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국방력 강화 및 한국과 협력 확대
코즐로두이 원전 7·8기 현대건설 수주
중앙회랑의 부상과 바르나 항구 증축 프로젝트 관심가져야
배종인 주불가리아대사
[배종인 주불가리아대사]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 중심에 자리 잡았던 소비에트군 기념탑이 오랜 논란 끝에 지난해 12월 철거됐다. 오스만 제국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왔다는 인식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이던 불가리아에 어떻게 이런 변화가 왔을까.
1989년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 이후 불가리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이어서 유럽연합(EU)에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친서방 정책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지금도 EU와의 완전한 국경 자유화, 유로화 도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외교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친서방 기조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된 계기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불가리아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변함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원을 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 대한 인식이나 대외 정책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적으로도 변화를 가져왔다. 불가리아는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수입을 중단하고 튀르키예, 그리스와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면서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고, 최근에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도 발표했다. 이어 과거 소비에트 기술로 운영되는 원자로를 재검토하고, 전략적으로 미국형 원자로 2기를 신규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코즐로두이 원전 7기와 8기 건설을 위한 시공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최근 우리 현대건설이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단독으로 협상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에 대한 우호감, 기술선진국으로서의 이미지, 그리고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실적이 그 배경에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이렇게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은 녹색전환 정책과도 보조를 같이 한다. 앞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나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도 우리와의 협력 잠재력이 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안보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불가리아도 NATO의 합의에 따라 올해 GDP 2% 수준을 국방 부문에 지출했으며, ‘2032년 국방 투자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과거 소비에트식 무기를 NATO식으로 전환하는 국방 현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와의 협력이 강화되고, 오는 6월 불가리아에서 개최될 ‘Hemus 방산전시회’에 우리 기업의 많은 참여를 기대해본다.
물류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아시아-유럽 회랑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조지아-흑해-불가리아·루마니아로 연결되는 이른바 ‘중앙회랑(Middle Corridor)’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물류의 변화에 따라 추진되는 흑해를 마주한 바르나 항구의 증축과 다뉴브 강을 가로지르는 교각의 건설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프로젝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불가리아를 포함한 발칸지역은 국방과 안보 인식뿐만 아니라, 경제, 에너지, 물류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EU와의 통합이 더욱 가속화되는 한편, 발칸지역이 그 자체로 에너지, 물류, 산업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보이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이 지역은 러시아와 마주하는 EU의 동쪽 경계이자 우크라이나 재건의 채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기류에서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이 어떻게 기회를 창출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이데일리
기사원문 :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1357926638857760&mediaCodeNo=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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