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체들 가능성 잇단 보도
양측 침묵 속에서도 인수설 솔솔
창업주 랠프 로런 여든 고령에
최근 실적 부진이 매각설 배경
LVMH, 美 티파니 성공 인수로
미국 브랜드 운영에 자신감 붙어
구찌 보유한 케링도 합류할 듯
[생생유통] 지난주 미국·유럽 패션계는 '핫한 소식'으로 들썩였습니다. 루이비통을 보유한 세계 최고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 패션의 자존심 '랄프로렌'을 인수한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양 회사는 침묵을 지켰지만, 패션 업계에서는 "좋은 딜(거래)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인수설은 미국 한 매체 보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악시오스는 최근 LVMH가 랄프로렌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랄프로렌을 창업한 랠프 로런 회장 역시 매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1967년 랄프로렌을 창업한 로런 회장은 1939년생으로 이미 여든 살을 훌쩍 넘겼습니다. 경영 일선에서 랄프로렌을 이끌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5년 연간 매출 65억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인수설에 불을 붙였죠.
만약 인수가 이뤄진다면 빅딜 중의 빅딜입니다. 가격으로만 봐도 그렇습니다. 랄프로렌의 시가총액은 3일 기준 약 91억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는 11조원에 달하지요. 물론 비싼 가격이지만 약 500조원 시총을 자랑하는 LVMH에 그리 큰 부담은 아닙니다. 블룸버그는 "랄프로렌 주가에 프리미엄을 붙여도 LVMH는 감당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문화적인 맥락도 있습니다. LVMH는 루이비통·디올·셀린느·펜디 등 유럽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죠. 그룹 정체성이 유럽에 가까운 이유입니다. 그런데, 미국과는 그동안 연이 좋지 못했습니다. 1997년 미국 브랜드 마크제이콥스와 2001년 도나카란을 인수하면서 미국 브랜드와 인연을 맺었지만 실패에 가까웠죠. 2016년에는 LVMH가 도나카란을 캘빈클라인에 팔기도 했습니다. 문화적인 접점이 적은 탓에 미국 시장 공략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많았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지난해 미국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성공적인 인수가 결정적이었습니다. LVMH는 지난해 1월 티파니를 158억달러(약 17조원)에 품었는데요. LVMH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실적을 회복하면서 이번 인수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LVMH로서는 '미국 회사 인수 잔혹사' 트라우마를 벗을 기회를 마련한 셈이죠.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도 "LVMH의 랄프로렌 인수는 '굿 아이디어'"라고 평가했습니다.
랄프로렌은 미국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가 더욱 주목받습니다. 랄프로렌이 그 동안 만들어 낸 패션이 미국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만 하더라도, 폴로 셔츠나 곰돌이 하면 랄프로렌부터 떠올리곤 하죠.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미국 대표팀들의 개·폐막식 복장 역시 랄프로렌이 맡았습니다. 올림픽에서 패션 브랜드는 그 나라의 상징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점에서 랄프로렌이 얼마나 '미국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 대표 패션 브랜드인 랄프로렌이 유럽 그룹의 품에 안긴다는 건 패션 업계의 '빅 뉴스'나 다름없지요.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초럭셔리를 표방하는 LVMH는 중고가 브랜드로 인식되는 랄프로렌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표적입니다. 랄프로렌 실적 반등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도 어두운 전망을 더합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LVMH가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랄프로렌 인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랄프로렌을 두고 치열한 인수전도 예상됩니다. 구찌·보테가베네타·생로랑·발렌시아가를 보유한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이 랄프로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블룸버그는 "케링 역시 랄프로렌 인수를 감당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현재 자산가격 하락,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 세계 시장에서 불안 요소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인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6개월 안에 랄프로렌 인수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LVMH든, 케링이든,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랄프로렌이 '기습 가격 인상' 같은 명품 업계 '악습'은 배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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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경제
기사원문 : https://m.mk.co.kr/news/business/view/2022/03/208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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