌 경제가 좋았고, 특히 한국이 금융위기를 잘 돌파하면서 반만년 한민족 역사상 가장 잘 나가던 때라고 생각했어요. K콘텐츠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할 때였구요.”

서 대표는 펀드매니저였던 대학 동기와 창업을 결심합니다. 그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니 진입장벽이 높지 않으면서 사업적으로 충분히 콘트롤할 수 있는 걸 찾았다”며 “두 가지 측면에서 결국 F&B(식음료)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스버거는 오피스상권을 중심으로 버맥(버거+맥주)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테이스터스

◇쓴맛 : 숫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 달라

창업을 위해 4명이 손을 잡았습니다. 이들이 모은 자본금은 4억원. 여기에 지인 8명으로부터 총 4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받았습니다. 동업자 4명은 2014년 1월 한강대교 인근에 오피스텔을 얻고 1년 동안 합숙을 했습니다.

서 대표의 첫 사업 아이템은 ‘바스티유’란 이름의 아이스크림 브랜드였습니다. 2014년 4월 서 대표는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오픈했습니다.

-실패한 사업이었나요?

“처음에는 너무 잘 됐어요. 오픈 한 달 만에 잘 나가는 맛집 방송 섭외도 들어왔고요. 미국 뉴욕에 우리랑 비슷한 콘셉트의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엄청 핫했어요. 직접 가서 먹어보고 ‘뉴욕 핫플레이스도 별거 없구나’란 생각까지 했죠. 한국에서 매장 딱 한 개만 오픈하고, 2호점부터는 뉴욕 비롯해서 해외에서 하자라는 얘기까지 했죠. 철없는 아이였죠.”

-오픈부터 잘 됐는데 왜 접었나요?

“바스티유 1호점이 너무 잘 돼서 그해 가을에 바로 가로수길(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2호점을 오픈했어요. 광화문에 3호점 오픈 준비까지 했죠.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면서 잘 안 되기 시작했어요.”

-아이스크림은 겨울에 비수기라는 건 예상하셨을텐데요. 더군다나 숫자에 밝은 분들인데요.

“피크 때 매출의 20% 정도면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봤죠. 그런데 현실은 5%였어요. 사업 모델을 아예 바꾸든지, 계절 아이템을 추가하든지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서 대표는 1년여 만에 바스티유를 접었습니다. 서 대표는 바스티유 최종 철수 전에 버거 브랜드 바스버거를 함께 시작합니다. 2015년 1월 바스티유 3호점으로 계획했던 광화문에 1층은 바스티유, 2층은 바스버거를 시작한 겁니다.

-아이스크림에서 어떻게 버거로 바꿀 생각을 했나요?

“동업자 중 한 명이 미국 뉴욕에서 오래 살았어요. 버거집을 2년 운영하다가 접고 우리팀에 합류한 그 친구가 ‘한국에 괜찮은 버거집이 없다’고 하는 말에 다들 공감했어요. ‘그걸 좀 다듬어서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나온 게 바스버거입니다.”

바스버거는 미국 펍(pub)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직장인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테이스터스

◇짠맛 : 미친듯이 팔리는데 연봉 2000만원

바스티유 3호점으로 계획했다가 결국 바스버거 1호점이 된 광화문 매장은 독립건물 1~2층을 통째로 쓰는 90평 규모였습니다. 서 대표는 “당시 자신감이 너무 컸다”며 “고정비용이라는 개념을 이론으로만 알았을 뿐 우린 허깨비였다”고 말했습니다.

-바스버거 초창기는 어땠나요?

“손님이 꽉 차고, 점심 저녁 장사 모두 잘 됐어요. 입소문이 나면서 월 매출이 1억원이 넘었죠.”

-그런데 왜 허깨비였다는 거죠?

“당시 광화문 매장 월세가 3000만원이었어요. 장사가 잘 되는데 남는 게 없는 거예요. 제가 가져간 돈은 연봉 2000만원 정도였어요.”

-뭐가 문제였나요?

“저희가 비용 구조에 많이 미숙했어요. 당시 버거 세트 메뉴 가격이 6000원대였어요. 마진을 최소한으로 갖고 가자는 콘셉트였죠. 그런데 식자재가 버거값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나오는 거예요. 이상적 비중은 30% 정도거든요. 말도 안 되는 식자재비 비중에 어마어마한 임차료까지 냈으니 마이너스 구조였죠.”

바스버거를 운영하는 테이스터스의 서경원 대표가 양 손에 버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태경 기자

◇단맛 : 지하에서 빛을 보다

서 대표는 매장을 더 냅니다. 이른바 ‘광화문 대형 매장’은 그대로 두고 이번엔 소규모로 갑니다. 2016년 문 연 여의도와 역삼동 매장은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광화문점도 지하로 이전합니다.

-버거집이 지하에 있는 건 지금도 독특합니다.

“식자재는 퀄리티를 위해 그대로 두고, 임차료를 획기적으로 낮춘 겁니다. 오피스 상권에선 맛있고 가격 경쟁력 있으면, 충분히 계단을 내려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광화문점에서 재미를 못 봤는데 확장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사업을 접을까도 고민했어요. 그런데 광화문점 매출만 보면 직장인들에게 강점이 있다는 걸 확인했잖아요. 실패했던 비용 구조를 보완하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시간없는 직장인들을 위해 주문을 빨리 소화하도록 주방 동선도 바꿨죠.”

바스버거 광화문점은 월 매출 1억을 기록하는데 1년이 걸렸습니다. 2호점(여의도점)은 광화문점의 절반이 채 안 되는 40평 규모지만 오픈 3개월 만에 매출 1억원을 기록합니다. 이후 바스버거는 2017년에만 상암DMC점, 국회의사당점, 판교테크노밸리점, 선릉점으로 잇따라 확장합니다. 매출액도 2015년 6억 2726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19억2978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서 대표는 “철없던 시절 뉴욕 진출을 꿈꿨는데, 올해 다시 진지하게 해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본 도쿄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스버거는 잘라 먹는 번거로움 없이 양 손에 잡고 한 입 베어물 수 있는 수제버거를 만들었다. /테이스터스

서 대표는 바스버거의 강점 중 하나로 ‘직영’을 꼽습니다. 바스버거는 초창기 지인이 오픈한 가맹점 2개를 제외하면 16개의 점포가 직영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을 뺀 정직원만 115명.

-가맹점을 해야 큰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롱런(long run)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퀄리티 콘트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맹점은 아무래도 그게 쉽지 않죠. 가맹점 두 곳은 믿을 만한 지인을 통해 테스트 했는데 더 이상 가맹점은 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배달시장이 커진 걸 감안하면, 한국에서 최대한 매장을 내면 50개라고 생각합니다.”

서 대표는 롱런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습니다. 그가 꿈꾸는 바스버거의 미래에 대해 물었습니다.

“오피스 상권에는 선배의 선배 때부터 쭉 가거나 신입이 오면 꼭 데려가는 그런 식당이 있잖아요. 저희는 40~50년이 지난 뒤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 데리고 저희 매장에 와서 ‘여기가 할아버지 신입사원 때부터 많이 좋아했던 곳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되길 꿈꿔요. 그러기 위해 바스버거는 철저하게 직영으로 운영하고, 유행에 치우치지 않는 맛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냉면으로 비유하면 함흥냉면보다는 평양냉면과 같은 담백한 맛을 추구하는 겁니다.”

석남준 기자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https://www.chosun.com/economy/market_trend/2022/03/30/4REDEFNA2ZEMTODNLKB6QHV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