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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 이긴 결정적 이유?" 대만 '반도체 대부'가 밝힌 비밀

KBEP 2022. 3. 28. 08:24

[한중일 톺아보기-85]

  • 신윤재
  • 입력 :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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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만 언론과 인터뷰를 한 TSMC 창업자 장중머우(모리스 창)전 회장.

파운드리 세계 1위이자 아시아 시총 1위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와 경쟁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입니다. 대만의 경제안보를 떠받치는 대들보로서 '호국신산'(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 불리며 대만인들의 자부심이 된 지 오래죠.

TSMC의 성공에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대부라 불리는 창업자 장중머우(張忠謀·모리스 창) 전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걸로 평가됩니다. 그런 그가 지난달 말 대만 경제지 '財訊'(차이쉰)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본 반도체가 쇠퇴한 데 반해 한국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고 그의 생각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미국과 함께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산업을 견인한 쌍두마차였지만 이후 급속히 힘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현재 절치부심 부활을 꿈꾸며 일본 정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1조4000억엔을 쏟아붓는 등 반도체 육성에 고심하고 있죠. 반도체 전문가이자 유능한 경영자였던 장중머우 전 회장이 생각하는 양국의 명암이 엇갈린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요.

"1985년 플라자합의는 부차적 요인일 뿐"
25년여만에 급변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수준. [그래픽=조보라]

"도시바와 NEC는 정말 훌륭했다. 당시 일본은 CPU 같은 시스템 반도체에서 강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인텔도 압도해 사업에서 철수시킬 정도였다." 장중머우 전 회장은 1980년대 일본 기업들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 쇠퇴 원인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여러 논의가 있어 왔습니다. 기업들이 시대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거나, 감지는 하고 있었지만 글로벌 흐름에 따라 가지 않고 자기들만의 고집을 내세우다 갈라파고스화돼 버렸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건 1985년 미국 주도하에 일본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맺은 '플라자합의'일 겁니다. 이를 기점으로 1달러=240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1987년 말 1달러=120엔에까지 하락하게 됐습니다. 환율 여파로 일본 반도체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하락해 미국 제품에 밀렸고 한국 제품의 저가 공세에까지 직면하게 된 게 컸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장 전 회장은 이 같은 주장에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플라자합의는 일본 반도체 몰락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韓·日 반도체 희비, 출중한 라오반 여부에 갈려"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호텔에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 라며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는 고 이건희 전 회장. [사진=매경DB}

"한국 삼성전자에는 이건희 씨가 있었다. 하지만 히타치나 도시바, NEC에는 그런 인물이 없었다."

장 전 회장이 한국과 일본 반도체의 희비를 가른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한 건 출중한 라오반(老闆·경영자 또는 리더)의 존재 여부였습니다. 물론 일본 기업들에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문경영인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건희 전 회장과 같은 유능한 리더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장 전 회장은 "뛰어난 라오반은 매우 희귀하다. 1000명 중 1명 나올까 말까하다. 그런 인물인 이건희 씨는 시대를 만들었다"고 추켜세웠습니다.

91세의 나이에도 장 전 회장은 1989년 대만에서 이 전 회장과 아침식사를 함께했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습니다. 그는 "이건희 씨가 반도체 전문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당시 이미 휴대전화의 잠재력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선견지명이 있었고 해야 할 일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하고야 마는 용기가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美·日 반도체, 향후 20년은 옛 명성 되찾기 어려울 것"
인텔은 최근 유럽에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을 위해 800억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팻 겔싱어 CEO는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80%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며 아시아 견제 의지를 피력했다. [사진=연합뉴스]

장 전 회장은 자신이 개척한 파운드리 모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를 위탁생산한다는 생각 자체가 아주 새로운 건 아니었다. 1980년에 이미 미국 컴퓨터 과학 저널들에 언급돼 있었다." 그는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개념을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가 '파운드리'라고 명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무어는 파운드리만 하는 기업이 번영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가능성을 봤고 현실화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미·중 대립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진 상황에서 향후 반도체 업계 전망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는 반도체 수요 급등과 공급망 교란으로 거의 모든 제조사에서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이 옛 영광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반도체 제조에서 옛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당연하게도 대만과 한국, 중국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렸다. 현재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에서 기세를 더 키우고 있는데 만약 중국까지 성장하게 되면 미국과 일본 반도체의 부활은 향후 20년 내에는 어려울 것이다."

"TSMC에 유일한 위협은 한국…이유는 인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

인터뷰에서 장 전 회장은 역사가 30년 정도에 불과한 반도체 후발주자 TSMC가 기라성 같은 미국, 일본 기업들을 제칠수 있던 비결로 '사람'을 꼽았습니다. 대만에는 숙련되고 잘 교육된 반도체 인력이 미국보다 풍부했고 그 스스로 국내외 우수 인재를 불러모으는 데 각별한 공을 들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확히 1년 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강연에서 TSMC를 위협할 경쟁자들에 대한 의중을 자세히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일본과 중국은 기술 수준에서 대만의 라이벌이 될 수 없고 미국 역시 장기적으로 대만을 앞서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는 "인재 면에서 미국은 대만을 이길 수 없다"며 "미국에서 제조업은 시대에 뒤처진 산업이라는 인식이 있어 반도체 엔지니어들조차 금융투자 업계를 지망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삼성전자는 TSMC에 매우 강력한 라이벌이다. 양국은 비슷한 장점을 공유하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인재 수준이 높고, 관리 인력도 모두 국내에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건희 전 회장 역시 생전 사람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고 합니다.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말마따나 기업을 움직일 사람 선별에 매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죠. 창업주 때부터 인재 중시 문화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의 인재 제일 경영은 삼성이 오늘날의 위상을 갖추게 된 비결이었다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더라도 그걸 다루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곧 출범할 새 정부의 인적 구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중요성은 기업이든 국가든 마찬가지 입니다. 모든것이 유동적인 시대, 대내외 여건이 어느때보다 녹록치 않다는 우려가 들립니다. 5년은 기업과 국가의 흥망이 결정 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대한민국호를 이끌 새 행정부가 부디 이건희 전 회장과 장중머우 전 회장의 안목에 들 만한 그런 인물들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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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경제

기사원문 :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2/03/31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