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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에너지

신학철 vs 김준, 화학·정유 기업의 미래 찾기…해 넘긴 배터리 소송 마무리 과제

KBEP 2021. 1. 6. 21:49

입력2021.01.06. 오전 9:21

안옥희 기자

 

[커버스토리=라이벌 경영 맞수 2021년도 달린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vs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약력 : 1957년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4년 한국3M 입사. 1995년 필리핀 3M 사장. 2017년 미국 3M 글로벌 R&D, 전략 및 사업개발, 제조물류본부, IT·BT 총괄책임자 수석부회장. 2019년 LG화학 부회장(현). /LG화학 제공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4월부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전기차 배터리 영업 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제2의 반도체’,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2차전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양 사는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치고 있다.

ITC 2020년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예비 판결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이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였지만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2020 12월 1일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하면서 현재 소송의 원고는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바뀌었다.

소송전의 무대가 미국인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인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 조지아 주와 테네시 주 의원들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앞으로 서신을 보내 합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조지아 주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있고 테네시 주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공급받을 폭스바겐 전기차 공장이 있어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한 판결이 확정되면 조지아 주 노동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오하이오 주에 합작사를 설립하는 GM과 오하이오 주 주지사는 “SK이노베이션이 LG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불공정을 시정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해 LG 측에 힘을 실어줬다.

양 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배터리 분쟁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당초 2020 10월 5일로 예정됐던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ITC의 최종 판결이 세 번이나 연기되면서 결국 해를 넘겼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020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유임됐다. 배터리 분쟁의 마무리도 두 최고경영자(CEO)의 손에 달린 것이다.

 

◆ 신학철 부회장, 소송전은 분사 법인으로…e모빌리티 개척

신 부회장은 전지 사업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달성과 구조적 이익 창출 본격화를 계기로 전지 사업을 적기에 독립시켰다. 신 부회장은 LG화학과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연구·개발(R&D)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석유화학·첨단소재·바이오 부문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 LG화학을 2024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의 ‘글로벌 톱5 화학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고부가 제품과 시장 지위 확대 사업 등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제품 구조를 고도화하는 한편 지역별 해외 파트너십 등을 강화해 동북아 지역을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확대와 기초 원료 내재화를 위해 총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여수 NCC와 고부가 폴리올레핀(PO)을 각 80만 톤 증설하고 2021년 하반기 내 양산할 계획이다. 첨단소재 부문은 e모빌리티(전기 동력 운송 수단)와 소재 등 미래 성장 트렌드에 특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배터리 소재의 개발 역량을 강화해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핵심 성장 동력인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급속히 증가하는 양극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협력을 통해 메탈 소싱을 추진하고 밸류 체인을 강화해 나가는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LG화학은 2019 10월 말 세계 1위 코발트 정련 회사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설립한 연산 4만 톤 규모의 양극재·전구체 합작 생산법인을 가동해 원재료에서부터 전구체·양극재,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전지 사업 분사 이후 바이오 사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생명과학 부문은 ‘당뇨 및 연계 질환’과 ‘면역·항암’ 분야를 신약 타깃 질환으로 선정하고 R&D 역량을 집중하는 등 혁신 신약 개발에 매진해 글로벌 제약회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최초의 외부 출신 전문 경영인이다. 1984년 한국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한국인 최초로 해외 사업을 이끌며 수석부회장에까지 올랐다. 2018년 구광모 LG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 이후 처음 실시한 인사에서 신 부회장을 LG화학을 이끌 수장으로 선임해 주목받았다.

신 부회장은 차세대 성장 동력 육성과 지속 가능 전략을 통해 글로벌 성장 가속화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 ‘화학’을 뛰어넘어 ‘과학’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한 뉴 비전을 선포하고 한국 화학 기업 최초로 ‘2050 탄소 중립 성장’과 같은 지속 가능 전략을 발표했다. LG화학은 미·중 무역 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2020년 3분기 매출액 7조50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이라는 분기 사상 최대 경영 실적을 달성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약력 : 1961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87년 (주)유공 석유사업기획부·업무부. 2015년 SK에너지 대표. 2017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에너지화학위원장. 2017년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현). /SK이노베이션 제공

◆ 김준 총괄사장, 해외 공장 증설 등 공격 투자로 점유율 확대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전략 전문가로 최태원 SK 회장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2017 SK이노베이션 대표에 취임한 이후 정유·화학·윤활유 사업에서 발 빠르게 미래 에너지 배터리와 소재 사업으로 딥체인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친환경 전략인 ‘그린 밸런스 2030’ 전략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업체가 배터리·소재 사업 등 첨단 사업으로 전환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김 총괄 사장은 수십 년간 화학 제품들을 만들며 쌓아 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면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고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한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개발과 연구는 1992년 시작됐다. 1993년 한 번 충전으로 약 12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개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시장의 주류인 고니켈 NCM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코발트-망간을 각각 8 대 1 대 1 비율로 섞은 양극재를 적용한 NCM811 배터리를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부터 양산해 기아 니로에 납품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기차의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 아크폭스와 현대차 코나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의 NCM811 배터리에서는 지금까지 화재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궁극의 고니켈 배터리인 NCM9반반(니켈 90, 코발트 5, 망간 5) 배터리도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배터리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 짓고 있는 제2공장에서 생산해 포드가 개발 중인 전기차에 납품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전지에 대한 R&D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인 리튬 메탈 배터리를 구현하기 위해 리튬 이온 배터리 시대를 연 인물이자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고체 전해질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 김 총괄사장은 취임 이후 한국을 비롯해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생산량을 빠르게 늘려 가고 있다. 취임 당시 1.7GWh에 불과했던 배터리 생산 규모는 2020년 하반기 중국 옌청과 허이저우에 각각 10GWh씩 완공됐고 2020 12월 기준 약 40GWh로 확대됐다. 이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탑재량 기준 세계 8~9위권에서 최근 월간 순위가 5위로 수직 상승했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소재 사업과 같은 신성장 동력을 키우는 동시에 화학 사업이나 윤활유 사업과 같은 기존 사업 분야에는 친환경을 추구해 경제적 가치를 더욱 키우면서 환경·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계획이다.

ahnoh05@hankyung.com

 

출처 : 한경비즈니스

기사원문 : n.news.naver.com/article/050/0000056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