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이마트, 컬리, 바로고 같은 '골리앗'을 제치고 친환경 유기농식품 유통회사인 초록마을을 품에 안은 '다윗'이 있습니다. 온라인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이 초록마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데요,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이 우협 선정의 이유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투자은행(IB)업계엔 잘 안 알려진 스타트업이지만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있어 딜 클로징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는 점도 주효했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올리브영의 AI 스타트업 인수, 어펄마캐피탈의 빔모빌리티 투자, 남양유업의 소송 등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1. 이마트 제치고 초록마을 우협 선정된 정육각의 비결은?
친환경 유기농식품을 판매하는 초록마을은 이마트에브리데이, 컬리, 바로고 등 여러 기업들이 눈독 들였던 매물입니다. 최근 친환경 신선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고가의 유기농 상품은 회사의 수익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이죠. 1999년 설립돼 오랜 기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온 초록마을은 대상홀딩스가 최대주주인데요, 대상홀딩스와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 99.57%를 약 1500억원에 매각키로 했습니다.
초록마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정육각은 다소 생소한 회사인데요, 온라인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이라고 합니다. 도축한 지 얼마 안 된 돼지고기를 유통하는 회사로 시작해 도계 1일 이내 닭고기와 산란한 달걀 등으로 판매군을 넓혔습니다. 막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이 시기에 초록마을 같은 유통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수전에 뛰어든 겁니다. 초록마을은 4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죠.
무엇보다 투자은행(IB)업계가 이번 딜을 주목한 건 이마트에브리데이 같은 유력후보를 스타트업이 제쳤다는 겁니다. IB업계에 따르면 정육각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내 우협으로 선정됐다고 하는데요, 거기에 더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몇 곳과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중이라는 것도 중요한 선정 이유였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단독 취재해 보도한 김채연 기자에 따르면, 스톤브릿지 등 몇 군데와 함께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단계라고 하네요. 빠르게 투자를 결정하고 인수를 마무리한 뒤 그 회사를 밸류업시켜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컨소시엄에 PEF가 참여하면 확실히 '딜 클로징'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우협 선정에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디지털에 공격 투자하는 올리브영
올리브영은 단연 국내 1위 헬스&뷰티(H&B)스토어입니다. 특히 MZ세대들은 올리브영에서 화장품과 생필품 등을 대부분 소비하곤 하죠. 그러나 언제나 1위일 수만은 없는 법이고 그 다음 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올리브영이 디지털 투자 확대의 일환으로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로켓뷰를 인수한 건 이같은 절박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로켓뷰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화장품 상품명을 검색하면 최저가와 상품 속성, 성분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찍검'(찍고 검색) 서비스 앱을 만든 스타트업입니다. 방대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는 올리브영 입장에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한편 온라인몰도 강화하기 위해 로켓뷰의 기술이 필요했던 겁니다.
또 개인 맞춤형 제품 추천 큐레이션 등 미래에 꼭 필요한 기술 개발에도 로켓뷰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누가 얼마나 정교하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미래 소비 패턴과 시장 주도권자가 달라질 테니까요. 올리브영의 도전과 투자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3. 아직 공유 플랫폼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
글로벌 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이 아시아 최대 마이크로 모빌리티(단거리 이동수단) 공유 플랫폼 운용사인 빔모빌리티에 900억원을 투자키로 했습니다. 빔모빌리티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26%를 취득하는 방식입니다.
빔모빌리티는 한국과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전동 킥보드와 전동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시장 점유율 17%로 업계 1위라고 합니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선 전동 킥보드, 전동 자전거가 유행하고 있는 데다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 건데요, 최근 배달앱 사용이 급증한 것도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어펄마캐피탈은 이번 투자로 세콰이어캐피탈을 제치고 2대주주가 됐습니다. 앞선 시리즈A 투자를 단행했던 세콰이어캐피탈은 3대주주가 됐죠. 어펄마캐피탈이 업사이드가 큰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를 잘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빔모빌리티가 얼마나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파이를 키워갈 수 있을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4. 한상원 대표와 홍원식 회장 간의 대질심문 성사 가능성, 그것이 알고싶다
지난달 2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한앤코) 간의 주식매매계약(SPA) 이행에 관한 본안소송 세 번째 변론기일이 열렸죠. 이 날 재판부는 홍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대표,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 박종구 박종현 김완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중요 증인들의 출석 기일을 정했습니다.
가장 관심을 끈 건 홍 회장과 한 대표 간의 대질심문을 위한 증인출석일이 4월28일로 정해졌다는 거였죠. 아직 성사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한 대표는 당연히 출석해서 한앤코와의 계약 이행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걸 입증하려 할 테고, 관건은 홍 회장입니다. "평소 웬만한 외부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걸 꺼려하는 터라, 게다가 말주변이 부족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 홍 회장의 발언이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상대측에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홍 회장을 잘 아는 IB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건강상의 이유를 든다거나 중요한 출장 일정(CEO가 아닌데 이걸 이유로 들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을 잡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출석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입니다.
반면, 이 재판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또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 맺은 조건부 매매계약 이행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한앤코가 승소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홍 회장이 직접 등장해 본인의 억울함(홍 회장 주장대로라면)을 입증하려 애쓸 거란 예측도 있습니다.
과연 홍 회장이 "한앤코에 속아 너무 싸게 경영권을 넘겼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본인과 가족들의 임원진 대우, 백미당 사업분할 약속을 어겼다"는 근거자료를 명백히 제시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한 대표와의 대질심문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해지겠죠,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아, 그리고 세 번째 본안소송 변론기일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대유위니아그룹의 임직원 여럿이 일찌감치 법정을 찾아와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는 사실. 법정 밖에는 여러 기자들을 비롯해 변호사 등 여러 관계자들이 복도를 꽉 채울 정도로 몰려들었지만 인원 제한 때문에 다 입장하질 못하는 상황이었죠. 이날 법정 안에 입장한 한 지인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 임직원들은 법정 안에서 셀카를 찍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합니다. 대유와 홍 회장 간의 계약이행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해 아무 경영간섭 행위를 할 수 없게된 마당에 말이죠. "아마 한앤코측 변호사가 어떤 주장을 하는지, 관련된 증인이 누구누구 채택되는지 가장 먼저 알고 싶어서 찾아온 게 아닐까"라는 게 IB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었습니다. 암튼, 증인 출석으로 인해 4월은 참 시끌벅적할 것 같습니다. M&A와 관련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출처 : 한경 경제
기사원문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304497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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