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땅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몽골에서 말타기' 행사를 진행하며 보았던 몽골 초원과는 또 달랐다. 그토록 광대한 몽골의 대초원도 휘 둘러보면 저 멀리 높고 낮은 언덕으로 둘러쳐져 그 끝이 보이는데, 연해주 땅은 아무리 둘러봐도 하늘과 땅이 서로 맞닿아 있는 지평선뿐이었다. 특히 '콩밭'은 더 장관이었다. 동평의 김현동 대표가 답사팀을 데리고 간 '야생 콩밭'은 몽골의 넓고 넓은 초원에 익숙한 나에게조차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눈앞에 펼쳐진 게 땅이 아니라 초록 바다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을 정도였다. 그 끝없는 콩밭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콩 종자를 가져와 심어놓기만 하면 비료도 농약도 필요없이 잘 자란다고 했다. 그래서 '야생 콩밭'이라고도 불리는 그 초록색 바다에 대한 놀라움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그 넓은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반도와 거의 같은 크기의 연해주 그 넓은 땅에 사는 인구는 겨우 200만을 조금 넘는다고 한다. 서울시에만 천만명인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땅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도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가 돌아본 농장 하나의 크기가 12,600hr. 자그마치 3,800만평... 아직은 사회주의 체제의 연장선에 있어서 그 땅을 개인이 소유할 수는 없지만, 1hr(3,000평)를 빌리는데 우리 돈으로 연간 1천원만 지불하면 되고, 러시아 정부로부터 49년간 '임대'해 경작할 수 있다고 한다. 고려인들의 '희망'이 여기에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집을 구입하면(주택 등 건물은 자기 소유 등기가 가능하다) 텃밭 500여평 정도가 '무상'으로 함께 주어진다. 러시아인들은 이 곳에 자신들이 먹을 감자 정도를 심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 반해, 고려인들은 그 곳에 비닐하우스 등을 만들어 최대한의 농업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연해주의 농가들 중에서 비닐하우스가 보이는 집은 거의 100% '고려인의 집'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텃밭 농사를 잘 짓다 보면 러시아인보다 몇 배의 수익이 생겨나고 당연히 많은 일손이 필요한데, 이 때 고용되는 일손은 대부분 러시아인이라고 한다. 고려인들이 농업에서 '슬라브인'을 리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잠깐이나마 '주객이 전도됐다'는 말이 스쳐갔다. 그러면서 이 땅이 과연 진정한 주인을 맞이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연해주 답사 기간 동안 고도원님께서 매일 밤 아침지기들과의 '정리 시간'마다 던지신 말씀들을 메모해 놓았던 것을 한국에 돌아와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누구보다 깊이 연해주의 현실을 둘러보며 여느 답사 여행때보다 유독 말보다 생각이 많으셨던 고도원님의 말씀을 정리해 놓은 것을 다시 보니, 그 뜻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이 메모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고도원님께 허락을 구하고 간략하게 정리해 아래에 올려본다.) [6월22일 (답사 이틀째 밤)]
[6월23일 (답사 셋째날 밤)]
[6일24일 (답사 넷째날 밤)]
[6월25일 (답사 다섯째날 밤)]
[6월26일 (답사 마지막 날 밤)]
고도원님의 메모 내용을 다시금 읽어내려가면서 아직은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땅, 그러나 너무도 비옥하고 깨끗한 땅,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천연의 땅, 그 러시아 연해주의 땅들이 어쩌면 자신들에게 존재의 목적을 알게 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되었다. 자신들을 쓸모있는 땅으로 변화시켜 줄 진정한 마음의 주인을 말이다. | ||||||||||||||||||||||||||||||||||||||||||||||||||||||||||||||||||||||||||||||||||||||||||||||||||||||||||||||||||||||||||||||||||||||||||||||||||||||||||
- 글,사진/ 아침지기 윤나라 실장 |
지평선 끝까지 콩이 심긴 콩밭. 아무 풀이나 마구 자라는 야생 초원처럼 보이지만 사실 콩밭이다. 건강한 콩잎. 벌레 먹은 이파리조차 건강해 보인다. 콩밭매기. 끝없이 펼쳐진 콩밭에서 답사팀이 잡초를 뽑아주고 있다. '초록 바다' 콩밭을 배경삼아 기념촬영. 가장 오른쪽(녹색 티셔츠)은 아시노브까 센터의 자원봉사자 구태희님. 순얏센 센터에서 김현동 대표가 동평의 여러 활동에 대해 직접 프리젠테이션 하고 있다. 동평의 주된 활동내용. 고려인 농업 정착 지원 사업, 자연농업 교육, 연변 조선족과의 교류, 고려인 농가소득 증대 방안에 대해 늘 연구하고 있다. 구소련 시절 양계장으로 사용됐던 건물. 골조만 남은 사진은 구소련 붕괴후 먹고 살 일이 막막해진 주민들의 용돈벌이 수단으로 뜯겨져 나가 폐허로 변해버린 건물이다. 우스리스크 시내에 위치한 농산물 도매시장의 모습. 농산물 도매시장 건물에 적혀있는 간판. 몇년전만 해도 중국인들이 상권을 잡고 있었으나 현재는 조선족과 고려인들이 큰 상권을 많이 잡고 있다고 한다. "'신라면'도 보이네." 한 도매상의 창고 안에 가득한 상품 사이로 창고 끝까지 쌓여있는 신라면이 눈에 뛴다.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소매시장의 모습. 대부분의 공산품과 과일은 중국에서 수입되어 온다. 노천 탄광. 땅 속 깊이 굴을 파지 않고 석탄을 줍듯 캐는 모습이 낯설다. 그 규모가 엄청나 마치 인공 그랜드캐년을 보는 듯하다. 쑥이 지천에 널려있는 순얏센 농장 인근 호수가. 이 곳 지자체에서 동평 김현동 대표에게 어떻게든 잘 사용해보길 권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 곳을 거닐며 구상에 잠긴다는 김대표의 모습이 진지하다. |
'人生文化 > 침묵의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교는 예수의 삶을 따르는 것이지 타인을 개종시키는 것이 아니다. (0) | 2007.08.03 |
---|---|
윤나라의 러시아 연해주 답사기(4) (0) | 2007.07.20 |
윤나라의 러시아 연해주 답사기(2) (0) | 2007.07.20 |
윤나라의 러시아 연해주 답사기 (1) (0) | 2007.07.20 |
“배우자 구조조정 말고 부부관계 혁신하시죠” (0) | 2007.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