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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전유물이던 캐비어, 中이 손대자 "배춧값 됐다"[김지산의 '군맹무中']

KBEP 2022. 4. 2. 09:54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입력 2022. 04. 02. 06:10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캐비어 /사진=뉴스1

다방면에 걸친 첨단 제조업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은 미·중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수십년 사이 일궈온 글로벌 밸류체인은 온갖 것을 '다' 만들겠다는 중국에 의해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등 기술탈취가 도마에 올랐다. 오늘날 중국이 세계적인 비호감 국가가 된 건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중국이 나쁜 의미에서 기존 질서의 파괴자로만 존재해오던 건 아니다. 저렴하면서도 높은 품질의 제품으로 세계 기업과 소비자들의 부익부빈익빈을 완화했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제조 2025나 공산품과는 관계 없지만 값비싼 식재료의 대명사였던 '캐비어'는 해당 분야에서 중국의 순기능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최근 중국 포털 구석구석에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캐비어 가격이 왜 중국에서는 배춧값이 됐나?'라는 류의 제목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핵심은 중국에서 철갑상어를 양식하면서 고품질 캐비어를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거품 투성이였던 세계 캐비어 가격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국뽕(무분별한 애국주의)' 성격이 짙은 것들이다. 그러나 내용 자체가 거짓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캐비어를 즐겨 먹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나라가 어떻게 세계 최대 캐비어 수출국이 됐을까.

시작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학자들은 철갑상어 양식에 대한 연구개발을 확대했다. 양식에 성공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캐비어가 아닌 철갑상어 고기에만 관심이 있었다.

혁신은 저장성 취저우에 위치한 한 철갑상어 양식장에서 일어났다. 양식장 주인은 1998년부터 철갑상어를 키워 생선을 팔아왔는데 2년 만에 양식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철갑상어 고깃값이 폭락했다.

그는 캐비어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암수 식별조차 못했을 뿐더러 운 좋게 캐비어를 채취하는 데 성공해도 가공 방법을 몰랐다. 더위가 극심했던 해에는 철갑상어 5만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헝가리 기술자들에게 암수 식별을 배우고 이란으로 건너가 가공업자에게 엄청난 돈을 주고 캐비어 가공기술도 습득했다.

남은 건 판로 개척이었다. 캐비어 소비가 활발한 선진국이 대상이었다. 초고가 식재료를 일면식도 없던 초짜에게, 그것도 'MADE IN CHINA' 인증이 찍힌 제품을 사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이 업자는 대범하게도 독일 루프트한자가 1등석 캐비어 공급업체 모집 공고를 내자 입찰에 참여했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런데 루프트한자는 기존 공급자인 이탈리아 회사가 기어코 공급을 중단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중국 회사 제품을 포함해 시장에서 샘플 몇 개를 구입해 테스트 했다. 양식업자는 이때다 싶어 공개 입찰에 재도전했다. 루프트한자 이사회는 또 퇴짜를 놨다.

루프트한자 구매 담당 직원이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국제 시장에서 25종 샘플을 구매해 2차례에 걸쳐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때 이 양식업자의 제품이 최고점을 받았다. 이 양식장은 루프트한자 유일의 캐비어 공급 업체가 됐다.

 

중국 한 철갑상어 양식장/사진=바이두

2019년 발표된 '중국 철갑상어 산업 발전 보고서'를 보면 중국 내 철갑상어 양식장은 20개 정도다. 세계 철갑상어 양식장의 절반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캐비어 생산량은 2006년 0.7톤에서 2019년 139.8톤으로 급증했다. 오늘날 세계 캐비어 35%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10개 품종의 철갑상어를 사육하고 인공 번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중국의 성공은 시와 운이 다 맞아 떨어진 결과다. 원래 캐비어 시장은 러시아 판이었다. 카스피해산 철갑상어 캐비어를 금수저로 살짝 떠먹는 '사치의 향연'으로 포장하면서 가격도 비싸게 받았다. 당연히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너도 나도 철갑상어를 잡는 통에 씨가 말라갔다. 급기야 2000년 멸종 위기 동식물에 야생 철갑상어가 포함됐다. 세계적으로 철갑상어 사냥이 금지되자 그 무렵 양식기술을 섭렵한 중국은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터무니 없이 비쌌던 캐비어 가격은 중국 양식업자들에 의해 무너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8년 11월 미국에 수입된 캐비어는 1kg당 평균 276.24달러(약 33만6000원)에 판매됐다. 1년 전보다 약 13%, 2012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었다.

2019년 3월18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캐비어 업계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2년 내 캐비어는 공급과잉 문제를 겪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말에는 캐비어가 '소수의 부자 미식가들을 위한' 식재료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공급 과잉의 결과는 저렴한 가격에 다수의 사람들이 캐비어를 즐기는 것이다. 고마진을 챙기는 소수의 업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현상이 일부 부자 이외 사람들에게까지 해악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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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머니투데이

기사원문 : https://news.v.daum.net/v/20220402061001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