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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메뉴 찾아 쏟은 땀, 지구 지키는 생명수

KBEP 2021. 3. 10. 11:28
  •  안지산 기자 (san@idomin.com)
  •  2021년 03월 09일 화요일
  •  

채식 음식 믿음 배신당하기도
온라인 전문점 발견 '신세계'
실생활에 넘어야 할 관문 많지만
실천하면 기후위기 늦출 수 있어

 

2주 동안 '비건(vegan)'으로 살기로 했다. 동물성 성분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식사를 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비건은 삶 전반에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지만, 식사에만 국한하기로 했다. 평소 육류 반찬을 즐기는 나로선 꽤 큰 결단이다. 육류 대량 소비와 대량 생산체제가 기후위기를 앞당긴다는 사실을 알고 채식을 해보기로 했다. 비건의 동물권 보호, 동물 착취 반대 철학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자세히 몰랐다. 신념을 지키는 일에 어떤 어려움이 수반되는 것일까.

조금 더 와닿는 체험기를 위해 냉장고는 텅텅 빈 상태. 비건에 대한 빈약한 배경 지식과 사전 정보 검색도 게을리했다. 시작도 갑작스러웠다. 2월 10일 무턱대고 2주 동안 비건임을 선언했다. 일단은 매일 살아보며 좌충우돌을 기록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비건을 위한 조리 식품은 드물다 = 비건 체험 첫날, 아침에 열어 본 냉장고에는 우유, 새우볶음밥, 냉동육 따위가 가득할 뿐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짧은 배경 지식이지만 먹으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아침은 거른다.

점심시간, 비건 식단을 하겠다는 결심을 흔드는 길거리 맛집 간판과 익숙한 냄새들. 먹어봐서 아는 맛이라 더욱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눈물을 삼키며 찾은 편의점에는 보기 좋게 진열된 도시락이 있다. 평소와 달리 도시락 구간을 지나쳐 샐러드를 구매하려는 순간 보이는 비건 도시락. 유통업계가 150만 명에 달하는 국내 비건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이런 기막힌 타이밍에 비건 도시락과 마주칠 줄이야.

공복이라 뭐든 맛있겠지만, 무미건조한 맛이라고 넘겨짚었던 콩불고기는 고기의 맛과 식감을 잘 표현했고 어떻게 한 건지 불맛도 난다. 은근 맛있다. 애호박, 새송이버섯, 방울토마토에 과일 음료를 곁들인 첫 비건 식사는 성공이다.

퇴근 후 저녁거리를 마련하고자 찾은 대형마트.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을 제쳐놓고 과일, 채소 등을 담고 익숙하게 반조리식품 매대를 찾아 시금치 된장국, 콩나물 김칫국, 버섯야채죽, 들깨버섯죽 등을 담는다. 겉으로 보기엔 깔끔한 음식들이지만, 원재료명을 살펴보면 간을 내고자 우유, 닭고기, 쇠고기, 멸치 등이 함유된 것들이다.

고백하자면 이런 사실은 식사 후 정보를 모으던 중 알게 됐다. 어쩐지 시작이 순조롭다 싶었다. 아직 시중에 유통되는 반조리 식품만으로 제대로 된 비건 체험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매일 풀과 과일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좀 더 색다른 음식이 필요하다.

 

◇세상은 넓고 채식은 다양하다 = 버섯야채죽 등 비건 음식이라 믿었던 반조리식품에 배신(?)을 당한 후 철저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 포털 웹서핑 등을 하던 중 채식인들만 모여 있다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들어가 요리를 대부분 어떻게 먹느냐고 묻자 대부분은 원재료를 사 직접 요리해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나처럼 반조리식품, 손질한 식재료와 양념을 묶은 밀키트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냉장·냉동 채식식품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첫날의 실패를 거울삼아 비건 채식 전문 판매업체 누리집에 접속했다.

이걸 진작 왜 몰랐을까. 여기는 신세계였다. 육류·유제품과 흡사한 식감과 생김새를 지닌 비건 음식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비건 프라이, 비건 햄, 두개장, 콩불고기, 생선 맛, 찹스테이크 맛, 새우 맛 비건 식품 등이다. 정신없이 식품을 장바구니에 쓸어담고 주문 완료. 대형마트 식품 중 원재료 표시에 '쇠고기, 닭고기 함유'가 없는 걸 찾아 헤맬 일을 덜었다.

이튿날 택배로 받은 음식을 먹었다. 생선 맛 비건 식품은 식감, 생김새 등은 비슷하더라도 맛까지 완벽히 구현할 수 없다. 육류를 씹는 기분이 났지만, 맛은 대부분 텁텁했다. 그래도 간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한 기분이었다.

 

◇비건으로 외식하기 = 비건 체험을 위해 세 끼 중 한 끼는 반드시 바깥에서 먹기로 했다. 비건들의 '먹거리 찾아 삼만리'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비건은 도시락을 챙긴다. 그 방법이 제일 속 편하지만, 바깥에서 급하게 식사해야 할 때, 비건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굉장히 좁다.

앞에서 말했듯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하는 음식 중 동물성이 0%인 제품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비건 음식점도 마찬가지로 찾기 어렵다. 인구 100만 명이 산다는 창원시에서도 비건 음식점은 드물다. 발품을 팔아 찾아간 곳도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경영난 때문인지 점포를 정리한 상태였다. 이런 날은 점심을 공칠 게 뻔하므로 속 편히 바나나를 사 먹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국적으로 뻗어있는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 샌드위치점 서브웨이에서 비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롯데리아는 리아 미라클 버거,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라는 비건 버거를 판매한다. 대체육 패티와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빵 등이 특징이다. 서브웨이에서도 비건 샌드위치로 주문할 수 있다. 빵, 소스, 채소 등을 고를 때 '비건' 표시가 있는 재료만 담으면 완성.

온라인과 비건 선구자들의 도움으로 외식 가능한 비건 음식을 찾을 순 있었지만, 외식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2주 동안 음식점에 가서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는지 묻고 다른 음식점 찾기를 반복했다. 동물의 피가 묻지 않은 식당은 없다. 외식 대신 바나나 껍질을 벗기는 날이 더 많았다.

 

◇2주 채식 후 변화는 = 비건 체험 전후 인바디를 통해 신체 변화를 자세히 적으려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먹는 것만 바뀌었을 뿐 일과는 비슷했기 때문에 체중만 2㎏ 정도 빠졌다. 그리고 평소보다 아침 기상이 힘들었고 기력이 쇠한 듯한 기분을 받았으며 '수척해졌다' 등의 주변 반응이 있었다. 또 배가 자주 고팠다.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거나 여유가 없다면 비건을 지키기는 어렵겠다. 비건의 가성비는 좋지 못하다. 대체육은 육류보다 가격이 비싸다. 또 최근 채소, 과일값이 크게 오른 시기여서 그런지 평소 식비의 2배 정도를 사용했다. 배도 덜 부르다. 게다가 요리를 못 하면 각종 비건 음식을 만드는 데에 차질이 있다. 편한 것을 포기하는 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심적 변화도 있었다. 개고기는 먹지 않으면서 닭, 돼지, 소고기는 죄책감 없이 먹는 이중잣대를 반성하게 됐다. 젓갈, 멸치 우린 물, 꿀벌의 노동을 강요해 얻은 꿀처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생명체이기에 동등하다.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비건의 길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신념을 가지긴 쉽지만 지키긴 어렵다는 점도 말이다.

동물권에 이어 결국 비건은 기후위기와 직결되는 문제다. 비건 한 명은 매일 물 4164ℓ, 곡식 20㎏, 산림지 2.8㎡, 이산화탄소 4.5㎏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수치는 사실 인간이 육식을 위해 매일 가축에게 투자하는 양이다. 또 비건은 매일 동물 한 마리를 살릴 수 있다. 1년이면 동물 수백 마리를 살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물, 곡식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식탁에 어떤 먹거리가 오르느냐에 따라 기후위기는 앞당겨질 수도, 미뤄질 수도 있다. 나의 비건 체험은 2주로 끝났지만 짧은 기간 충격적인 경험과 배움으로 내 식탁에서 육류는 조금씩 모습을 감추고 있다.

 

출처 : idomin.com 아이도민닷컴,  경남도민일보

기사원문 : 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55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