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연구진, 박테리오파지로
내성균 감염자 100명 이상 치료
美·캐나다 등 식품 가공 공장에서
식중독균·이질균 없애는 데 사용
브라질서는 뇌종양 걸린 생쥐에게
지카 바이러스 주사, 암세포 파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병원체가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다. 2019년 전 세계에서 한 해 500만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이즈나 말라리아 사망자보다도 많다.
최근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사람을 바이러스로 치료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적군을 다른 적군과 싸우게 하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치료 전략이다. 인간이 개발한 약은 갈수록 약효가 떨어지고 환경에도 해를 주지만 자연에서 데려온 용병(傭兵)은 적군만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식중독 막고, 치명적 감염도 치료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에서 127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부분적으로 사망에 관련된 것까지 합하면 항생제 내성균 희생자는 495만명까지 늘어난다. 예전 같으면 쉽게 치료했을 상처도 항생제가 듣지 않아 목숨을 앗아간다.
벨기에 아스트리드 여왕 군병원의 장폴 피르나이 박사 연구진은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로 내성균 감염자 100명 이상을 치료해 효과를 거뒀다”고 지난 1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밝혔다.
파지 바이러스는 과거 미국의 달착륙선을 닮았다. 세균에 달라붙어 구멍을 내고 자신의 유전자를 주입한다. 이후 세균 몸 안에서 바이러스의 단백질과 유전자가 복제되고, 이들이 결합해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만들어진다. 나중에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오면서 세균을 터뜨려 죽인다.
파지는 이미 미국과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의 식품 가공 공장에서 식중독균, 이질균을 없애고 있다. 벨기에 연구진은 사람에게도 파지 치료를 적용했다. 일례로 2016년 브뤼셀 공항 테러 사건에서 중상을 입은 30세 여성은 병원에서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됐다. 연구진은 환자의 내성균에 맞는 파지를 찾아 주입했다. 이 여성은 대퇴골 감염으로 꼼작도 못 했지만 바이러스 치료 후 다시 걸을 수 있었다.
동유럽 국가인 조지아에서는 1920년대부터 사람에게 파지 치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파지는 특정 병원균만 감염시켜 환자마다 적합한 종류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보편화되지 못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다양한 파지를 모아 언제든 쓸 수 있는 약으로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암세포 죽이는 바이러스, 기생충
암 치료에도 바이러스, 기생충 같은 용병이 투입되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의 마야나 자츠 교수 연구진은 지난 11일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에 “뇌종양에 걸린 생쥐에게 지카 바이러스를 주사해 부작용 없이 암세포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임신부가 모기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나중에 태어난 아기는 두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소두증(小頭症)에 걸린다. 지카 바이러스는 다른 병원체와 달리 뇌를 보호하고 있는 내피세포를 뚫고 들어가 신경줄기세포를 공격한다.
상파울루대 연구진은 지카 바이러스가 뇌를 공격하는 능력을 뇌종양 치료에 활용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암세포와 싸우게 한다. 생쥐와 뇌 오가노이드(미니 뇌) 모두 지카 바이러스 주사를 맞으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이 나와 암세포 성장을 차단하고 암세포가 뇌의 다른 영역으로 전이되지 못하게 했다.
고양이 배설물을 통해 퍼지는 기생충인 톡소포자충(胞子蟲)도 인체 면역력을 높여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노팅엄대 연구진은 톡소포자충과 면역 관문 억제제를 병용해 피부암인 흑색종에 걸린 생쥐에게서 종양을 크게 줄이고, 생존 시간도 39일 이내에서 60일 이상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면역 관문은 면역 세포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표시를 하는 단백질이다. 암세포가 종종 이를 악용한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 관문과 결합하지 못하고 다시 면역 세포의 공격을 받도록 한다.
생쥐 실험에서 면역 관문 억제제 단독으로는 치료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미 면역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톡소포자충의 독소 유전자를 제거하고 생쥐에 주입하면 여기에 대항하는 면역 세포가 유도되고 이들이 암세포까지 공격한다고 밝혔다. 기생충이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항암 백신 역할을 하는 셈이다.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2/01/26/XUIOHFHQJZCWVEU3CQTYRRZFYY/?utm_source=kakaotalk&utm_medium=shareM&utm_campaign=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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