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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미생물이 아프면 뇌가 아프다…미생물-장-뇌 축 (Microbiota-Gut-Brain axis) 이론

KBEP 2021. 5. 2. 23:30

기사입력시간 21.04.29 10:16

 

[칼럼] 김용성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교수·DCN바이오 부사장

 

[메디게이트뉴스]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BC 460-370)는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한다(All diseases begin in the gut)”라는 말을 남겼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의사가 어떤 의미로 이런 말을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지금 그가 생각했던 기전과 관계없이 이 주장 자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장내미생물 연구를 통해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뇌의 기능변화가 장의 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주고, 이 영향은 장내미생물총까지 미친다는 뇌-장-미생물 축을 소개했다. 이 개념은 20세기 중반부터 발전해온 것인데, 21세기에 들어와 장내미생물총이 숙주인 인간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반대 방향의 축 개념이 대두됐다. 즉 장내미생물총의 상태가 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뇌 기능에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1)

그림1, 장내미생물총과 뇌사이의 양방향 상호작용. Quigley 등. Nat Rev Gastroenterol Hepatol. 2017

장내미생물총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뇌기능의 발달 과정과 퇴행과정에서의 역할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뇌가 발달 할 때 장내미생물이 왜 중요한지 알아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장내미생물총이 전혀 없는 무균쥐에서는 정상쥐와 다르게 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2004년 Sudo의 연구에서 무균쥐를 작은 통에 꼼짝 못하게 넣어놓는 구속스트레스(restraint stress)를 가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코스테론이 정상쥐에 비해서 훨씬 높게 상승하는 과장된 스트레스 반응이 관찰됐다. 흥미로운 점은 유익균으로 알려진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을 이식하면 이런 과장된 스트레스반응이 정상화됐지만, 장병원성대장균 (Enteropathogenic E. coli)를 투여한 경우 회복되지 않았다. 또 무균쥐가 생후 6주가 됐을 때 정상 쥐의 대변을 이식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정상화됐지만 생후 8주나 14주에 이식하면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실험 결과로부터 뇌기능(이 연구에서는 스트레스 반응)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유익균이 필요하고, 특히 어린 시절 장내미생물총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보고된 연구들을 통해 장내미생물총의 뇌의 blood-brain barrier (BBB) 발달, 신경계 형성, 뇌면역세포인 마이크로글리아(microglia)의 발달, 뉴런의 수초화(myelination) 등의 여러 발달 과정에 관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도대체 장에 있는 미생물들이 어떻게 멀리 떨어진 뇌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우선 미주신경을 포함한 자율신경계가 장까지 연결돼 있어서 장신경계와 신호를 주고 받거나 장내미생물이 생산하는 대사물이나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해 뇌기능을 조절한다. 또 장내미생물총이 생산하는 여러 대사물은 직접 혈중으로 이동한 후 BBB를 통과해 뇌기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요즘 가끔 장내미생물이 좋아야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생성이 많아지고 정신건강에 좋다는 주장을 들을 수 있는데, 이는 정확히 맞는 얘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세로토닌의 대부분인 95%가 장에 존재하고 미생물이 장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신경전달물질은 분자량이 커서 BBB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혈중으로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장내미생물총이 생산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전구물질이 BBB를 통과해 신경전달물질로 변환돼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또 장내미생물총이 면역계를 자극하고 조절하는 기전을 통해 뇌기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림2)

 

그림2. 장내미생물총이 중추신경계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 Sampson등. Cell Host & Microbe 2015

이렇게 어린 시절의 장내미생물총이 신경네트워크 형성에 중요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기능적 측면에서 인지, 감정 및 사회적 기능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무균쥐가 보이는 행동 특성을 살펴보면 장내미생물총 기능이 잘못됐을 때 어떤 뇌기능 변화가 발생하는 지 알 수 있다. 무균쥐는 스트레스 반응의 항진 외에도 불안 유사반응과 우울 유사반응, 사회적 관계 형성 장애, 감정 처리 장애 등을 나타낸다. 이런 결과들로부터 자폐증 및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주요 뇌기능 발달이상이 혹시 장내미생물총의 이상 때문이 아닌가 하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인간 연구에서는 우울증, 정신분열증, 자폐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에서 정상인과는 다른 장내미생물총의 조성이 관찰된다. 최근 일부 정신건강의학 연구자들은 주요 우울증을 단순한 중추신경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장내미생물총 불균형(dysbiosis)과 스트레스가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Microbiota-Inflammasome 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자, 그렇다면 이쯤에서 장내미생물총을 정상화시킴으로써 뇌발달 장애를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당연히 가지게 된다.

2017년 아리조나 주립대학에서는 자폐증상을 가진 18명(7–16세)을 대상으로 매우 흥미로운 연구를 시행했다. 자폐 환아에서는 변비, 설사, 소화불량, 복통과 같은 소화기증상이 흔하고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 분변 이식을 시도한 것이다. 무균쥐가 연구를 위한 극단적 디스바이오시스(dysbiosis) 방법론이라면 대조적으로 분변이식은 정상 분변을 몽땅 이식하는 치료 측면의 극단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아 연령이었기 때문에 기존 시행하던 방법과 달리 장기치료를 시도했는데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걸러 맑은 용액 형태로 만든 것을 초코렛 우유나 주스 같은 것에 섞여 8주간 먹게 하거나 관장을 시행했다. 8주간 치료 후 1차 평가변수였던 소화기 증상이 유의하게 호전됐는데, 놀랍게도 2차 평가변수였던 자폐증상도 같이 호전되는 것이 관찰됐다. 사실 치료 방법이 거의 없는 자폐증상이 좋아진다는 것 자체로도 놀랍지만, 그것도 분변이식으로 좋아졌다는 사실은 대중의 이목을 끌면서 큰 뉴스가 됐다. 특히 자폐환자의 부모들에게는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연구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전 세계의 환아 부모들이 어디에 가면 분변이식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글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더 반가운 소식은 이 연구의 참여자들을 2년간 추적했던 2019년 결과였다. 2017년 연구 참여자의 89%가 중증의 증상이었는데 분변 이식 2년 후 평가해보니 중증 비율이 47%로 감소했고, 경도·중등증의 비율은 35%, 그리고 자폐 진단 기준 이하로 점수가 정상화된 비율이 18%였다. 물론 이 연구는 대조군이 없는 오픈라벨(open-label) 연구이기 때문에 분변이식 없이 그냥 2년이 지났을 때 나타나는 자연적인 변화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비교할 수 없는 제한점이 있다. 그래도 상당히 희망적인 결과가 아닌가 싶고, 흥미로운 이 연구의 제 1저자인 강대욱 교수에게 기회가 되면 직접 이 연구의 수행과정과 당시 부모들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것처럼 "모든"병은 아니더라고 상당히 많은 병이 장에서, 아니 장내미생물총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이제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뇌질환에 대한 영향이 주목을 받고 있고, 어쩌면 장내미생물을 이용한 치료가 가장 극적일 수 있는 장기가 바로 뇌가 아닐까 싶다. 뇌가 아프면 장미생물총이 아프고, 반대로 장미생물총이 아프면 뇌가 아플 수 있다는 미생물-장-뇌 축의 '양방향 상호 작용'에 대해 잘 이해한다면 많은 질환의 치료방법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메디게이트뉴스

기사원문 : www.medigatenews.com/news/1791023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