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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소의 줄기세포 뽑아 키운 ‘배양육’… 소의 해에 출시 눈앞

KBEP 2021. 3. 16. 08:40

도축 없이 만들어 윤리 문제서 자유롭고 온실가스 저감 기대
美 스탠퍼드大 연구진, 고기 본연의 맛·색 내는 분자 찾아내
국내 스타트업들도 본격 생산 채비 갖추고 생산·출시 예정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03.15 03:00

 

도쿄대가 만든 배양육 소고기

지난 2일 일본 도쿄대 연구진은 네이처 출판그룹이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식품 과학’에 소고기의 질감을 그대로 모방한 근육 조직을 배양했다고 밝혔다. 수㎜ 두께의 이 작은 고깃덩어리는 소의 근육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들었다. 연구진은 근육세포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해 근육을 이루는 섬유와 같은 형태로 자랐으며 전류를 흘리면 수축도 했다고 밝혔다.

소의 해를 맞아 공장에서 만든 소고기가 본격적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소의 세포를 키워 만든 배양육으로 다진 고기를 넘어 스테이크용 덩어리 고기까지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시장 진입이 임박했다. 식물성 단백질과 세포 배양육의 장점을 결합한 융합형 소고기도 등장했다. 공장에서 만드는 소고기는 인구 증가에 따른 육류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배양 기술로 실제 고기 맛 구현

배양육은 가축의 근육에서 줄기세포를 뽑아 배양 탱크에서 영양분을 주며 키운다. 배양 과정에서 근육세포들이 서로 이어져 근섬유와 비슷한 형태가 된다.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는 이렇게 배양한 소 근섬유 2만개를 원형으로 말아 햄버거용 패티를 만들었다. 당시 배양육 패티로 만든 햄버거 가격은 무려 32만달러(약 3억6368만원).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돈을 냈다.

 

도쿄대 연구진은 배양 기술을 한층 발전시켜 패티에 들어가는 다진 고기가 아니라 고깃덩어리를 바로 만들었다. 배양 틀에 나 있는 가는 홈들에 소의 근육세포를 넣는다. 이런 틀을 여러 개 쌓고 세포를 배양한다. 세포들은 틀 안에서 서로 합쳐져 한 방향으로 연결된 근관세포가 된다. 두부를 굳히듯 틀들을 눌러 융합시키면 근관세포들이 붙으면서 근섬유가 된다. 도쿄대 연구진은 컵라면을 처음 개발한 닛신식품과 함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배양육은 소를 도축하지 않아 동물 윤리 문제에서 자유롭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가축은 전 세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15%를 배출한다. 지금 추세라면 인류는 2050년까지 육류를 70% 더 소비할 전망이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92%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양육은 항생제 오남용이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도 없다.

특히 최근 배양육이 다진 고기에서 덩어리 고기로 진화하면서 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의 알레프 팜은 지난달 3D(입체) 프린터로 근섬유를 잉크처럼 뿌려 꽃등심 스테이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18년 세포 배양 방식으로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처음 만들었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리디파인 미트는 3D 프린팅 기술로 덩어리 배양육을 만드는 시험 생산용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했다.

◇생산 시설 증대로 가격 경쟁력 갖춰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정부는 처음으로 미국 잇저스트의 닭고기 배양육 제품에 시판 허가를 내줬다. 업계에서는 소고기 배양육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상용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배양육의 가격은 대규모 배양 시설 덕분에 계속 내려가고 있다. 포스트 교수가 설립한 모사미트는 올해 배양육 패티 가격이 1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D 프린터로 만드는 배양육 스테이크도 대규모 생산 시설이 잇따라 세워지면서 실제 소고기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다.

가축을 대체한 인공 고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콩과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제품들이다. 과거 콩고기는 실제 고기의 맛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2009년 세운 임파서블 푸드는 혈액에서 산소를 전달하는 헤모글로빈의 ‘헴’ 분자가 고기 맛과 색을 내는 원천임을 알아냈다.

임파서블은 콩과 식물의 뿌리혹에서 헴 분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았다. 이 유전자를 효모에 넣어 식물성 헴 분자를 대량생산해 식물성 단백질에 추가했다. 다른 식물성 대체육 업체인 비욘드 미트도 같은 방식을 이용했다.

스페인의 노바미트는 동식물의 장점을 결합한 인공 소고기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0.1~0.5㎜ 두께의 근섬유를 잉크처럼 뿌려 식물성 소고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동물성 지방세포도 추가해 실제 소고기 맛에 근접한 고깃덩어리를 만들었다. 노바미트는 올해 미슐랭급 최고 레스토랑에서 동식물 융합형 스테이크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2029년까지 육류 시장 10% 대체할 전망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의 가치는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적 변화를 감지한 실리콘 밸리의 IT(정보 통신) 거물들이 먼저 알아봤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식물성 대체육 개발 업체인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 배양육 업체인 멤피스 미트에 잇따라 투자했다. 구글과 소프트뱅크도 마찬가지다.

시장 전망은 밝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 등 대체육 시장이 2029년까지 세계 육류 시장의 10%인 14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펩시콜라, 맥도널드, 타코 벨 같은 식품 업체는 물론 타이슨 푸드, 카길 같은 세계적인 축산 업체들까지 대체육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배양육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나타났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박사 과정 연구원들이 세운 씨위드는 배양육을 키우는 배양액과 지지체를 해조류로 만들었다. 기존 배양액은 소의 태아 혈청을 사용해 가격도 비싸고 윤리 논란도 있었다. 다른 배양육 업체인 다나그린은 지지체를 저렴한 콩 단백질로 만들었다. 여기에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를 넣고 배양액을 주며 키우면 고깃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씨위드는 올 상반기에 시식회를 열고, 2022년까지는 첫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00그램에 1만원 정도 하는 소고기를 1000원 선까지 낮추는 게 목표이다. 다나그린은 올해 1000리터 용량의 배양 탱크에서 생산을 시작하고, 2022년에는 1만~5만리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3/15/KDYQSGYULNC4ZK2YXV2VAJPFXM/?utm_source=kakaotalk&utm_medium=shareM&utm_campaign=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