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17년 만에 '솅겐 조약'에 부분적으로 합류한다. 솅겐 지역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 등 출입국 절차를 면제해주기 때문에 항공과 해상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3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31일부터 두 나라에서 대부분 EU 국가를 비행기·배로 오갈 때 여권 검사와 검문검색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현재 솅겐 지역은 아일랜드와 키프로스를 제외한 대부분 EU 국가를 포함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말 EU 이사회에서 불가리아·루마니아의 점진적 솅겐 조약 가입과 관련해 만장일치로 합의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2007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EU에 가입했지만, 기존 가입국의 반대로 솅겐에 합류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에서야 가입 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솅겐 조약 가입국은 EU 27개국 가운데 25개국과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EU 비회원국까지 합해 총 29개국으로 늘었다. 1985년 EU 5개 회원국 정부 간 프로젝트로 시작된 유럽 내 솅겐 자유 이동 지역은 점차 확대돼 현재 약 4억2000만명에게 적용된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항공·해상에 이어 올해 말까지 육상에서의 국경 통제도 완전히 해제되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EU 역내 수출품 중 90% 이상을 육상 운송을 통해 처리하는 불가리아 입장에서는 이 조치가 절실하다.
그러나 육로 통제를 해제하려면 기존 솅겐 가입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일부 가입국은 육로 개방으로 인한 이민자 유입 급증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육로 통제 해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합의 당시 EU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육상 국경 통제 해제 시점에 대해 "2024년에도 논의가 계속될 것이며 합리적인 시간 내에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솅겐 지역이 탄생한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안갑성 기자]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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