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스트, 전문업체 세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집중
전통제약사, 벤처투자 대체
- 김시균 기자
- 입력 : 2021.06.02 04:03:03
"한 업체가 신약 개발에 '올인'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 개발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합성의약품(제네릭)이든 바이오의약품이든 신약 개발에 소위 '올인'하는 곳이 있는 반면 전문 업체·바이오벤처 투자 등 방식으로 선회하는 업체가 하나둘 늘고 있다. 첫 단계부터 끝까지 신약 개발에만 전념하는 기존 독자 개발은 자금력이 부족할 경우 실패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전문 업체를 따로 세워 신약 개발 포트폴리오를 넓히거나 실력과 기술이 있는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형태로 리스크 헤지에 나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부터 Z까지 한 분야에 '몰빵'식으로 독자 개발을 고수하면 10년이 넘도록 성과가 지지부진할 경우 소리 소문 없이 회사가 사라질 수 있다"며 "차라리 기술을 지닌 바이오벤처를 활용하거나 전문 업체를 따로 세워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 신약 탄생 가능성을 높이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대표 업체 중 하나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메디포스트다. 메디포스트는 지난달 2일 제대혈 유래 면역세포 치료제 전문 개발 회사 이뮤니크를 설립했다. 현재 메디포스트는 이 회사 지분 99%를 보유 중이다. 메디포스트에 따르면 이뮤니크는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조직과 별도로 새로운 연구인력을 다수 투입했다. 메디포스트가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이뮤니크는 T세포와 NK세포를 활용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치료제에 집중한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기존처럼 메디포스트가 집중하고 면역 관련 치료제를 이뮤니크가 전담하는 형태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줄기세포와 면역세포의 성격이 다르고 개발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면역세포 치료제 전문 자회사 이뮤니크를 따로 설립해 독자적인 연구에 집중한다면 개발 속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에스티팜도 지난달 5일 미국 샌디에이고에 신약 개발 전문 기업 레바티오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미국 샌디에이고는 화이자, 머크,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소와 여러 바이오테크가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공동 연구와 기술 수출 협의에 유리하다.
레바티오테라퓨틱스는 리보핵산(RNA)과 키메라항원수용체·자연살해 T세포(CAR-NKT) 신기술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하면 100여 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KT는 T세포와 NK세포의 특징을 동시에 가진 면역세포인데,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해 대량생산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자금력이 있는 전통 제약사들은 한발 앞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바이오벤처에 투자할 경우 해당 벤처가 개발 중인 물질의 발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유리하다. 실제 대웅제약은 작년 9월 아이엔테라퓨틱스라는 자회사를 새로 세웠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 플랫폼과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 치료제, 뇌질환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14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새로 유치했다. 동화약품은 넥스트바이오메디컬에 4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혁신형 치료 재료 전문 기업이다.
[김시균 기자]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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