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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위하는 게 돈 버는 길” … 미국은 ‘그린빌딩 혁명’ 중
by KBEP
2008. 12. 8.
“환경 위하는 게 돈 버는 길” … 미국은 ‘그린빌딩 혁명’ 중
기사입력 2008-12-02 00:13 | 최종수정 2008-12-02 00:33
[중앙일보 안혜리] 2006년 8월,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이상고온 날씨로 미국 보스턴 MIT대학 캠퍼스는 혼란에 빠졌다. 발전용량 초과로 모든 건물의 에어컨이 전부 꺼진 것이다. 교수?학생 할 것 없이 더워 아우성이었다. 유독 인공지능연구소가 입주한 MIT 스타타센터 학생들만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연구를 계속했다. 에어컨이 꺼졌지만 건물 온도가 섭씨 2도밖에 안 올라 그다지 더위를 느끼지 못한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답은 바로 '그린(green) 빌딩'에 있었다. 흔히 친환경이라고 하면 당장은 경제성 없는 '돈 먹는 하마' 취급을 받기 쉽다. 얼마 전까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각광받다 최근의 금융위기 이후 “돈 안 된다”고 조롱받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돈 덜 들고, 효과는 훨씬 큰 '그린 비즈니스'로 이동 중이다. 보스턴은 이런 개념을 가장 빨리 간파한 도시다. 보스턴은 4650㎡가 넘는 건물을 신축할 때는 친환경인증(LEED)에 준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단지 공기를 맑게 하려는 게 아니다. '그린'이 돈이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7~20일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친환경 행사 '그린빌딩 콘퍼런스'에서도 이런 화두가 논의 중심이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크리스틴 휘트먼 전 미 연방 환경청장은 기자와 만나 “친환경과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없다는 건 오해”라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상품에 붙이는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에너지 스타' 라벨 제품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한 해 동안 무려 2500만 대 자동차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을 줄였다 한다.
MIT의 스타타센터도 마찬가지다. 2004년 리모델링하면서 건물 전체를 그린 컨셉트로 확 바꿨다. 위에서 아래로 차고 더운 공기를 내뿜는 기존의 냉난방?환기 시스템과 달리 바닥에서 공기를 올리는 방식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 20~30% 줄였다.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난방기를 덜 틀어도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자연 채광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조명 비용도 낮췄다. 그런가 하면 빗물 관리 시스템으로 물값도 거의 들지 않는다. 친환경 때문에 건축비가 특별히 더 든 것도 아니다.
한국에선 '그린'이라고 하면 여전히 태양광 발전 같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을 자주 떠올린다. 그러나 보스턴엔 간단한 장비만 도입해 친환경 건물로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 유리 외벽 건물로 유명한 매뉴라이프 건물이 그중 하나다. 국내서도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비롯해 유리 건물이 한동안 각광받다 여름철 온실효과로 냉방비가 많이 든다는 게 알려지면서 인기가 주춤해졌다. 그러나 매뉴라이프 건물은 그런 걱정이 없다. 커튼월이라는 2중창을 도입해 여름엔 온실효과를 차단하고, 겨울엔 단열효과를 높인다. 유리 건물이지만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6% 이상 줄인다.
세계 최초의 친환경 도시를 목표로 건립되는 인천 송도국제단지 개발회사인 미국 게일인터내셔널의 존 하인스 대표는 “미 에너지정보부에 따르면 미국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이 빌딩에서 나올 만큼 건물은 온실가스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그린빌딩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안혜리 기자
대나무-코르크로 새집증후군 잡고 빗물모아 화장실 물 사용
기사입력 2008-12-02 07:07 | 최종수정 2008-12-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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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美 뉴욕-보스턴 친환경 건축 르포
“침실이 2개인 집 한 달 임대료가 5000달러(약 730만 원)입니다. 인근 지역에 비해 250달러 정도 비싸지만 입주 대기자가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배터리 파크 시티의 고급 아파트 솔레어(Solaire). 안내 직원은 출입구 앞에 새겨진 ‘미국의 첫 번째 친환경 주거단지’라는 문구를 자랑스럽게 가리켰다.
○ 새집증후군 없어 비싸도 인기
지난달 17?22일 미국 보스턴에서는 친환경 건물 엑스포(Greenbuild Expo)가 열렸다. 이 엑스포에는 3만 명이 찾아와 친환경 건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친환경 건축 분야의 선두에 서 있는 미국에서는 친환경 설계 건물이 상업시설뿐 아니라 개인이 거주하는 주거시설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솔레어도 여기서 소개됐다. 2003년 완공된 이 아파트의 외부는 태양열 발전 패널로 둘러싸여 있으며 여기서 발생된 전기로 복도등을 켠다. 벽지와 계단은 대나무, 코르크, 재활용 고무 등을 재료로 사용했다.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새집증후군이 없다.
안내 직원은 “중앙시스템을 통해 외부의 공기를 하루 3번 정화해 들여오고 습도를 조절한다”며 “창문을 열면 공기 질이 오히려 나빠진다”고 말했다.
빗물을 재활용해 수돗물 사용량이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고 모든 전기제품이 절전형이라 전기 사용량도 65% 절감된다. 이 아파트는 미국 그린 빌딩 위원회에서 ‘LEED 골드’ 등급을 받았다.
○ 건축비 높지만 생산성 높아져 이득
대학 부속건물인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타타 센터.
바닥 구멍에서 온기가 올라와 사람 키 높이까지만 냉난방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안내를 맡은 피터 쿠퍼 씨는 “기존 냉난방 시스템에 비해 에너지를 20?30% 절약했다”며 “빗물은 모아 화장실에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 씨가 설계한 개성적인 외관으로도 유명하다.
인근에 있는 하버드대 고서 보관소는 지하 500m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건물 냉난방에 이용해 에너지 효율을 30% 증가시켰다. 조명 강도는 빛의 양을 감지해 자동 조절된다.
건물은 잘 알려지지 않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미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절반이 건물에서 나오며 전력의 60%, 전체 에너지의 30%가 건물에서 소비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대적인 친환경 건물 보급 움직임이 일었다. 스타타 센터의 친환경 디자인을 맡았던 벤더와일사(社)의 줄리 파켓 씨는 “현재 새로 짓는 모든 미국 연방정부 건물은 LEED 인증을 받아야 한다. 보스턴 시는 지난해 일정 규모 이상 신축 건물은 무조건 LEED 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친환경 건물을 지으려면 건설비의 2?5%가 추가된다. 반면 친환경 건축 전문가인 그레고리 캐츠 씨는 LEED 인증 및 실버 등급은 직원의 생산성을 1%, 골드 및 플래티넘은 1.5% 향상시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 엑스포에서 인천 송도도 소개돼
친환경 건물 엑스포에서는 아시아 최초의 친환경 도시로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소개되기도 했다. 송도는 대부분의 건물이 LEED 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엑스포에서 만난 크리스틴 휘트먼 전 환경청장은 “친환경 도시는 높은 삶의 질과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기업들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며 “정부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이뤄 기준을 제시하고 인센티브를 주면서 친환경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보스턴=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LEED::
‘에너지 및 친환경 디자인 리더십(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로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친환경 건물 등급이다. LEED 등급은 플래티넘, 골드, 실버, 인증으로 나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