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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에너지

"왜 이제 와서…" 돌연 말 바꾼 문 대통령에 원전업계 발칵 뒤집혔다

KBEP 2022. 2. 28. 08:47
입력 2022.02.27 17:35

5년간 '황폐화' 된 생태계
수주 절벽에 매출 29% 줄고
원자력학과 전공자도 21% 급감
'탈원전 독박' 한전은 최대 적자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4호기 너머로 보이는 5·6호기 건설 현장.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발전 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복원이 힘들다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한철수 전 창원상공회의소 회장(고려철강 회장)은 27일 “(탈원전은) 경제의 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 실패”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9년 1월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호소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 전환의 흐름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돌연 말을 바꿨다.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탈원전 정책으로 생태계 붕괴를 겪은 기업인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에 원전 부품을 공급하는 A사 관계자는 “그동안 해온 것은 생각지 않고 이제와서 탈원전이 아니라고 하니 답답하다”며 “일감이 끊어져 녹이 슬어버린 장비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한 회장도 “지난 5년간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원전산업계가 초토화됐다”며 “세계 최초로 3세대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국가의 산업 생태계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에너지 정책이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원전업체인 세라정공 김곤재 대표는 “원전 기술자들을 내보낼 수 없어서 최근에도 빚을 내 월급을 줬다”며 “기계 팔고, 이삭 줍기식 부품 수주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7년 6월 탈원전을 선포한 이후 원전업계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한국의 원전 설계·시공 능력도 위기다.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인력이 산업현장을 떠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타격이다. A사 관계자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장인(匠人)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에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살려달라는 호소 5년간 모르쇠
이제 와서 원전이 주력이라니…"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갑작스러운 ‘친(親)원전’ 발언이 벼랑 끝에 내몰린 원전업계를 들쑤셔놓고 있다. 임기 내내 ‘탈(脫)원전 선언’에 스스로 갇혀 “신규 원전 건설은 절대 없다”고 강조해오던 정부가 돌연 ‘원전 친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 최고 원전 설계·시공 능력을 자랑하던 부품업체들은 줄줄이 폐업했고, 기술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대학의 원전 관련 학과 학생 수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내는 등 공기업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이 되고 있다.

“왜 이제 와서…황당” 얼마나 어렵길래

기업인들은 현 정부 초기부터 탈원전 정책을 성토해왔다. 한철수 전 창원상공회의소 회장(고려철강 회장)은 27일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을 고집하면서 원전 부품업체는 대부분 반폐업 상태”라며 “한전 부실이나 전기료 인상은 모두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창원의 A부품업체 대표는 “탈원전이 얼마나 엉터리 같은 정책이었는지 증명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한국은 원전 부품도 조립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2017년 6월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원전 생태계는 밑바닥부터 균열이 시작됐다. 한국 원전의 힘은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을 중심으로 핵심 원전 협력업체들의 클러스터에서 나왔다. 하지만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수년째 납기 연장이 반복됐고, 중소업체들부터 하나둘 무너졌다.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인력은 현장을 떠나갔다. 2017년 2777명이던 원전 관련학과 재학생 수는 2020년 2190명으로 21% 줄었다. 2019년 국내 원전 부품 공급업체 매출은 3조9300억원으로, 탈원전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 5조5000억원에 비해 1조5700억원(28.5%) 감소했다. 수주절벽이 본격화한 2020년과 2021년 매출 감소폭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 부실은 예상됐던 일

탈원전 정책에 따른 공기업 부실화도 예고됐던 바다. 한전은 지난해 5조800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한전이 올해 1분기 5조3329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연간 20조원까지 적자가 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동결된 반면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작년 연간 평균 SMP의 2배가 넘는 ㎾h당 200원으로 치솟았다. 무엇보다 한전의 전기료 인상 압력은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
탈원전에 따른 막대한 추가 설비투자 비용은 또 다른 전기료 인상 요인이다. 한국원자력학회 등에 따르면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대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경우 2050년까지 1877조원의 설비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태양광(450GW)과 풍력(50GW)에 각각 630조원과 165조5000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에도 600조원이 필요하다. 원자력학회 관계자는 “수명이 다하는 기존 원전을 1회(10년) 연장 운영하고, 신한울 3·4호기만 제때 지어도 시설투자비 138조원을 아낄 수 있다”며 원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전 활용 국제 추세에도 역행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했다는 비판도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원자력을 2010년 대비 2.5~6배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입법조사처도 2030년까지 원전 11기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는 것만으로도 발전 부문에서만 40.3%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학계는 원전을 포함한 새로운 에너지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하겠다는 목표는 실질적으로 부담이 크고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원자력을 포함한 ‘CF(Carbon Free)100’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도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택지를 줄이는 탈원전은 자원빈국인 한국에 부적합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

기사원문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22724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