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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1500억 빌딩 지어 무상임대… 세계태권도연맹 고양유치 ‘실익 있을까’

KBEP 2021. 1. 27. 21:07

 이성오 기자  

  •  입력 2020.11.18 17:17

당면과제 많은데 시 재정 부담 가중 우려

고양시가 최근 공개한 세계태권도연맹 본부 조감도. 고양시는 건축비 1500억원을 들여 지상 10층, 건축면적 4만7060㎡ 규모의 세계태권도연맹 본부 건물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6~10층은 연맹에 무상임대하고, 1~5층은 비즈니스호텔로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출처 : 고양신문(http://www.mygoyang.com)

킨텍스 노른자위 땅에 단독건물 지원
국비지원 확정 없이 급히 추진 ‘우려’
당면과제 많은데 시 재정 부담 가중
사업비 숨기다가 뒤늦은 공개 ‘비난’
고양시 “부가가치 충분, 힘 실어 달라”

[고양신문] 서울에 있는 세계태권도연맹(이하 WT)이 고양시와 본부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이달 초 체결하면서 ‘WT 고양시 이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가 시 재정을 투입해 건축비 약 1500억원에 10층 규모의 빌딩을 지어 그중 절반을 WT에 무상 임대한다는 세부방침이 최근 공개되면서 ‘WT 유치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맹 유치에 찬성하며 ‘유치촉구결의안’까지 통과시킨 고양시의회 의원들도 “부지의 정확한 위치와 건축비 1500억원은 최근까지도 몰랐던 이야기”라며 “시 재정이 이렇게 많이 투입되는 일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양시에 따르면 현재 추진되는 WT본부 건립예정지는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 제3전시관 인근(이마트트레이더스 뒤 / 대화동 2706)이다. 이전 조건으로 시는 10개 층 중 다섯 개 층을 WT에 무상임대할 계획이다. 부지는 킨텍스 주차장부지로 지정돼 있는 시유지로 용도변경 후 부지시세만 460억원으로 추정된다. 건축비 1500억원을 포함하면 연맹 유치를 위해 쓰이는 돈이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예상 건축비 1500억원이 모두 시 재정으로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비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달 2일 고양시청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본부의 고양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재준 고양시장(사진 왼쪽)과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 고양신문(http://www.mygoyang.com)

시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부지는 시가 제공하지만 건축비를 시 재정으로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유일의 IOC 산하 경기단체인 만큼 국‧도비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비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WT 관계자도 국비 지원과 관련해 “문체부와 협의 중이며 긍정적인 대화가 오가고 있다”는 정도의 답변만 할 뿐 어느 정도 규모의 국비지원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산지역 국회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의 연맹 유치와 관련해 국비지원 근거는 아직까지 확인된 내용이 없다. 또한 사업비 1500억원에 대한 정보 또한 사전에 의원실과 공유된 바가 전혀 없었다”며 “시 재정에 그런 여윳돈이 있다면 킨텍스와 테크노밸리 인근에 트램과 같은 신교통수단을 연구하고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맞을 것 같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채우석 시의원은 “시는 당장 내년 예산안에 ‘연맹본부 건립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예산을 요청해 놓은 상태인데, 다음달 예산안 심사에서 시의원들이 찬성해 줄지도 미지수다. 고양시는 앞으로 시청신청사 건립, 창릉신도시와 대곡역세권의 지분참여 등 당면과제가 많아 재정여건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WT에 1000억원이 넘는 건물까지 지어준다면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할 돈이 그쪽으로 가게 된다”며 연맹본부 건립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WT 유치에 적극 나서며 촉구결의안을 대표발의했던 김서현 시의원도 단독 건물을 지어주는 것에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김 시의원은 “WT가 고양시에 오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나. 하지만 현재 고양시가 제안한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킨텍스와 일산테크노밸리 사이 금싸라기 시유지에 연맹을 위한 단독건물을 지어주고, 국비가 얼마나 지원될지도 모르는 1500억원의 건축비를 시가 감당한다는 계획을 시민들이 동의해 줄지 모르겠다. 차라리 고양시가 소유하게 될 ‘와이시티 업무빌딩’, 또는 경기도공이 한류월드 내에 계획하고 있는 ‘기업성장센터’ 내에 몇 개 층을 WT에 무상임대해주는 방안이 현실적이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고양시가 계획하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 본부 건립 부지 위치. 출처 : 고양신문(http://www.mygoyang.com)

시 집행부가 건축비 등의 주요 정보를 숨기다가 나중에야 공개한 것에 대한 불쾌감도 나타냈다. 장상화 시의원은 “촉구안이 발의됐던 7월엔 ‘건축비 1500억원’ 등의 내용이 시의회에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관련 상임위에 있는 나조차도 건축비 1500억원은 최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양시가 내년에 기본계획 용역까지 하겠다는 것은 시의회를 들러리 세우겠다는 것과 같다. 다음 달 용역 예산이 쉽게 통과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홍규 시의원도 “유치가 확정된 것마냥 언론플레이(시 보도자료 배포)를 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시의회를 속인 것”이라며 “집행부에 이 문제를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시의회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고양시는 여전히 단독건물이 있어야만 연맹 유치가 가능하고, 연맹을 유치하면 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WT 입장에선 전세계 210개 회원국을 둔 IOC 경기단체로 성장했지만 지금까지 연맹 건물이 없다는 것을 많이 아쉬워하는 상황이다. WT 관계자는 “번듯한 연맹건물이 없다면 WT 본부가 언제 외국으로 이전할지 알 수 없다”라며 “단독건물로의 이전은 연맹의 오랜 숙원사업이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연맹은 서울을 포기하는 대신 단독건물을 원하고 있어, 고양시 입장에선 연맹 유치를 위해 빌딩을 신축하는 방안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고양시는 연맹유치에 따르는 투자비용이 있지만 경제적 효과는 충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고양시에서 매년 세계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논의 중이며, 심판강습회와 태권도교육으로 매년 수십에서 수백억원의 경제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WT본부 유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 장상화 시의원은 “WT가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왜 지자체가 걱정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WT에 단독건물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 또한 경제효과에 대해서는 매년 개최하겠다는 국제대회조차 개최여부나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며 “만약 연맹 유치가 꼭 필요하다면, 기본계획 용역을 제외하고 유치타당성 조사를 따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성오 기자 rainer4u@mygoyang.com

출처 : 고양신문(http://www.mygoyang.com)

기사원문 : 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6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